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사용된 저본은 위에서 말한 파우스뵐의 PTS 영역본이다. 그러므로 이 책 역시 중역본에 속한다. 필자는 영어학자나 영어전공자가 아니고, 영어를 생활언어로 사용하는 환경에 속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영어에 조예가 깊지 못하여, 사전이나 단어장을 참고하여 앞뒤 연결하여 근근이 읽어가는 초학의 수준에 불과한 능력이지만, 언어적 능력의 고하와 관계없이 순전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숫타니파타의 아지 못할 힘에 이끌려 이 대단한 책의 번역을 시도해 보게 되었고, 한 문장, 한 문장 차례차례 풀어나가면서 저도 모르게 이 작업에 깊이 빠져들어 몰두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몇 년에 걸쳐 숫타니파타 전문을 나름대로 번역하기에 이르렀고, 이 결과물이 학문적으로나, 언어학적으로나, 번역의 충실도나, 완성도 등등 어떠한 측면에서 보더라도 아무런 객관적 의미를 갖지 못하는 수준에 불과함을 스스로 잘 알고 있지만, 결과물이 나온 이상 책으로 엮어내고 싶다는 또 다른 거역하기 어려운 욕망에 사로잡혀 헤어나지 못하게 되었고, 마침내 기어이 책을 펴냄으로써 사계의 문전을 어지럽히는 어리석음을 범하고야 말았다.
이에 대단히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상재하는 바이니, 부디 사계의 학자들이나 승려들, 법사들, 그리고 숫타니파타를 사랑하시는 불자들이나 독자 여러분들의 너르고 너른 양해를 바라고 바랄 뿐이다.
- ‘덧붙이는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