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에서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민중적인 불교신앙은 무엇일까? 부처님은 열반 직전에 스스로를 등불 삼고, 진리를 등불 삼아 정진하라고 제자들에게 부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마음의 의지처, 신앙의 대상을 찾기 시작했다. 그 대상은 부처님에서 여러 보살들로 확대되었으며, 그 보살들은 각기 자신의 영역과 영험을 소유하게 되었다. 그중 대승불교에서 신앙의 대상으로 가장 폭넓은 영역과 강력한 영험을 소유하고 있는 보살이 바로 관음보살이다. 특히 한국불교의 경우, 고려시대에서 조선시대로 갈수록 관음신앙의 확산 또는 관음신앙에로의 수렴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수많은 관음보살상과 관음보살도의 제작 그리고 사찰 건축에서 관음사, 관음전, 원통전의 건립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관음신앙 현상을 뒷받침하는 그 실체는 어디에 있는가?
이 책은 관음신앙의 원천은 불교경전에 근거를 두고 있음에 주목하여 관음신앙을 표방하는 경전들을 추출하여 이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그 전개과정을 추적함으로써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고 보편적인 불교신앙인 관음신앙의 진면모를 밝히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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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신앙은 불교신앙이고, 불교신앙은 불교경전에 근거를 둘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책에선 무엇보다 관음신앙을 표방하는 경전들을 시대별로 추출하여 이들을 면밀히 분석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관음신앙의 형성과 전개에 어떤 경전들이 영향을 미쳤는지 고찰하고 있다. 종교는 크게 교리, 신앙, 의례로 구성된다. 교리는 성인의 말씀을 기록한 경전에 나타나 있고, 이 교리의 계승을 위해 신앙과 종교의례가 뒤따른다. 이렇듯 신앙은 종교 교리와 경전에 바탕을 둘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먼저 불교신앙의 대표격인 관음신앙은 어떤 경전들에 근거하여 형성되고 전개되어 왔는지 그 구체적 연관관계를 고찰하고 있다.
이어서, 관음신앙의 전개과정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사바와 극락에 두루 머무르며 모든 중생의 고민과 고난을 해결해 준다는 관음보살의 위신과 권능은 무한대에 이르나, 그것이 역사적 표면에 드러난 모습은 일정한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관음신앙이 실제 간행된 경전들에서는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그 경전들에 나타난 관음보살의 모습을 중심으로 관음신앙이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를 고찰한다.
마지막으로, 어떠한 역사적 과정을 거쳐 관음신앙이 대다수 민중들의 보편적 신앙 대상으로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를 고찰하고 있다. 예컨대 오늘날 관음신앙이 성행하는 대표적인 지역은 티베트일 것이다. 티베트인들이 숭앙하는 달라이라마는 관음보살의 현신으로 인정되며, 관음보살을 찬탄하는 육자진언 ‘옴마니반메훔’이 일상화되어 있다. 그리고 이 육자진언은 조선시대에 다수 간행되어 유통되었는데, 수행의 방편으로 사용되었을지는 몰라도 일반 백성들 마음에 스며들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관음신앙과 관련하여 현재 한국 불교신자들이 가장 일반적으로 암송하는 주문은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이라는 미타관음 진언 또는 염불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한반도에 불교가 들어와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어 나갔으나 민중들 마음에 남은 마지막 고갱이인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다. 이어서 관음 관련 경전을 추출하고 분석하는 데 있어 고려와 조선시대에 실제 간행되어 유통되었고 관음신앙을 직접적으로 표방하는 경전들과 영험전, 예참문 등에 주목하여 이를 하나씩 분석하고 있다. 경전의 내용 구성과 출전을 분석하는 방법, 텍스트 구성의 변천을 검토하는 방법, 그리고 경전의 주요 간행본을 정리하는 이 세 가지 방법을 적절히 적용하여 각 경전의 내용과 역사적 맥락을 검토함으로써 여기에 내포되어 있는 관음신앙의 실체와 참된 면모를 집중적으로 밝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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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 책은 한국 불자들에게 가장 친근하고 대중적인 불교신앙인 관음신앙의 역사적 발생과 전개과정에 대해 각 시대마다 간행된 관음 관련 경전들을 하나하나 세밀히 분석하고 비교 검토함으로써 관음신앙의 전모를 제대로 밝히고자 시도한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믿음과 신앙, 특히 관음신앙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겐 반가운 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