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책의 부제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 속 보살을 만나다’이다. 부제에서 보듯이, 이 책의 핵심 얼개는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나의 아저씨’와 대승불교의 이상적 인간상인 ‘보살’이다. 저자는 「나의 아저씨」를 소재 삼아 현실에서의 보살이란 어떠해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인간의 따뜻한 본성을 보여주는 후계동 사람들, 그들의 모습이야말로 보살의 삶이었던 것이다.
2.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과 감동을 준 「나의 아저씨」는 두고두고 기억되는 인생드라마 중 하나로 꼽힌다.
「나의 아저씨」는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 드라마이다. 드라마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인간의 근원에 깊이 닿아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라는 기획의도를 보면 더 분명하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는 사람마다 자기만의 필터가 있을 터이니 ‘인간의 근원’에 대한 자각과 성찰은 다를 것이다. 이 책은 이 드라마가 던지고 있는 질문과 기획의도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저자만의 여정에 대한 기록이다.
저자는 그 여정의 길잡이가 되어줄 키워드를 불교의 ‘대승보살’에서 찾는다.
그리고 ‘대승보살’이란 개념을 통해 「나의 아저씨」를 해부하고, 「나의 아저씨」야말로 깨달음의 노래이자 대승의 노래임을 보여준다. 아니, 반대로 「나의 아저씨」를 통해 ‘대승불교’를 설명해 내고, ‘보살’은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따라서 이 책은 대승과 보살에 대한 색다른 형식의 안내서이기도 하다.
저자는 「나의 아저씨」가 그리고자 한 ‘인간의 근원에 깊이 뿌리 닿아 있는 사람’이 바로 대승불교에서 꿈꾸어 온 이상적인 인간 ‘보살’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 그는 특히 드라마의 세 가지 대사에 크게 얻어맞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나, “너 여기서 득도 못해. 나같이 지랄 맞은 년이랑 살아봐야 득도해.”
둘, “달릴 때는 내가 없어져요. 그런데 그게 진짜 나 같아요.”
셋, “나 이제 다시 태어나도 상관없어요. 또 태어날 수 있어 괜찮아요.”
저자는 이 세 대사를 중심으로 대승보살이라는 필터를 끼고 드라마를 되새기는 과정에서 재가보살인 유마거사를 마주하기도 하고 원효와 니체, 그리고 보살예수를 만난다. 무상(無常)을 만나고 무주(無住)를 만나고 공(空)을 만난다. 자리이타(自利利他)를 만나고 오심즉여심(吾心卽汝心)을 만난다. 이렇게 같은 길을 걷는 따뜻한 도반(道伴)들을 만난다. 그리고 이들을 통해 진실한 ‘보살’의 모습을 그려낸다. 물론 우리가 진짜로 만나게 되는 보살은 드라마 속 등장인물인 동훈, 겸덕, 정희, 지안… 그리고 후계동 사람들이다.
3.
‘각자도생’을 생존의 지혜처럼 되뇌이는 지금의 현실은 ‘중생이 아프니 내가 아프다’고 병을 앓는 ‘유마거사’와 같은 대승보살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보살의 마음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연민의 마음이다. 저자는 그 보살의 마음을 한 드라마에서 만났고, 이 책은 그 둘의 변주를 기록한 것이다.
“괜찮아, 괜찮아”라는 제목은 「나의 아저씨」 속 인물들이 서로에게 건네주는 위로와 공감의 말이다. ‘아무것도 아니야’, ‘안심이 돼요’, ‘든든했어요’ 등으로 표현되며 상대를 편안함에 이르게 한다. 이들이야말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보살의 마음으로, 큰 수레(大乘)에 함께 타고 공생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저마다의 터전에서, 말없이 길을 걷고 있는 보살들이다.
이처럼 이 책은 비록 평론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대한 저자의 마음 깊은 헌정이자 보살로서의 삶에 대한 희구, 곧 이기주의와 물신주의가 횡행하는 현실에 대한 따끔한 회초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