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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최고 미용실

나최고 미용실

  • 정은정
  • |
  • 봄볕
  • |
  • 2025-02-03 출간
  • |
  • 92페이지
  • |
  • 148 X 210 X 6mm / 180g
  • |
  • ISBN 979119315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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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아무거나 문방구》 정은정 작가의 신간, 이번 무대는 미용실이다!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보물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사소하고 구체적인 물건부터 크고 추상적인 대상까지, 셀 수 없이 다양한 답이 나올 것이다. 《나최고 미용실》의 주인공 왕구가 간직한 보물은 조금 특별하다. 바로 자기 용돈을 모아서 산 미용 가위 세트와 일곱 살 때부터 써 온 미용 수첩이다.
《아무거나 문방구》로 제28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을 받은 정은정 작가가 문방구 다음으로 조명한 일상 속 공간은 미용실이다. 미용사를 꿈꾸는 왕구는 늦은 나이에 미용실을 차린 나최고 할머니를 만나 파트너로 일할 기회를 얻는다. 왕구는 아픈 아빠와 아빠 몫까지 가정을 책임지느라 바쁜 엄마 아래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나아간다. 개성 넘치는 인물과 아기자기하면서도 정겨운 맛이 묻어나는 미용실을 최도은 그림 작가가 부드럽고 귀여운 삽화로 구현했다. 어느 골목길 사이에 진짜 있을 법한 미용실에서, 소소하지만 가슴 뭉클한 마법이 시작된다.

미용사를 꿈꾸는 소년과 늦깎이 미용사 할머니의 만남
왕구는 꿈이 뚜렷한 열한 살이다. 한글을 뗄 무렵부터 머리 스타일 사진을 모아 미용 수첩을 만들어 오고, 꼬박 3년 동안 용돈을 모아 미용 가위 세트까지 장만했다. 뇌출혈로 일상생활이 어려워진 아빠를 보살피며 아빠의 머리를 직접 잘라 주려 하는 씩씩하고 의젓한 소년이다. 하지만 엄마는 왕구의 꿈이 탐탁지 않다. 미용사인 엄마는 자기 때문에 왕구가 어쭙잖은 장난을 한다고 생각하고, 진지하게 미용사가 될 거라 항변하는 왕구에게 “아무튼 안 된”다고 일갈한다.
왕구는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던 도중 우연한 사고로 나최고 할머니를 만난다. 할머니가 근처에서 미용실을 한다는 말에 눈을 반짝이며 함께 미용실로 향한다. 골목길 안쪽에 자리한 미용실은 커다란 글씨로 ‘나최고 미용실’이라 적혀 있었다. 미용실 앞의 회전 간판이 마법봉 같지 않냐는 할머니 말에, 왕구는 엄마한테서 나는 파마약 냄새가 사람을 변신시키는 마법 물약처럼 설렌다고 응수한다. 그 뒤로 왕구는 하굣길에 일부러 빙 돌아 나최고 미용실을 지나친다. 그러던 어느 날 미용실 앞에 붙은 파트너 구인 광고를 보고 성큼 미용실로 들어간다. 왕구가 자기는 어려서 안 되냐고 묻자 나최고 할머니는 아이든 노인이든 안 되는 게 어디 있냐며 반갑게 맞아 준다.
미용실에는 나최고 할머니 말고도 날마다 앞머리를 정성스레 말아 올리는 미쓰봉 할머니, 커다란 입만큼 호탕한 네시땡 할머니가 터줏대감처럼 있다. 미용실을 찾는 손님도 하나같이 독특하다.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으로 정수리를 겨우 덮은 할아버지, 미용실을 하도 오랜만에 와서 우물쭈물하는 아주머니, 머리를 자르기 싫어 엄마 손에 끌려온 여자아이까지 저마다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그때마다 나최고 할머니는 재치를 발휘해 손님 마음에 쏙 드는 머리 스타일을 손끝에서 탄생시킨다. 센스와 열정만큼은 여느 젊은이 못지않은 할머니 곁에서 파트너로 경험을 차근차근 쌓아 가던 왕구는 드디어 자신의 첫 손님을 맞이한다.

꿈과 사람이 엮이며 만들어 내는 마법
《나최고 미용실》은 개성파 인물이 한데 모여 웃음을 자아내는 한편, 왕구 가족의 일화를 다루며 휴먼 드라마다운 매력도 잃지 않는다. 정은정 작가는 재미와 감동 사이에서 능수능란하게 줄타기를 해낸다. 왕구와 나최고 할머니를 주축으로 여러 인물이 얽히며 생기는 인간관계도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왕구와 나최고 할머니, 왕구와 엄마 아빠, 나최고 할머니와 손님들, 나최고 할머니와 친구 할머니들은 저마다 정을 차곡차곡 쌓으며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꿈을 펼치는 데 이르거나 늦은 나이가 없다는 말은 상투적으로 들릴지 모른다. 《나최고 미용실》은 익히 들어 보았을 이 메시지를 세련되게 풀었다. 정은정 작가는 왕구와 나최고 할머니의 꿈을 이야기하며 독자의 꿈은 무엇인지 묻는다. 독자가 동화 속 주인공의 꿈을 응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독자 스스로의 꿈까지 응원할 수 있게 등을 토닥인다. 왕구와 나최고 할머니의 가위질에서 피어나는 마법은 손님의 머리 스타일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바꿀 만큼 강력하다. 이 마법을 부리려면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 간판이나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 파마약보다도 더 중요한 준비물이 있다. 나이가 어려서, 나이가 많아서, 어떤 이유로든 지레 포기하지 않고 꿈을 찾아 거듭 고민하고 애쓰는 마음이다. 이 마음만 갖추었다면 손에 쥔 어떤 도구든지 멋진 마법 지팡이가 될 것이다.

목차

아무튼, 안 돼 … 7
나최고 미용실 … 15
파트너 구함 … 23
첫 번째 손님:그 머리가 어때서? … 38
두 번째 손님:미운 오리 엄마 … 49
세 번째 손님:공주님 납시오 … 58
꼭 하고 싶은 것 … 69
왕구의 첫 손님 … 77
작가의 말 …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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