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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계절의 초상

그 계절의 초상

  • 김영권
  • |
  • 가꿈
  • |
  • 2025-02-17 출간
  • |
  • 224페이지
  • |
  • 153 X 225mm
  • |
  • ISBN 9791191526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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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ㆍ-독자가 독자에게_참신하고 새롭다 그리고 아름답다
박영규

형님의 문학 작품을 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동안은 내가 책을 읽은 것도 책에 대해 소회를 느낀 적도 앗싸리 없었다.
그럼에도 내가 감히 형의 글에 대해 짧게나마 소회를 쓴다는 것이 영광이며 감개무량하다.

전체적으로 형의 글은 참신하고 새롭다. 그러면서도 아름답다.

표제작인 「그 계절의 초상」은 본인이 직접 겪은 일종의 경험담이다. 진솔한 필체로 담담하게 씌어진 알코올 환자의 고백서의 일종이다.

나는 오늘 다시 술을 마셔도 된다고 금세 마음을 바꾼다. 내일 늦은 시각에 가족들이 공항에 도착하므로 부담이 적고, 빨리 잠들면 된다. 이제 조금만 더 작업하면 끝이 보일 것이다.
술을 마신다. 빈 술병들이 희미하게 기립해 있다. 1개 분대分隊는 넘을 듯하다. 눈이 가물거린다. 눈꺼풀이 조금씩 경련을 일으킨다. 모니터 화면의 글씨가 흐늘흐늘거린다. 글씨들이 하나둘씩 날갯짓한다. 곤충들이 되어 붕붕 날아오른다. 독기를 잔뜩 품은 날벌레다. 방 안을 가득 채우며 난무亂舞한다. 혼을 빼놓는다. 누군가가 맥없이 쓰러진다.
죽음보다 더 깊은 심연 속으로 서서히 침몰한다. 절대로 헤쳐 나오지 못할 칠흑 같은 곳에서 몸뚱어리는 미동도 하지 못한다. 겨우 남아 있던 의식도 깔딱깔딱 숨을 멈춘다. 사방은 온통 초현실적이다. 온갖 우주가 눈 깜짝할 사이에 바뀐다. 모든 것이 존재할 수 없는 진공 상태다. 허연 공간에서 무엇들이 꿈틀거린다.
“궂은 비 내리는 음침하기 그지없는 날이다. 누추한 회전 놀이기구를 타고 나 혼자서 빙글빙글 돌고 있다. 황량한 공동묘지 같은 곳이다. 가슴팍까지 흙에 묻히어 있는 반 시체들이, 나를 잡으려고 끌어내리려고 아우성친다. 긴 머리카락을 흩트린 채, 피골이 상접한 무리들의 살기가 등등하다. 얼핏 봐도 술 때문에 사달이 난 좀비들이다. 나를 잡아 빨아 먹어야겠다며, 눈에 핏빛이 선연鮮然하다. 나는 삐딱삐딱 도는 난간을 겨우 붙잡은 채, 버럭버럭 소리 소리치며 떨어지지 않으려고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친다. 필사적으로 살려고 악을 쓰며 연신 몸부림을 쳐 본다.”
눈을 떴다. 낯설지 않은 곳이다.

평범한 알코올 환자가 아닌 환자가 직접 적어 내려간, 쉽지 않는 담대한 글이다.

또한 이 작품은 작가가 철두철미하게 계산해 가며 써 내려간 듯하다.

장마철 도시는 트릿한 얼굴로 점차 이슥해 보였다.
강 등줄기는 아나콘다로 요동을 쳤고 매끈한 자동차들은 물새처럼 날았다. 저 멀리 강 건너 아파트 불빛 사이로 명멸하는 풍경들이 술에 취한 듯 연신 건들거리고 있다.

강바람은 둔덕길 아래로 서걱서걱, 마지막 해를 밀어 넣는다. 강변 잡풀들은 황혼이 수놓은 꺼져 가는 노을을 쓰윽 끌어당기며 어둠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고 있다.
목마른 도시는 까슬까슬한 얼굴로, 곰비임비 이죽거리고 있었다.

