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기본적으로 ‘한국’ 한국인 에 관한 논의인데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한국 사람’(part 1) 이란 주제이고 한국인(한국 사람) 이란 용어에 대한 정의를 시도하고 있다. 그 다음은 ‘민족’(part 2) 이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어서 현재의 ‘한국’ 한국인 이 이루어지는 정치적 조건인 ‘대 북국 대 중국 논’(part 3)과 조선조, 남한, 북한의 서로 다른 ‘역사 만들기’(part 4)와 대중적인 관심이 비교적 높은 ‘기원 문제’(part 5)가 논의된다. 독자들은 첫번째 부분인 ‘한국 사람’을 먼저 읽고 나서 각자의 관심 분야에 따라서 나머지 네 부분 가운데 어느 하나를 먼저 읽어도 별 상관이 없다. 그 과정에서 좀 낯선 어휘가 나온다면 권말의 ‘용어와 색인’에서 그것을 찾아서 참고하면 된다.
오랜 기간 연관 분야를 연구해 온 저자는 특히 ‘기원 문제’에 대해서는 ‘위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방법을 거부하고 철저하게 ‘아래(현대)에서 위로’ 올라가는 방법을 고수한다. 하향식의 방법은 문헌학적인 것이든 고고학적인 것이든 간에 ‘선험적인 민족’이란 것을 전제하는 것이어서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이른바 ‘비약의 기원론자’들의 방식은 문제가 많다. 또한 저자는 현대 남한의 여러 문제의 시발점인 민족주의와 관련해서 탈 민족적이고 초국적인 방식을 선호한다. 그리고 통일/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이상주의 보다는 현실적인 입장을 취한다. 특히 신 중국(중화인민공화국)의 위협에 둔감한 민주화파를 비판하는 입장에 선다.
‘한국’ 한국인(두 번째 의미다)은 당연히 동 아시아의 여러 가지 조건 하에서 형성이 된 집단이다. 그 가운데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대 북국 대 중국’의 정치 군사적 조건이다. 이미 저자의 이전의 책(2024 b)에서 다룬 바 있는 그 조건은 한반도(조선 반도)의 한국 민족(조선 민족)이 7~19세기에 걸쳐서 바로 위로 인접한 북방 북국(발해, 요, 금, 원, 청)과의 대립을 통해서 이뤄지는 집단일 뿐 아니라 바다 건너 구 중국과의 교류 교섭을 통해서 이뤄지는 집단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 기간의 한반도 3조(대 신라, 고려조, 조선조)는 동 아시아 지역의 ‘한반도 국가/ 북방 북국/ 구 중국’이란 구도 하에서 대 북국 대 중국의 정치 군사적 조건 하에서 이뤄진 민족 집단 이란 것이 진실이다.
앞서 정의한 대로 ‘한국’ 한국인은 역사 공동체 한국(조선) 을 전제로 하는 집단이고 따라서 한국사/ 조선사 또는 한국어/ 조선어 는 거의 같은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재 남한의 한국사와 북한의 조선사는 상당히 다르다. 그 뿐 아니라 조선조의 동사(東史)도 현대의 2국가의 역사와는 다르다. 그것은 현대의 2국가뿐 아니라 그 이전의 조선조도 한반도의 민족 집단의 역사에 대해서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서로 다른 ‘역사 만들기’를 하기 때문이다. 동사는 고려조의 후 3국 3국 소급설(3국설)의 3국을 채택하고 다시 그 위로 3조선의 역사를 구성한다. 북한의 조선사는 양계 지역의 ‘고구려와 발해’를 중심으로 하는 역사를 구성해서 남한의 한국사와는 다른 지역적 정체성을 세우려고 한다.
‘한국’ 한국인의 기원도 문제가 꽤 복잡하다. 사실 상 모호하고 불 확실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그 집단의 기원 문제를 고려조 조선조처럼 기원전의 이른바 3조선(단군/ 기자/ 위만 조선)으로 소급하는 것도 그렇지만 현대의 기원론자처럼 까마득한 과거로 소급하는 것도 문제가 많다. 적어도 현대 2국가의 민족 집단의 기원은 7~19세기의 한반도 3조(대 신라, 고려조, 조선조)인 것은 거의 분명해 보인다. 그 위로는 3국론자/ 3한론자/ 기원론자 가 서로 겨루는 양상이다. 그 가운데 3국론자는 사실 상 고려조의 기원 이론인 ‘후 3국’의 기원을 3국으로 설정한 것을 추종하는 입장이다. 3한론자는 한반도 3조의 시작인 7세기 그 이전을 3한 지역을 중심으로 보는 입장이다. 기원론자는 일종의 비약이자 몰 역사적인 접근을 한다.
그 동안 부분적으로 다루어져 온 ‘한국’ 한국인 이란 주제에 대해서 이제는 전체적인 접근이 나올 때가 된 듯하다. 20세기를 거쳐 21세기로 접어든 현 시점에서 더구나 북한에서 통일 우선의 모토를 어느 정도 폐기한 지금이 위의 주제에 대한 객관적인 서술이 가능한 시점이라 할 수도 있다. 물론 남한에서 아직까지 민주화파는 물론이고 보수 진영에서도 이른바 ‘의무의 통일론’이 완전히 수그러든 것은 아니지만 2023년 연말 북한의 2국가 선언이 하나의 시대적인 매듭이 되는 사건이라 할 만하다. ‘한국’ 한국인 은 동 아시아의 정치 군사적 조건 하에서 역사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분명하고 그 집단의 기원 문제도 비약적인 방식에 매몰되서는 안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