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회의 진짜 악은 정체는 무엇일까
사회를 지배해온 악의 근원에 대한 장르적 상상

현대 사회에서 우리의 눈과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끔찍한 강력범죄들은 끊임없이 발생한다. 더 끔찍한 것은 사회가 그런 범죄자들에게 충분한 죗값을 내리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다. 공권력이 주장하는 공정성은 때때로 피해자들의 울분과 그것을 지켜보는 대중들의 갑갑함과는 별개로 추구되기도 한다.
이러한 세태 속,‘흡혈귀’가 돼 악인을 사냥하는 형사가 나타났다. 그동안 공권력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강력한 힘을 가진 개인의 복수로 되갚는 사적제재 이야기는 수많은 피해자적 자아를 가진 대중들의 응원을 받아왔다. 소설 〈페인킬러〉의 강점은 그런 장르적 법칙을 따르면서도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다는 데 있다.
이 소설은 단순히 피해자들의 억울한 사연을 풀어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간을 넘어선 힘을 갖게 된 남자가 이 사회의 진정한 악을 추리하여 진짜 적을 찾아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과정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은유한다. 그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인간의 영역에서 벗어나 한 걸음만 떨어져 이 세상을 바라보면, 지배자들의 잔혹함과 그 방식이 보인다. 〈페인킬러〉는 이 지점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