앞쪽은 이 작품의 서두이고, 뒤쪽은 결말이다.
애초부터 글머리와 대미를 상관 지으면서 의도적으로 작품을 마무리하였다.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젊은 날의 우리들」 또한 서두에서 미리 결말을 암시하고 있다.

베란다 모퉁이의 유리병 속 알뿌리를 보고 있다.
잘 트인 창틀에서 두툼한 빨강 꽃잎 억세게 찢어 내더니, 혼절하듯 부르르 떨다니, 보아 버린 것일까, 뿌리를 내리면 내릴수록 꽃들을 올리면 올릴수록 여위어져 가는 꿈과 혼을. 알아버린 것일까, 품으면 품을수록 멀어지는 사랑을, 안으면 안을수록 다가서는 이별을.

마지막에 가서 의도한 이별을, 만나지 못할 인연을 전하지만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

버스에서 내렸다. 신호등 앞이다. 이제 건너면 그곳이다.
그이의 그림자가 있는 곳이다. 십여 년 전, 내 흔적도 남아 있는 곳이다.
나는 파란불이 세 번 바뀌어도 제자리에 있다.
가로수인 왕벚나무의 무수한 꽃잎들이 시퍼런 바람 소리에 휩쓸려, 쉼 없이 무지막지 떨어진다.
그 어디선가 벌써 남의 둥지에 슬픔을 낳아 놓은 뻐꾸기 울음소리가 오롯이 애간장을 녹인다.
나는 아직도 제자리에 있다.
파란불이 바뀌고 바뀌어도 제자리에 있다.
나는 젊은 날 사람이었을까, 짐승이었을까.

「흔들리우는 나상」은 제목에 ‘우’를 집어넣어 사동사를 만듦으로써, 뭔가 더 흔들리게 보이는 표현적・어학적 현학을 드러냈다.
이 작품에서는 주목할 것은 관련 장면을 몇 장 제시하고 집중적으로 관찰하려 했다는 점이다. 사실 이 작품은 모 신문사에, 무려 40년 전에 발표한 소설이다. 심사위원은 관련 장면을 몇 장 제시하고 집중적으로 관찰하려 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었다. 개인적으로도 제일 마지막 문장에서 도시의 차가운 일면을 보여 준 함축적인 장면이 기억에 오래 머물고 있다.

흐릿한 빗줄기 속에서 하늘과 땅은 접속되는 부분부터 흔들리우고 사멸되어 가는 도시는 낡은 금속성을 띠며 비시시 웃어 보였다.

흔들리우는 나상裸像의 보루堡壘 너머로 도시는 분명 이죽거리고 있었다.

흔들리우는 나상 너머로…….

다시 보아도 명문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낯선 방」은 부모와 아들 간에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주제로 삼고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그것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일 것이다. 게다가 이 작품이 맺은 결말은, 실로 아름답다 못해 처연스럽기까지 하다.

“지금 하고 있는 그 말이 자식에게는 큰 짐이고 무덤이다. 자식에게 늘 긍정하라. 당장 멈춰라. 사람을 자신의 입맛대로 바꾸려 하지 말라. 쓸데없는 걱정은 결국 화가 되고 병이 된다. 그저 놓아두어라. 올 것은 오고 갈 것은 간다. 그러면 근심이 멈추고 마음은 평온해질 것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라. 그뿐이다. 흘러가는 대로 그러려니 하고 살아라. 덜어 버리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길가의 풀 한 포기처럼 그냥 살아라. 너무 애쓰지 마라. 그저 놓아두어라. 다 지나갈 순간들이다.”
노승은 마지막으로 열 손가락을 펴 보이며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듯 그 여자 친구 부모도 너와 같이 않겠느냐? 받아들여라. 인생 별거 없다. 받아들여라. 어떤 이유든 인연에는 다 그만한 연유가 있는 법이다. 받아들여라.”
툇마루에 걸터앉아 깊은숨을 들이쉬는데, 내 가슴은 어느새 추수를 끝낸 가을 들판처럼 뭔지 허허롭지만 텅텅 비워져 있었다. 흘러가는 구름은 마냥 가벼워 보였고 짹짹거리는 참새 무리들은 더욱더 가벼워 보였다. 엄마와 나는 사찰에서 점심 공양을 한 뒤, 큰 동종이 있는 암자에 들러 함께 몇 번이고 타종을 하였다.

