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경제국보 1호,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1고로
대한민국의 국보 1호는 숭례문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경제국보 1호’는 무엇일까? 2011년 중앙일보사에서는 신년기획의 일환으로 경제산업 전문가 55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단을 위촉해 대한민국의 경제국보를 선정했는데, 이때 경제국보 제1호로 포항제철소 1고로(용광로)가 최종 선정되었다. 포항제철소 1고로의 역사는 포스코의 역사와 그 출발점을 같이 한다. 포항의 영일만에서 1970년 4월 1일 착공한 포항제철소는 3년 2개월이 지난 1973년 6월 9일에 첫 쇳물을 쏟아 냈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제1고로였다. 철강 생산이라는 국가 제조업의 중추를 맡았던 포항제철소 1고로는 자신의 존재감을 세상에 알린 지 48년 6개월 만인 2021년 12월 29일에 수명이 다했다. 그렇다면, 포항 1고로는 산업화의 상징물이자 포항이라는 도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중요한 산업문화콘텐츠로서 어떻게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포항의 시그니처, 포항 1고로의 네버엔딩 스토리
저자는 포항 제1고로의 모형을 전문가들의 기획을 통해 파리의 에펠탑처럼 다양한 유형의 굿즈로 제작하거나 1고로에 대한 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하는 일, 포항역 광장에 1고로를 주제로 한 공공미술 작품을 설치하거나 포스코 철강인들의 역사를 기록해 서사화한다면 관광객을 위한 홍보 효과뿐만 아니라, 포항 시민들에게도 역사와 문화의 자긍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리라 전망한다. 그런가 하면, 영일만의 백사장 일대를 소재로 전해져 내려오는, 대나무를 소재로 한 조선시대의 유명한 풍수가였던 이성지의 시와 제1고로를 연결시킬 수 있는 스토리텔링의 가능성도 발견한다. 수백 년 전부터 내려오는 이 시에는 포항제철의 설립과 관련된 예언적 내용이 담겨 있어 포항에 종합제철소가 들어서게 된 것이 옛날부터 이미 정해진 일이었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나아가 대나무의 생명력과 재생의 의미를 포항 철강 산업의 발전과 부흥을 상징하는 이미지와 연결하여 대나무 생태공원을 조성할 수도 있음을 제안한다.
‘최부자’가 전해주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문화콘텐츠 만들기
영화 〈기생충〉이 현대사회의 계층 간 불평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면, 경주 교동에 있는 최부잣집 고택은 부자와 빈자의 크레바스가 어떻게 메워질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최부자댁은 경주시 교동에 소재한 만석꾼 경주최씨 집안의 가옥으로 1971년 5월 27일 국가민속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경주의 수많은 문화콘텐츠 가운데 저자가 최부자댁에 주목하는 것은 부의 양극화가 전 세계적인 사회 문제로 부상한 요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이 깃든 최부잣집의 이야기가 단순히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보편적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경주 최부자댁은 한국의 전통적 가치와 부의 윤리를 대표하는 역사문화콘텐츠이다. 최부잣집의 이야기에는 유교적 전통, 부의 철학, 그리고 사회적 책임이라는 중요한 주제들이 내포되어 있으며, 이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교훈을 제공한다. 최부잣집의 사례는 부와 명예가 단순히 개인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닌, 사회와의 공존을 위한 공공재적 성격도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학과 가치가 반영된 스토리텔링은 대한민국의 문화콘텐츠를 더욱 빛나게 한다. 저자에 따르면 최부잣집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오늘날 사회적 기업이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같은 현대적 개념과도 연결할 수 있다. 또한 경주 최부자 가문의 12대 스토리를 역사소설이나 드라마, 영화 등으로 제작하거나 SF 소재로 경주 최부잣집 이야기를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령 현재의 기업 경영자가 경주 최부잣집 시대로 타임 슬립해서 최부자와 마주하게 된다면, 시간을 초월해서 만난 두 부자가 어떠한 대화를 나눌까 상상해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