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허 스님의 『신화엄경합론』을 잇는
우리 시대 또 하나의 『화엄경』 역경 대작불사!
“여러분은 화엄경이라는 경전에 대해서 귀가 따갑게 들으셨을 것입니다. 화엄경의 본래 모습이 무엇인가 하면, 저 차 소리, 기차 소리, 온갖 잡소리, 새소리, 벌레 소리, 산비탈의 물소리, 우주 전체가 화엄경 아닌 것이 없습니다. (중략) 그렇게 되면 전체가 화엄경입니다. 전체가 화엄경이라고 한다면 따로 들을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부처를 따로 찾을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지옥을 피할 이유가 없으며, 천당을 구할 이유가 없습니다. 살았다고 좋아할 것이 없고, 죽는다고 서러워할 것이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화엄경 도리입니다.”
-탄허 스님, 『탄허 강설집』 중에서
‘불교 경전의 꽃’이라 불리는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약칭 『화엄경』)은 부처님이 깨달은 진리의 세계를 보여주는 최상의 경전이다. 하지만 천상과 지상을 오가며 일곱 곳(7處) 아홉 차례(9會)에 걸쳐 설해진 『화엄경』의 내용이 워낙 깊고 오묘한 데다 그 분량 또한 방대하여, 불교에 해박한 사람들도 접근하기 어려운 경전이다.
이에 대강백 탄허(呑虛, 1913~1983) 스님이 『화엄경』 번역을 비롯해 중요 화엄학 관련서를 모두 집대성하고 현토역해(懸吐譯解)하여 『신화엄경합론(新華嚴經合論)』(전 47권)을 간행하였으니(1975년), 이는 한국 근대불교사에 획기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다. 번역과 출판에 무려 17년이 걸렸으며, 원고 매수 62,000장에 이르는 대작불사였다. 이 책을 계기로 스님들을 비롯해 재가불자들도 불교 경전에 쉽게 다가가기 시작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점차 기복신앙이 주를 이루던 신행 풍토가 진리탐구의 수행 정진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신화엄경합론』이 간행된 지도 어느덧 5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현대인의 안목으로는 방대하게 집대성한 화엄경의 요체를 쉽게 따라가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춰 『화엄경』의 개요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좀더 간결하고 명확한 『화엄경』 강설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에 탄허 스님의 제자인 탄허기념박물관장 혜거 스님이 불교TV를 통해 『화엄경』 강좌를 열고, 이를 토대로 『화엄경』 역경의 또 다른 대작불사 원력을 세우게 되었다. 『화엄경소론찬요(華嚴經疏論纂要)』 120권을 현토(懸吐)하여 완역하는 지난한 과정이 시작된 것이다.
『화엄경』의 묘체(妙諦)를 밝혀주는
오늘날 최고의 『화엄경』 주석서, 『화엄경소론찬요』
10년에 걸쳐 완간(전 26권) 대작불사 회향!
『화엄경소론찬요』는 명말청초 때의 도패(道霈, 1615~1702) 대사가 약술 편저한 책으로서, 청량 국사의 『화엄경소초(華嚴經疏鈔)』와 이통현 장자의 『화엄경론(華嚴經論)』의 정요만을 뽑아 편집하였다. 청량소초는 철저한 장구(章句)의 분석으로 본말을 지극히 밝혀주었고, 통현론은 부처님의 논지를 널리 논변하여 자심(自心)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청량소초와 통현론은 『화엄경』을 상세하게 해석한 양대 명저(名著)이다. 『화엄경소론찬요』는 이 방대한 해석을 보다 쉽고 간명하게 축약하여 동시에 풀어주고 있어, 『화엄경』의 묘체(妙諦)를 밝혀주는 오늘날 최고의 『화엄경』 주석서이다.
혜거 스님은 이 『화엄경소론찬요』를 대본으로 하고, 다시 탄허 스님의 번역을 참고하면서 현대인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번역서로 편저하였다. 혜거 스님의 번역은 군더더기 없는 직역을 특징으로 한다. 번역 당시의 유행하는 문체로 번역하면, 이삼십 년의 세월만 지나도 그 뜻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화엄경』 역경 대작불사의 첫 결실을 맺은 『화엄경소론찬요』 1·2권은 『화엄경』 80권본 39품 중 「세주묘엄품」에 해당하며, 원본 『화엄경소론찬요』 120권 중 제1권부터 제11권까지의 분량이다. 「세주묘엄품」은 『화엄경』 전체의 서론이자 총론에 해당하며, 법회에 모여든 인물들을 통해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는 내용이다. 혜거 스님이 번역에 몰두하여 문체를 통일하고 교정하는 데만 꼬박 2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후 1년에 두세 권씩, 10년 동안 총 26권 분량으로 완역하겠다는 원을 세웠다.
스님의 원력대로 2017년 『화엄경소론찬요』 3·4권, 2018년 5·6권, 2019년 7·8·9권, 2022년 10·11·12권, 2023년 13·14·15·16권, 2024년 17~23권이 순차적으로 간행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간행된 마지막 3권(24~26권)은 『화엄경』 80권본 39품 중 마지막 39품(입법계품)에 해당하며, 이로써 10년에 걸친 『화엄경소론찬요』 완간(전 26권)이라는 대작불사의 회향을 맞이하게 되었다.
『화엄경』은 부처님 세계에 대한 참모습을 밝히며, ‘진정한 삶이란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준다. 진리의 세계는 중중무진(重重無盡) 연기의 세계이며 동체대비(同體大悲) 사상이 실현되는 곳이다. 우리는 누구이며, 이 세계는 어떤 곳이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이 바로 『화엄경』 속에 펼쳐져 있는 것이다. 탄허 스님의 말씀처럼 “화엄경이라는 경전에 대해 귀가 따갑게” 들어왔지만, 방대한 분량과 난해한 내용으로 인해 『화엄경』에 다가갈 엄두를 못 냈다면, 『화엄경소론찬요』 일독을 권해본다. 비로소 불교적 세계관을 이해하며 진리의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