“딩 딩 딩……!”
소리는 십 리 밖까지 맑고 넓고 청아하게 멀리멀리 퍼져 나 갔다.

“세상을 밉다 곱다 탓하지 말고 마음을 그저 놓아 버려라.”
“삶은 덜어 버리는 것이고 다 내려놓는 것이며 가벼워지는 것이다.”
“집착하자 마라. 매달리지 마라. 있는 듯 없는 듯 살아라.”

“딩 딩 딩……!”
“딩 딩 딩……!”

「천정과 바닥」은 현실에서 거의 일어나지 않을, 백 프로 허구에 가까운 이야기이다.

저 멀리서 두 아내의 웃음소리가 들렸고, 무엇보다 리나의 손 흔드는 모습이 끝없이 보였다.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다만 작가의 백 퍼센트 뻥이 참으로 대단하다.

목이 졸린 그년은, 반은 나체인 상태로 음모를 뜯긴 채 귀퉁이에 처박혀 있었다. 형은 음모를 댕기처럼 묶은 대검을 가슴에 꽂고 모로 누워 있었다.
그 대검은 마치 무슨 훈장이나 되는 것처럼 형에게 야무지게 붙어 누군가를 쳐다보며 배시시 웃고 있었다. 경찰들의 손전등에 비쳐 번쩍이는 칼끝은, 눈을 부릅뜬 형의 눈동자와 같이 소름이 끼쳤다. 흰 천에 쌓인 형의 시신이 앰뷸런스에 실려 동네 모퉁이를 돌아서 멀어져 갈 때도, 형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아직 떠나지 못한 듯 보였다.

아직도 더 기다려야 할 그 무엇이라도 있음일까.
다 떠나간 골목길에서 누가, 이 밤에도 흔들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가.

「바람이 전하는 말」은 처참하고도 장엄하다.
어쩌면 작가는, 주인공이 “목이 졸린 그년은, 반은 나체인 상태로 음모를 뜯긴 채 귀퉁이에 처박혀 있었다. 형은 음모를 댕기처럼 묶은 대검을 가슴에 꽂고 모로 누워 있었다.
그 대검은 마치 무슨 훈장이나 되는 것처럼 형에게 야무지게 붙어 누군가를 쳐다보며 배시시 웃고 있었다.”라고까지 하면서 결말을 맺었을까. 그러고 보니, 작가가 정말 무섭다.

「김삐용」은 제목부터가 일종의 블랙 코미디이다.

큰 물고기를 잡거나, 잊을 만하면 주로 덫을 놓아 잡는 고라니나 흑염소도 요릿집 못지않게 조리해 먹었다. 물고기는 밥 없는 어죽으로 만들었고, 네발짐승들은 육회나 샤부샤부로 때로는 통갈비 바비큐로 풍성한 상을 차려 내었다. 한겨울이지만 달래를 뽑아 바닷물로 정제한 소금을 찍어 남부럽지 않게 포식하였다.

가히 가관인 작품이다. 작가가 참말 대단하다. 존경스럽다.

「어흥 까꿍 짠」은 여러 작품 중에서 그 전개가 가장 무난하다.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강아지가 에베레스트에 올랐다는 서술은 어디까지나 픽션이 아닌가 싶다. 〈세상에 이런 일이〉 등의 동물 관련 프로그램을 보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듯하지만 말이다. 특히 소설의 마지막 대목은 소설을 부처님 말씀처럼 한 차원 끌어올리기 위해 계산된 작가의 노력이다. 일단 독자로서는 마음에 든다.
「부처님과 칼잡이」는 중고등학생이라면 쓸 법하다 싶은, 대표적 표준 단편소설이다.

우주에서 꽃이 피어올라, 온 세상을 적시듯 꽃비가 되어 떨어진다. 만물은 온갖 세속을 씻고, 모두가 친구인 듯 울긋불긋 방긋방긋한다.
부처님 고향에서도 요사채 마당의 오래된 팽나무에 이끼가 살아 오르고 멀구슬 꽃향기가 막무가내 올라오면서, 배고픈 마음들 곁에서 떠나지 못했던 차가운 중생 같은 바람들도 경전 속으로 스며든다. 수직 바위 앞에 선 동자승도 풀짝이며 새처럼 바위 밑으로 떨어지고 마음을 빳빳하게 다림질한 청솔모도 햇살같이 재빠르게 뒤따르고 있다.
세상은 온통 부처님같이 자비롭고 온화하다.

