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지 못하는 학생
가르치지 못하는 교사
2023년에는 유독 학교에서 비극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불거진 문제들이 학교의 정문을 지나 사회에서도 심각하게 다뤄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더는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 교사들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것이 2023년 교사 집회였다. 총 11회차, 10만이 훌쩍 넘는 교사들이 모여 낸 목소리는 아주 간단하고 명료했다.
‘학생은 배울 수 있게, 교사는 가르칠 수 있게.’
학교에서 배우고 가르치지 않는다면 도대체 뭘 한다는 걸까. 얼핏 듣기에 너무 당연한 말인데, 교사들이 바라는 건 오직 그것 하나뿐이었다. 거꾸로 말해 지금 학교에서는 제대로 된 배움과 가르침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말이었다. 도대체 어떤 문제들이 아주 평범한 형태의 배움과 가르침마저 쉽지 않은 일로 만들고 있는 걸까.
사회의 시선, 만능 해결사의 필요, 악성민원, 학교폭력…
위태로운 교실의 현주소
“교사는 공노비다”, “교직 탈출은 지능 순이다” 교사들의 커뮤니티에서 자조적으로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극단적인 사건 사고가 아니더라도, 매해 새로이 갱신 중인 초등교원의 중도 퇴직률을 보면 이런 말들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2010년대만 해도 공무원만의 안정성과 훌륭한 워라밸로 각광받던 교사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교사, 장학사, 교원단체장, 연구소장, 전국 단위 강사 등을 거친 저자는 이 문제를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진단한다.
첫째, 교사를 전문가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인 시선. 몸이 아프면 병원을 가고 법률 상담이 필요하면 변호사를 찾지만, 교육에 관한 질문이 떠오를 때 교사를 찾는 사람은 없다. 둘째, 학급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홀로 해결해야만 하는 업무 과중. 돌봄이나 방과후학교를 비롯한 추가 업무는 말할 것도 없다. 셋째, 일부 극성 학부모와 악성민원 문제. 마치 교통사고나 자연재해에 비견될 정도로 어찌할 수 없는 문제는 학교를 넘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그럼에도 오래도록
교사로 남고 싶다는 것
여러 사회적인 이슈를 맞아 교사의 일을 되짚어보고, 교사로서 잘 살아가기 위한 고민을 풀어낸 책이 『그래도 네가 선생님을 했으면 좋겠어』이다. 또 이 책은 학교의 문제를 진단하고 위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무섭도록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상에 발맞춰, 교사들 역시 바꿀 건 바꾸고 새로이 익힐 건 익혀야만 한다고 명확하게 이야기한다. 이를테면 미래교육, AI 디지털교과서, IB 교육 등에 대한 개념의 이해를 돕고 그것들의 이슈 포인트를 분명히 짚어준다.
여러 이야기들을 하며 저자가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결국 이러하다. 교사로 살아가기에 그리 수월한 시대는 아니지만, 교사의 일이 여전히 가치 있고 의미 있다는 것. 그런 자신은 자신의 말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가능한 한 오래도록 평교사로 학교에 남아 있고 싶다고 한다. 이처럼 쉽지 않은 시대에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있음에도 교사가 되고 싶은 당신, 교사로 살아갈 방법을 고민하는 당신이 가능한 한 오래도록 함께 이 길을 걸어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래도 네가 선생님을 했으면 좋겠어”라고 읊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