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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린디합을

그들에게린디합을

  • 손보미
  • |
  • 문학동네
  • |
  • 2013-08-06 출간
  • |
  • 272페이지
  • |
  • ISBN 9788954621519
★★★★★ 평점(10/10) | 리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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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담요
폭우
침묵
그들에게 린디합을
여자들의 세상
육 인용 식탁
과학자의 사랑
달콤한 잠 ― 팽 이야기
애드벌룬

해설|신수정(문학평론가)
소설의 중력에 맞서 날아오르는

작가의 말

도서소개

2012 제3회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자 손보미의 단편소설집 『그들에게 린디합을』. 이 책은 각기 독립적인 세계를 이루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아홉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표제작 '그들에게 린디합을'을 비롯하여 '담요'. '폭우'. '침묵' 등이 있다.
2012 제3회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자,
손보미의 첫 소설집이 마침내 출간되다!

2009년 『21세기문학』 신인상 수상,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담요」 당선, 2012년 「폭우」로 제3회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 2013년 「과학자의 사랑」으로 제4회 젊은작가상 수상…… 등단 사 년차에 불과한 이 신인 소설가의 이력은 매해 수상 기록으로 채워져 있다. 좋은 소설이 순위를 매기는 일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나, 문단 안팎에서 한 소설가를 향해 쏟아진 관심과 찬사는 그것이 그저 한때를 소비할 이슈를 쫓으며 만들어진 소란이 아님을 입증하듯 오래도록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단편소설의 우아하고 세련된 품격을 보여주면서 취향을 달리하는 이들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아온 소설가 손보미가 2013년 첫 소설집을 세상에 내보낸다. 소설집에는 싱싱하면서도 무르익은 아홉 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이 작품들은 이제까지 그녀에게 쏟아졌던 상찬이 그저 빈말이 아님을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다. 각기 독립적인 세계를 이루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아홉 편의 이야기와 함께 오랜만에 소설집을 읽는 짜릿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의 중력에 맞서 날아오르는 소설가

그간 손보미의 작품을 꾸준히 따라 읽으며 첫 소설집이 발간되기만을 고대해온 독자라면 그녀의 소설세계에서 “중력”이 차지하는 의미와 무게가 상당하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뮤지컬 《위키드Wicked》에 삽입되었던 《중력에 맞서서Defying Gravity》라는 노래가사의 인용, 혹은 그것의 변형들(“나를 여기에 두지 말아요. 내가 중력을 이기고 날아오를 수 있게 도와주세요. 나는 그렇게 음탕한 여자가 아니랍니다.”_「폭우」, “당신은 언젠가 중력에 맞서서 날아오를 거요. 그리고 당신은 음탕한 여자가 아니오.”_「과학자의 사랑」), 또 스스로를 ‘린디합퍼’라고 밝히듯 그녀가 무척이나 사랑하는 스윙댄스의 일종인 린디합(이 춤을 본 누구라도 그것이 무중력 지대에서 행해지는 예술 혹은 중력을 거스르는 이들의 우아한 투쟁처럼 느껴질 것이다. 린디합에 관해서라면 이 동영상을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체면 따위는 저리 가라고 외치는 이들만이 발산하는 희열, 그로써 역설적으로 획득하는 우아한 품격. http://www.youtube.com/watch?v=M5nds-RvK_c), 그리고 「폭우」의 작가노트에서 밝힌 중력에 관한 꿈까지……
그러므로 이때의 “중력”이 한때 젊은 작가들의 어떤 경향성을 염두에 두고 사용되었던 “무중력 세대”라는 개념처럼 이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중력”의 의미는 그녀가 계속해서 건설해나갈 소설세계를 통해 조금씩 밝혀질 테지만, 오해를 피하며 조금 다른 방식으로 말하자면 그녀는 어떤 경우라도 철저히 소설과 삶의 진실 편에 서 있는 작가라고 말할 수 있다. 손보미는 우리가 흔히 소설적인 것이라 이야기하는 것들, 또 바로 그런 게 삶이지, 라고 외치는 상투적인 깨달음에 저항하며 단단한 소설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아직 그 “중력”의 비밀이 충분히 밝혀지기 전이지만 조심스럽게 말해보자면 그녀는 어떤 지루한 편견에 맞서 싸우는 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바로 이러한 방식을 통해 말이다.

영리한 기미의 포착자, 알기에 입을 다무는 세련된 침묵

손보미의 소설에 우리가 사로잡히는 이유는 산뜻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기미들 때문이다. 소설 속 인물들이 겪는, 그러나 말로는 절대 표현될 수 없는 삶의 기미들. 기미란 무엇인가? 정확히 그러한 느낌이 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삶의 균열을 예감하게 하는 어떤 순간들이 있다. 시작도, 정체도, 진행도 알 수 없는, 삶에 끼어드는 예고장 말이다. 그러니까 남편이 친구의 아내와 다리 밑에서 키스한 사실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육 인용 식탁」) 다만 뒤늦게 사진 속에서 발견한 아내의 어긋난 시선, 유달리 남편에게 친밀해 보이던 친구의 아내 그러한 것들을 불현듯 눈치채는 순간 우리는 삶이 그 삐걱이는 소리를 높여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듣게 된다. 또는 이런 것이다. 아이가 생기지 않았으므로 아내가 본격적인 바이올린 연주를 시작하고 남편이 한때 연인이었던 대학 동기에게 빠져드는 것이라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여자들의 세상」) 다만 몸매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는 아내의 니트원피스 차림이 신경 쓰이는 것, 위로의 뜻으로 자신의 손등에 손을 얹은 대학 동기의 다정함을 우정의 표현으로 규정하려는 안간힘 이런 식으로 어떤 진실을 애써 외면하려는 노력이 한계에 부딪칠 때 우리는 그 기미가 예고하는 관계의 파탄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손보미는 구구절절한 설명 대신 오로지 기미만으로 견고하다고 믿어왔던 삶이 와지끈 부서지는 순간을 놀라운 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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