「양아치」를 길게 늘여 쓰면 대하드라마도 될 수 있을 듯하다. 작가가 이처럼 압축하여 썼다는 게 오히려 더 대단하다.

끝으로 「어느 가을날 시골 살아 보기」 「엄마 집 가는 길」 「미아리 연가」는, 추측건대 그 대부분이 작가의 삶에서 체험한 바를 바탕으로 씌어진 것으로 보인다. 딱히 소설처럼 꾸며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거나 가공하지 않아서 편했다.

마을 어귀에는 내가 쓴 시 「지실마을」이 새겨진 큰 빗돌이 서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시사철 지나가는 등산객도 반갑게 맞는다. 어등산 지실길 안쪽, 광주광역시 변두리인 옛 산정 농촌 마을에 오백 년 된 씨족이 대를 이어 살고 있다. 점방・정미소・방앗간은 폐가된 지 오래이며, 페인트칠한 낡은 마을회관만 달랑 남아 있다. 많을 때는 백 가구가 훨씬 넘었다는데, 인근 아파트로 먼 타관으로 떠나고 지금은 금방 셀 수 있을 정도만 남았다. 그처럼 기억의 일부가 빠져나가 버린 골목에는 먼지 앉은 저녁 햇살이 낮게 지나간다. 금 간 담벼락엔 토지 수용 결사 반대라는 플래카드만 삭아서 나풀거릴 뿐, 마을은 꺼져 가는 모닥불보다도 더 온기가 없다. 노인네 몇 명만 남아, 큰 눈이 와도 제설 작업은 엄두를 못 내는 탓에 며칠씩 시베리아 동토를 연상케 한다. 이제는 아침저녁 주변 공단으로 출퇴근하는 도심 차량만 비바람 치는 날의 뒷산 댓잎처럼 소란스럽다. 이 곳도 토지 구역으로 묶인 지 오래이고, 마을 모습도 많이들 변했다. 완행열차가 지나던 옛 하남역도 완전히 달라졌다.

「엄마 집 가는 길」에 ‘지실마을’이라는 씨족 동네를 소개할 때면 항상 빠지지 않고 묘사되는 서술이다.

늙은 텃밭도 부모님을 따라 더 늙어 갈 것이다.
늙은 텃밭 건너편 오동나무도 덩달아 더 늙어 갈 것이다.
그와 더불어서 바람도 더 늙어 갈 것이다.
-「어느 가을날 시골 살아 보기」 결말 부분

이제 조금 있으면 엄마를 만나겠다.
‘엄마 어흥 까꿍 짠!’
하면, 엄마는
‘추운데 택시 타고 오지!’
하면서 내 손 반갑게 맞아 주겠지.

‘엄마 어흥 까꿍 짠!’
-「엄마 집 가는 길」 결말 부분

‘지혜야’ 이제 우리는 더욱 가까워졌다.
내가 당신을 대신하여 낳은 5남매와 머지않아 바람 따라 당신 곁으로 갈게.
구름처럼 하늘 위로 저리 훌훌 날아오르는 솔개처럼…….
내가 알지 못하는 머나먼 곳으로, 내가 알 수 없는 미지의 곳으로 날아가서 자유롭게 살렴…….
그곳은 여기에서 모르는 수상한 꽃이 사시사철 만개하며 마른 염소들도 털이 토실토실하여 따뜻하게 지내는, 맑은 샘물이 철철 넘치는 곳으로…….
-「미아리 연가」 결말 부분

형의 단편소설은 시처럼 아름답다.
물론 소설에서 일정 부분은 형이 발표한 시를 그대로 인용하거나 일부를 가져온 경우가 종종 있다. 그것이 소설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것 또한 분명히, 작가의 능력이다.
이것들을 분해하여 살펴보자.

