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저자가 오랫동안 주목한 한국 근대전환기 유학의 현실 인식과 대응을 도덕중심주의의 내재적 분화와 외재적 극복의 측면에서 조명한 연구 성과를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내재적 분화의 양상은 이 시기 퇴계학파의 마지막 성원이었던 서산 김흥락과 그 제자인 동산 류인식, 해창 송기식의 현실 인식과 대응을 통해 살펴보고, 외재적 극복의 측면은 동학사상의 전통 유학에 대한 계승과 극복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그리고 이를 통해 유학의 사상적 본질, 근대전환기라는 역사적 상황에서 노정한 한계,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려는 다양한 사상적 모색의 귀결을 제시한다.
저자가 이 시기 유학에 주목하는 이유는 현재적 문제의식에서 기인한다. 근대전환기의 유학은 그저 사람들에게서 정신적, 사상적 지위를 상실한 것일 뿐, 지금까지도 우리 마음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으며, 우리 사회에 여전히 일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유학의 현대적 의의와 역할에 대해 캐묻고 탐색하는 것이 여전히 의미 있고 필요한 작업이라 여긴다.
이 책이 한국유학사에서 어느 시기보다 현실과 사상의 상호작용이 강렬했던 당시의 사상적 지형을 조망하는 데에 미력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