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을 파면하는 것이 옳은가, 그른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내란 범죄로 탄핵됐다. 2004년과 2016년에 이어서 이번이 세 번째 대통령 탄핵이다. 국회는 2024년 12월 14일 토요일 재적의원 300명 중 204명의 찬성으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했다. 탄핵사유는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의 선포와 국헌 문란의 내란 범죄이다.
현직 대통령이 내란을 일으켜서 나라의 헌정질서를 어지럽혔다는 것으로, 국회는 구체적인 내란 행위로 국회를 무력화하려 했다는 점을 꼽았다. 계엄사령부는 포고령을 통해 국회의 정치적 활동을 금지한다고 발표한 다음 무장 군인들을 동원해 국회의 유리창을 깨고 의사당 건물로 진입시켰고, 경찰은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막으며 국회가 계엄 해제 결의하는 것을 물리적으로 차단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내란죄에 해당하는지, 현직 대통령을 탄핵·파면할 만한 사유가 되는지일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65조에 따라 ‘직무수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경우’라는 탄핵사유에 해당하는지 말이다. 만일 대통령의 통치행위로 평가되어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 문제는 달라질 수도 있다.
“내란죄에 해당하는가?”
우선 내란죄에 대해 살펴보자. 형법 제87조는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자는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내란의 수괴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 사람을 살인한 경우, 사형, 무기징역,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것에 비해 내란죄는 처벌 형량이 대단히 높다. ‘국헌 문란’에 대해 형법 제91조는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과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의 두 가지로 정의했다. ‘전복’은 뒤집는다, 뒤집어엎는다는 말이다.
내란죄가 보호하려고 하는 법적 이익은 국가(대한민국)의 기본 질서이다. 내란죄는, 대한민국의 기본 질서를 뒤집어엎으려는 ‘국헌 문란’의 목적으로 다수가 폭행, 협박하면서 폭동을 일으킨 경우 성립한다. 내란죄는 ‘위험범’이다. 위험범은 법익(법적 이익) 침해의 위험이 생긴 것으로 충분하고 침해의 결과가 실제로 생길 필요까지는 없는 범죄를 말한다. 만일 내란이 성공하면 그때는 혁명으로 인정받고 새로운 질서가 수립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내란 같은 경우, 헌정질서 전복의 위험만 있으면 죄가 성립되고 위험이 현실화하여 실제로 국가기관이 무력화될 필요까지는 없다.
“현직 대통령을 탄핵·파면할 만한 사유가 되는가?”
-대통령 탄핵 파면에 있어서 중대성 문제-
우리 헌법 제65조의 ‘직무수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헌법재판소의 재판결과에 따라 정해질 것이다. 민사나 형사, 행정이 법원의 재판 사항이듯이 헌법 문제는 헌법재판소의 판단 사항이다. 헌법재판소는 1, 2, 3심이 없고 한 번의 재판, 단심으로 끝난다.
임기 중인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것은, 국민이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게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다시 박탈하는 것으로 국정의 공백과 국가적으로 큰 손실을 불러온다. 아울러 대통령을 임기 중 파면하면 지지하는 국민과 반대하는 국민 간의 분열과 반목으로 인해 정치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대통령의 파면이 이런 중대한 결과(효과)를 가져온다면 대통령의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 역시 그만큼 중대성을 가져야 하는 것임은 당연하다.
