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필체 속 정교하게 구현한 인간의 심리
19세기 여성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
제인 오스틴은 ‘Janeite(제인 추종자)’라는 용어가 사전에 등재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팬덤, 열혈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작가다. 그녀가 활동하던 당시에는 이런 명성을 얻지 못했지만, 사후 200년이 넘는 지금까지 그녀는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으며, 영국 내에서는 ‘지난 천 년간 최고의 문학가’에 셰익스피어에 이어 2위에 오를 정도로 사랑받는 여성 작가로 자리매김하였다.
《오만과 편견》은 그러한 제인 오스틴의 다양한 작품 가운데서도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작품으로, ‘오만할 만한 권리가 있다’는 평가가 있을 만큼 집안, 재력, 외모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남자 다아시와 예쁜 얼굴에 쾌활하고 당찬 성격, 자신이 누구보다 냉철한 판단력을 지녔다고 자부하는 여성 엘리자베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오해와 사랑을 다루는 통속적인 로맨스다.
통속 소설의 전형성 속에서 제인 오스틴은 남녀 주인공 및 그들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성격과 심리 묘사를 세밀한 필체로 이끌어 나간다. 그녀의 작품이 흡입력 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의 오해, 관계 회복과 마침내 이루어지는 사랑,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서사 속에서는 당시 영국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사랑과 결혼에 대한 비판도 들어있다.
사랑 없이도 할 수 있는 결혼. 그런 인물들에게도 자기변명의 여지를 주지만, ‘애정이 없는 결혼은 할 수 없다’며 막대한 재산을 지닌 남자의 청혼을 거절하고 일평생 독신으로 가난하게 살았던 제인 오스틴의 삶은 그녀의 작품에 진정성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