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아르튀르 랭보(Authur Rimbaud 1854-1891) 연작 시집 『지옥에서 보낸 한철』 중 「굶주림」 편의 한 구절이다. 소설 『혼불』의 작가 최명희(1947-1998)는 생전에 생화와 조화를 구별하는 법은 “시든 잎이나 생채기가 있느냐의 여부”라 했다. ‘상처’의 아픔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일이고 ‘시든 잎’이 떨어지고 새로운 잎이 돋아나는 과정이 곧 생명 활동이다.
이같은 ‘상처의 풍경’을 제목이자 주제로 한 「새로운 삶의 IPKU」 story 3은 상처와 치유에 관한 26꼭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의 이야기들은 상처를 보듬고 위안의 말만을 건네려는 것이 아니다. 한 걸음 더 나아사 상처를 성장과 성숙의 계기로 삼기 위한 이야기들을 전하려는 것이다.
첫 번째 챕터에서는 일상에서의 상처, 그리고 그 상처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상처는 흔히 가까운 곳에서 온다. 가족, 연인, 오랜 친구 그리고 직장동료와 같은 가까운 관계는 익숙함이라는 안식을 제공해 주지만, 때로는 상처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 자신’의 상처를 되돌아보면서 상처와 함께 살아가면서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힘을 얻기를 기대한다.
두 번째 챕터에서는 상처와 치유에 관한 종교와 철학, 심리학의 시선들을 모았다. 쇼펜하우어는 상처를 무엇이라고 이야기했을까? 심리학에서 말하는 ‘마음의 상처’는 무엇일까? 종교인은 상처를 어떻게 다룰까? 다소 어렵고 무거운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상처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세 번째 챕터에서는 명상을 비롯해 실제 생활에서 실행할 수 있는 치유의 기술들을 수록했다. 명상은 종교적인 의식이 아니라 일상에서 실천하는 ‘삶의 기술’이다. 전설적인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 선수도 경기 전 명상을 한다. 또한 자각몽을 통해서 현실 속에서 완전한 자유의 공간을 마련할 수도 있다.
마지막 챕터 ‘아픔, 예술이 되다’에서는 상처와 치유를 노래하는 대중문화와 예술작품을 갈무리했다. 〈소울〉, 〈에브리씽 올 앳 원스〉와 같은 영화에서부터 소설가 한강의 작품까지, 다양한 문화예술을 통해 변주되는 이야기들 속에서 드러나는 치유의 메시지들은 사실 상처가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주고 있다는 아이러니를 작은 비밀로 알려준다.
이번 호부터 많은 변화가 있다. 제호를 「IPKU MAGAZINE」에서 「새로운 삶의 IPKU」로 변경했다. 매거진에 단행본의 장점을 더한 무크mook로 전환하여, 좀 더 선명한 주제와 내용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짜임새 있게 엮어나갈 예정이다.
2025년 겨울은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어느 때보다 힘든 계절이 되고 있다. ‘상처와 치유’에 관한 26편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고단한 삶에서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