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가까이 푸른 시내에 외나무다리 있어
다리 끝 버드나무 여린 가지 간들거렸지
양지쪽에는 햇볕 따뜻이 들어 남은 눈도 녹았겠네
아마도 잔디 뜨락엔 작약 싹 자라고 있겠지
- 길을 가다 옛집을 생각하며, 〈손곡 이달 시선집〉 -
이 그림책은 마치 손곡 이달의 시 한 편을 고스란히 그림으로 살려낸 듯합니다. 김병하 작가는 손곡 이달의 시 수십 편을 읽고 작가의 마음속에 자연스레 떠오른 장면을 그림에 담았습니다. 시인의 집에 밥을 나르는 아이의 모습도 떠올렸지요. 독자는 다섯 해 동안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냇가집의 풍경과 함께 커가는 아이의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날마다 시인의 집을 오가며 시를 듣고, 시를 따라 읊고, 시를 외는 아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시인의 모습을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손곡 이달의 마음과 시 세계를 마주하게 됩니다.
”좋은 시는
들일하는 사람들 손에 있고,
하늘 나는 새 날갯짓에 있고,
먹이 찾는 족제비 눈빛에 있고,
석양에 튀어 오르는 물고기
등 비늘에 있지.”
손곡 이달은 조선 문장가들의 칭찬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신분적 한계 탓에 뜻을 제대로 펼칠 수 없었습니다. 평생을 떠돌이 시인으로 방황하면서 발길 닿는 곳마다 멈추어 시를 썼습니다. 그는 인생을 관조하며 거리를 두고 조망하는 송나라 시풍에 능했지만, 그동안 배운 것을 모두 버리고 원주 부론면 손곡 마을에 머물며 새로이 시 공부를 했습니다. 그곳에서 이달은 한시의 최고 경지라고 일컬어지는 당나라 때의 시를 익혀 백성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보듯이 시에 담았습니다. 이후 자신이 머물던 마을의 이름으로 호를 삼았고, 후대 사람들은 이달이 공부하던 곳을 기리며 원주 부론면 손곡리에 그의 시비를 세웠습니다.
허난설헌과 허균의 스승, 손곡 이달
허균은 열네 살에 형의 친구인 손곡 이달을 처음 만나 그의 시에 매료되었고, 그를 스승으로 따랐습니다. 서얼을 홀대하는 현실 속에서 스승의 탁월한 재능을 참으로 안타까워했지요. 허균은 스승의 시가 천년을 넘어 후대에 이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흩어져 있던 이달의 시를 모아 〈손곡집(蓀谷集)〉을 펴냈습니다.
그림책도시
그림책도시에서 펴내는 그림책입니다. 그림책도시는 그림책 일상예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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