우리나라의 대통령 탄핵의 경우,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재판 이래로 대통령의 탄핵·파면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헌법위반이나 법률위반 같은 위반행위가 중대해야 한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중대하다는 의미에 대해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해야 하고 대통령이 국민 신임을 배반했다는 관점에서 중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수호 관점에서의 중대성에 대해, 대한민국 헌정질서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핵심으로 하는데 민주주의원리와 법치국가원리의 2가지로 구성된다고 하면서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의회제도나 정당제도, 선거제도, 그리고 법치국가원리를 구성하는 인권 존중, 권력분립, 사법권 독립에 반하는 ‘적극적 위반행위’를 하는 경우 대통령의 파면이 정당하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현직 대통령의 파면을 정당화할 만한 위반행위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예시했다. “대통령이 헌법상 부여받은 권한과 지위를 남용하여 뇌물수수, 공금의 횡령 등 부정·부패행위를 하는 경우, 공익실현의 의무가 있는 대통령으로서 명백하게 국익을 해하는 활동을 하는 경우, 국가조직을 이용하여 국민을 탄압하는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 선거의 영역에서 국가조직을 이용하여 부정선거운동을 하거나 선거의 조작을 꾀하는 경우”에 더 이상 대통령에게 국정을 맡길 수 없을 정도에 이른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국민 신임을 배반한
대통령의 거짓말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 시 ‘국민 신임 관점의 중대성’에 대해서 판단했다.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이 사과를 하기는 했는데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진정성 없는 사과를 했고 진상 규명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검찰이나 특검 조사에 불응하고 압수·수색도 거부한 점을 지적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진정성 없는 사과를 하고 국민에게 한 약속도 지키지 않아 헌법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인정하고 바로 이어서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로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인정한 것이다.
물론 대통령이 거짓말을 한다고 형사상 범죄가 성립하는 것도 아니고 그 자체로 헌법위반이나 법률위반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라는 최고의 공직(public office)은 국민의 신뢰 위에 존재하는 것이므로 국민의 신뢰라는 토대가 손상되고 무너진다면, 그래서 국민이 최고 지도자 대통령의 말을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면 큰 문제이다. 예를 들어서 대통령이 여러 차례 거짓말을 반복하면서 뻔한 것을 대놓고 거짓말하고, 사소한 점에 관해서가 아니라 중요한 점에 관해서 사실과 완전히 다른 거짓말을 의도적으로 반복한 것이 쌓여서 대통령이 입만 열면 거짓말한다고 국민이 판단하고 도저히 대통령의 말을 못 믿겠다는 정도가 된다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추락하고 정상적인 국정 수행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런 상황에서 의회(국회)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발의된다면 대통령이 그동안에 국민이 준 신뢰(신임)를 배반했다는 ‘실질적 탄핵사유’가 작용하여 대통령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대통령 탄핵제도에 관한 개념서이자
지금 가장 중요한 사안에 대한 쟁점 보고서이다!”
대통령 중심제(대통령제)는 사실 미국이 창안해 낸 제도이다. 1787년 필라델피아에 모인 미국 식민지 대표 55인이 합의해서 그때까지 없던 제도로 만들어 낸 것이 대통령제이다. 그런데 강력한 권한을 가지는 한 명의 대통령에 최종적으로 합의하기는 했지만, 동시에 이런 막강한 권력을 부여받은 한 사람 대통령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영국의 왕처럼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국민에게 책임도 지지 않는 존재가 될 것을 우려했다. 그래서 대통령 탄핵제도를 설계하고 미국 헌법에 반영해 넣었다. 대통령제와 대통령 탄핵제도가 하나의 패키지처럼 동시에 미국 헌법에 반영된 것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약 230여 년 대통령 중심제를 운영하면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1974년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스캔들에 따른 하원 법사위원회의 탄핵소추를 포함해 5건 있다. 그리고 연방 법관의 탄핵소추가 15건으로 전부 스무 건 정도이다.
우리나라는 2004년 탄핵 심판이 기각됐던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와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을 받은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가 있다.
이 책 『대통령 탄핵 보고서』는 “대통령은 어떤 경우 탄핵·파면되어야 하는가?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이 정당화되는 경우는 어떤 경우인가?”라는 중요 쟁점을 다룬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 클린턴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노무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과정을 통해서 대통령 탄핵과 파면에 관한 중요 쟁점과 의미를 살펴본다.
초대 공수처장으로 소정의 임기를 마친 김진욱은 헌법재판소 선임헌법재판관으로 10여 년간 헌법을 연구해왔다. 특히 대통령 탄핵제도에 관해서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한 편 이상 탄핵을 주제로 우리말과 영어로 국내외에서 논문을 발표해왔다. 서울지방법원, 헌법재판소, 대형 로펌, 형사사법기관 공수처까지, 법률가라면 가고 싶은 모든 기관을 거친 초대 공수처장이 직접 쓴 이 책 『대통령 탄핵 보고서』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여러분이 재판관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리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