술을 마신다. 빈 술병들이 희미하게 기립해 있다. 1개 분대分隊는 넘을 듯하다. 눈이 가물거린다. 눈꺼풀이 조금씩 경련을 일으킨다. 모니터 화면의 글씨가 흐늘흐늘거린다. 글씨들이 하나둘씩 날갯짓한다. 곤충들이 되어 붕붕 날아오른다. 독기를 잔뜩 품은 날벌레다. 방 안을 가득 채우며 난무亂舞한다. 혼을 빼놓는다. 누군가가 맥없이 쓰러진다.
죽음보다 더 깊은 심연 속으로 서서히 침몰한다. 절대로 헤쳐 나오지 못할 칠흑 같은 곳에서 몸뚱어리는 미동도 하지 못한다. 겨우 남아 있던 의식도 깔딱깔딱 숨을 멈춘다. 사방은 온통 초현실적이다. 온갖 우주가 눈 깜짝할 사이에 바뀐다. 모든 것이 존재할 수 없는 진공 상태다. 허연 공간에서 무엇들이 꿈틀거린다.
“궂은 비 내리는 음침하기 그지없는 날이다. 누추한 회전 놀이기구를 타고 나 혼자서 빙글빙글 돌고 있다. 황량한 공동묘지 같은 곳이다. 가슴팍까지 흙에 묻히어 있는 반 시체들이, 나를 잡으려고 끌어내리려고 아우성친다. 긴 머리카락을 흩트린 채, 피골이 상접한 무리들의 살기가 등등하다. 얼핏 봐도 술 때문에 사달이 난 좀비들이다. 나를 잡아 빨아 먹어야겠다며, 눈에 핏빛이 선연鮮然하다. 나는 삐딱삐딱 도는 난간을 겨우 붙잡은 채, 버럭버럭 소리 소리치며 떨어지지 않으려고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친다. 필사적으로 살려고 악을 쓰며 연신 몸부림을 쳐 본다.”
눈을 떴다.
-「그 계절의 초상」 부분

「흔들리우는 나상」 「낯선 방」 「김삐용」 「바람이 전하는 말」 「어흥 까꿍 짠」 「엄마 집 가는 길」 「어느 가을날 시골 살아 보기」 「양아치」 등에는 특이한 대목이 없다

「젊은 날의 우리들」은 화려하다.

베란다 모퉁이의 유리병 속 알뿌리를 보고 있다.
잘 트인 창틀에서 두툼한 빨강 꽃잎 억세게 찢어 내더니, 혼절하듯 부르르 떨다니, 보아 버린 것일까, 뿌리를 내리면 내릴수록 꽃들을 올리면 올릴수록 여위어져 가는 꿈과 혼을. 알아버린 것일까, 품으면 품을수록 멀어지는 사랑을, 안으면 안을수록 다가서는 이별을.

우주에서 꽃이 피어올라, 온 세상을 적시듯 꽃비가 되어 떨어진다. 만물은 온갖 세속을 씻고, 모두가 친구인 듯 울긋불긋 방긋방긋한다.
부처님 고향에서도 요사채 마당의 오래된 팽나무에 이끼가 살아 오르고 멀구슬 꽃향기가 막무가내 올라오면서, 배고픈 마음들 곁에서 떠나지 못했던 차가운 중생 같은 바람들도 경전 속으로 스며든다. 수직 바위 앞에 선 동자승도 풀짝이며 새처럼 바위 밑으로 떨어지고 마음을 빳빳하게 다림질한 청솔모도 햇살같이 재빠르게 뒤따르고 있다.
세상은 온통 부처님같이 자비롭고 온화하다.
칼잡이만큼, 내 절친만큼 환하다.
-「부처님과 칼잡이」 부분

아직 젊고 아무것도 모르는 한참 동생이지만, 계속 정진하시기를 기원한다.

목차

그 계절의 초상ㆍ11
김삐용ㆍ33
낯선 방房ㆍ45
미아리 연가ㆍ61
바람이 전하는 말ㆍ73
부처님과 칼잡이ㆍ83
양아치ㆍ95
어느 가을날 시골 살아 보기ㆍ113
어흥 까꿍 짠ㆍ125
엄마 집 가는 길ㆍ141
젊은 날의 우리들ㆍ155
천정과 바닥ㆍ177
흔들리우는 나상裸像ㆍ193
독자가 독자에게_참신하고 새롭다 그리고 아름답다_박영규ㆍ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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