인간에 의해 희생되는 가축들의 동물권을 조명한 문제작
아이와 소의 아름다운 우정과 안타까운 이별, 냉혹한 현실을 그린 동화
반려동물이 처한 냉혹한 현실을 그려 동물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 베스트셀러 동화 『애니캔』의 작가 은경이 사람과 동물의 교감과 우정, 그와 대조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그린 『검은 소, 깜산』으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서울 남산의 옛 이름인 목멱산을 배경으로, 한 아이와 검은 소가 함께하며 싱그럽고 찬란한 우정을 쌓아 가지만 결국 각자가 처한 운명과 현실로 인해 안타까운 이별을 해야만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섬세한 감정 묘사와 깊이 있는 서사, 몰입감 넘치는 전개에 장선환 작가의 유려한 그림이 더해져 독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끌어당긴다.
전생서(조선 시대 나라의 제사에 쓸 가축들을 사육하던 관청) 잡인의 아들인 석우는 어느 날, 아버지가 집으로 데리고 온 검은 소를 맞닥뜨린다. 소 전염병인 우역이 창궐해 전생서에서 소들을 돌볼 수 없게 된 탓이다. 지극 정성으로 소를 돌봐 달라는 아버지의 말에 석우는 마지못해 소에게 꼴을 베어다 주고, 목멱산으로 데려가 풀을 뜯긴다. 한 계절을 지나며 석우는 소에게 점점 마음을 열게 되고, ‘깜산’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며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하지만 종묘 대제를 앞둔 가을, 깜산은 전생서로 가게 된다. 대제에 제물로 희생될 운명에 처한 깜산을 어떡해서든 지키려는 석우의 모습은 인간의 필요로 인해 가축으로 분류되어 착취당하고 생명까지 잃는 동물들을 대할 때 우리가 가져야 하는 마음이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예로부터 소는 인간에게 중요한 가축 중 하나로 농사를 돕거나 무거운 짐을 들어 주는 등 사람들에게 노동력을 제공해 주는 존재였다. 또한 고기로 식탁에 올라 사람들을 배부르게 해 주고, 제물로 바쳐져 인간의 삶과 사회를 윤택하게 해 주었다. 깜산을 만나기 전, 석우가 아버지를 따라 시전에 가 고깃국을 맛있게 먹는 장면과 깜산을 돌봐야 하는 처지에 놓인 석우의 어머니가 ‘소를 부리지도 못하고 상전처럼 모시고 지내야 한다’며 한탄하는 장면, 전생서의 관리들과 왕이 소를 단지 제사에 쓸 물건으로 취급하는 모습은 소를 비롯한 가축들이 인간에게 어떻게 인식되어 왔는지를 자연스럽게 보여 준다. 조선 시대뿐만 아니라 현대에도 소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 길러져 인간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다. 하지만 인간은 소를 비롯한 가축들에게 전염병이 돌 때 살처분을 한다며 생매장하고, 더 맛있는 고기를 얻기 위해 강제로 살에 지방을 채우려고 비좁은 축사에 평생을 가둬 키우기도 한다. 과연 인간에게 아무런 죄책감 없이 동물들을 이용하고, 생명을 앗아갈 권리가 있을까?
■ 편집자 추천
어디에서, 언제 이런 작품을 다시 읽을 수 있을까? 이 글을 다 읽고, 나는 편집자가 아니라 이 이야기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독자가 되었다. 세상의 모든 깜산들이 평온하고 행복하게 풀을 뜯으며 지내길, 목멱산에 오르는 석우가 더는 슬퍼하지 않길 바란다.
『검은 소, 깜산』은 깜산의 운명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석우가 작은 생명들을 돌보고 보호해 주는 의원이 되기로 결심하고, 가난 때문에 백정이 되기로 한 친구 곰배에게 ‘동물들을 아프지 않게 보내 달라’는 부탁을 남기며 끝이 난다. 동물 역시 인간과 동등하게 생명과 감정이 있고, 건강하고 편안하게 살 권리를 가지고 있다. 석우의 바람대로 우리가 우리보다 약한 존재를 지켜 주고 연민하며, 동물들의 도움과 희생에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길 이 작품을 통해 느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