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너를 사랑할 거야
너와 함께한 평범한 하루가 내겐 가장 빛나는 날들이었어
“넌 항상 귀여웠고,
난 늘 행복했어”
《우리 집 멍멍이는 열일곱》은 17년 11개월 동안 함께한 반려견과의 행복한 추억을 일러스트와 에세이로 담은 힐링 그림 에세이다. 일본 트위터(현 X)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화제의 #비밀결사노령견클럽 이야기 그리고 노령견과 살아가는 둘도 없는 나날을 담은 이 책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귀여운 노령견 쿠리 이야기를 들려준다.
2004년 여름, 신문에 실린 강아지 입양 글이 저자와 쿠리의 첫 만남이었다. 한달음에 달려간 그곳에서 조그맣고 보들보들한 쿠리를 처음 본 순간 저자는 이 아이와 함께 보낼 반짝거리는 미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쿠리는 가족이 됐고, 그 후 17년을 함께했다. 쿠리는 늘 가족 곁에서 소소한 행복을 나눴고, 쿠리와 함께 보낸 날들은 하나같이 특별했다.
쿠리는 시바견 믹스로 겁쟁이, 고집쟁이, 츤데레다. 혼자 자는 걸 싫어해서 항상 가족들과 함께 잤고, 늘 같은 시간에 산책하러 나가는 걸 좋아했고, 언제나 조금 떨어진 곳에서 가족들 일상 보는 걸 좋아했다. 그런 쿠리가 열일곱 살이 됐다. 열일곱 살 쿠리는 점점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졌다. 그러다 어쩌다 한 번 할 수 없었던 것들을 하게 되면 가령 힘겹게 한 발을 내디뎌 한 걸음 걸었다거나, 눈을 마주치며 활짝 웃어 줬다거나 하는 그런 작고 소소한 일이 커다란 행복이 되어 돌아왔다. 노령견을 돌본다는 건 그런 일들의 연속이었다.
웃음이 나, 따스해, 살짝 뭉클해
노령견 돌봄은 힘들지만 마음이 평온해지기도 한다
“고마워 잘 다녀오렴,
우리 또 만나자”
강아지들의 시간은 정말 빨라서 강아지 나이 15살은 사람 나이로 치면 76살, 16살은 80살, 17살은 84살이라고 한다. 나에게는 여전히 작고 귀엽기만 한 반려견이 이젠 나보다도 나이가 많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 책의 저자도 그랬다. 쿠리는 늘 가던 강변길을 산책하고 돌아와서 맛있게 밥을 먹었고, 온몸과 마음을 다해 가족을 반겨 줬고, 늘 가족들 곁에서 함께했다. 언제나 서로의 숨소리를 들었고, 저자는 이 평범하고 멋진 일상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 믿었다.
쿠리 열다섯 살, 쿠리는 나이가 들어서도 언제나 산책은 좋아했는데 대신 걷지 않고 멍하니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쿠리 열여섯 살, 점점 귀가 들리지도 눈이 보이지도 않게 되자 그 겁 많던 겁쟁이가 표정이 편안해졌다. 쿠리 열일곱 살, 쿠리는 이제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게 됐다. 열다섯, 열여섯을 지나 열일곱 노령견이 된 쿠리는 이제 누군가 가까이 가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지도 않았다. 하지만 저자는 쿠리가 열일곱 살이 되어 더 이상 예전처럼 눈을 마주칠 수도,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어 주지도 않지만 노령견만의 특유의 귀여움이 있다고 말한다.
열다섯 살부터 열일곱 살까지의 노령견 일상이 담겨 있는 이 책은 하루하루 변해 가는 반려견을 보며 때로는 가슴 먹먹한 슬픔이, 또 때로는 힘들지만 일상에서 오는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반려견의 시간이 나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담히 이야기하는 이 책은 실제로 반려견을 키우는 이들에게, 노령견을 돌보고 있는 이들에게 많은 공감과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