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숲의 끝에서 마주한 것은
인간의 끝없는 탐욕, 그리고 하나의 용기.
● 동물들의 지상 낙원은 과연 존재할까?
이 책에는 다양한 동물 친구들이 등장합니다. 종류도, 크기도, 성격도 다른 만큼 품고 있는 사연도 제각각이지요. 할매의 유언 때문에 내키지 않는 발걸음으로 섬숲에 온 라도, 엄마를 향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는 보리, 임신한 채 버려진 코털, 한때 잘나가는 경찰견이었던 홍…….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인간에게 상처를 받았다는 거예요.
그렇게 인간이 사는 유리도시를 떠나 섬숲에 모인 동물들에게는 소망이 있었습니다. 유기 동물들의 지상 낙원인 섬숲에 가면, 차에 치일 위험도 없고 먹이도 풍부하고 동족끼리 서로 의지하며 살 수 있다니까요. 하지만 실제 섬숲은 그런 곳이 아니었습니다. 황량하고 척박한 땅에서 먹이는 구경도 할 수 없었어요. 이번에도 인간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이 안타까운 내용은 그저 작품 속 이야기만이 아니에요. 2023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버려진 동물은 11만 마리가 넘는다고 해요. 이는 유기동물 보호센터에서 구조한 동물만을 집계한 것으로, 들개가 되었다거나 길고양이로 살고 있는 동물들까지 합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겠지요. 인간에게 버려진 뒤에도 여전히 인간으로부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며 간신히 살아가는 동물들이 우리 주위에 아주 많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한때는 우리의 가족이자 친구였던 그 동물들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들개들의 숲》을 읽으며 함께 고민해 보아요.
● 우정의 힘은 용기가 되어
라도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반려동물로 인기가 많은 대형견이에요. 새끼 때는 사랑을 듬뿍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 몸집이 커지자 주인은 더 이상 라도를 아껴 주지 않았고, 끝내 고속도로에 버리고 말았어요. 인간에게 받은 상처는 라도의 몸과 마음을 한껏 주눅 들게 했어요. 아무에게도 기대고 싶지 않았고, 기대하고 싶지도 않았지요. 심지어 한 줄기 희망을 품고 도착한 섬숲마저 자신이 꿈꾸던 곳이 아님을 깨달은 라도는 실망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섬숲을 박차고 나오지 못한 것은, 길고양이 보리 때문이었어요.
섬숲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난 보리는 라도와 완전히 다른 부류였어요. 붙임성 좋고, 종알종알 말도 많고, 오지랖도 넓어 어려움에 처한 동물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지요. 처음 본 라도에게 의지하고 도움을 청하는 일도 스스럼없었어요. 그 때문에 라도와 보리는 사사건건 부딪히고 다투기도 해요.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섬숲에서 다양한 사건을 맞닥뜨리며 조금씩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고 깊은 공감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위기의 순간, 겁쟁이 라도는 불의를 외면하지 않고 모든 것을 바로잡을 결심을 합니다. 그것은 라도 혼자만의 결단이 아닌, 이젠 ‘영혼의 친구’가 되어 버린 보리가 있기에 낼 수 있는 용기였답니다.
나에게도 영혼의 친구가 있나요? 우정이란 것은 때로 아주 가볍게 보일 때도 있어요. 처음 만나서 인연을 맺고, 때로는 다투기도 하고, 그러다 금세 화해하기도 하고, 함께 웃다가 울다가 하며 조금씩 관계는 두터워지겠지요. 우정이 단단하게 내 마음을 지지해 줄 때, 비로소 나는 한 단계 성장할 힘을 얻을 수 있음을 기억하세요. 평소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어려운 일에도 도전할 수 있고, 만약 실패하더라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 해 볼 수 있는 용기. 라도와 보리처럼 말이에요.
● 섬숲의 오늘과 내일
도시의 유기견과 유기묘는 인간의 편리에 의해 버려진 동물이에요. 귀엽고 예쁜 것을 소유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수많은 유기 동물을 만들었어요. 그럼에도 그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삶을 살지요. 그런데 그것마저 인간에게 위협이라며 구석으로 내몰렸어요. 언제 차에 치일지, 학대를 당할지 알 수 없는 그들을 어떻게든 돕고 싶었던 김근혜 작가님은 유기 동물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어요. 그곳이 바로 들개들의 숲인 ‘섬숲’이에요. 독자들이 섬숲의 라도와 보리, 코털을 응원하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감과,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이 점점 커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그 소망이 담긴 공간을 우리 눈앞에 꺼내놓으신 것은, 그림을 그리신 신진호 작가님이에요. 형형한 눈빛으로 독자를 마주 보는 표지 일러스트에는, 겁쟁이 라도가 용맹한 라도가 되기까지의 모든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듯해요. 작품 속 삽화를 보고 있으면 섬숲 어디선가에서 땅을 파고 있는 포클레인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죠. 화르르 불타오르는 비닐하우스 안으로 용맹하게 들어가는 개들의 모습도 저절로 응원하게 되고요. 아슬아슬한 라도 일행의 모험이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져 작품에 더욱 몰입할 수 있답니다.
이야기가 모두 끝난 뒤, 섬숲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라도와 보리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지금도 인간에 의해 태어나고 버려지는 수많은 생명을 떠올리며, 이 책 《들개들의 숲》을 감상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