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화 선생을 처음 만난 때는 2013년 12월이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의 최고지도자과정에 강사로 초청한 때다. 이후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BIKY)에는 매해 초청받기도 했다. 그리고 〈쌈수다〉에서 진행된 토크 프로그램에서 부산의 젊은 예술가들도 가끔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낸 적이 있는 김상화 선생이 새해에 새로운 책을 선보였다. 글과 사진을 모은 『머문 두꺼비 눈길』이 그것이다. 2014년부터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들에 그때, 그때마다 자신의 사색과 상념을 담은 것이다. 나는 이런 작업을 정말 좋아한다. 사진작가들은 자신의 사진으로만 말한다고들 하지만 이왕이면 자신의 생각도 함께 펼쳐주면 더 좋은 작품들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이다.
사진과 글을 읽고 보다 보면 무언가가 그려진다. 그려진다는 것은 그리움이라 생각한다. 이때의 그리움은 단순한 낭만이 아니라 필자의 서정과 서사가 함께 떠오른다는 의미다. 그리운 것들을 잡아다가 새겨둔 것이 조각이나 사진, 그리고 글이다. 『머문 두꺼비 눈길』에 담긴 것들이다. 예컨대 나는 책 표지의 동백 사진을 보며 다음과 같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지난해 여름 김상화선생 등과 함께 제주도 4ꞏ3기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표선 바닷가의 기념품 가게에서 일행 중 한 분이 동백꽃 열쇠고리를 선물로 주셨다. 지금도 가방에 달고 다닌다. 나는 동백꽃을 보면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생각나고 이제하 시인이 쓰고 작곡한 〈모란 동백〉이 생각난다. 그리고 안도현 시인의 〈동백꽃 지는 날〉도 선운사와 함께 떠오른다. 동백은 두 번 핀다는 말도 믿는다. 필 때와 질 때...
이처럼 사진이나 글에 일상-사건-사태-국면-역사가 알차게 담겨 있는 것이 좋다. 눈 밝은 독자들은 김상화 선생의 새 책, 『두꺼비 머문 눈길』에서 이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 이성철 창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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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낮에 뜬 달을 본 적이 있습니다. 뉘엿뉘엿 해가 지는 하늘에 떠 있는 달은 낮과 밤의 경계를 넘어선 존재처럼 보였습니다.
익숙한 풍경 속에서 발견된 낯선 존재, 낮과 밤이라는 대조 속에 공존하는 달의 모습은 저를 경이로운 감각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때부터 낮에 뜬 달은 단순한 자연현상을 넘어, 세상의 다름과 다양성을 깨닫게 해주는 상징처럼 다가옵니다.
이 책 낮에 뜬 달은 바로 그런 감각을 선사하는 글과 사진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는 때때로 비슷해 보이지만, 결국 저마다 고유한 차이를 품고 있습니다. 섬세한 문장과 깊은 통찰을 통해 사소한 것에서부터 삶의 근본적인 질문에 이르기까지 결국엔 모두의 다른 가치들에 이야기하고 있는 듯합니다.
낮에 뜬 달을 보며, 저는 오늘도 저와 당신, 그리고 세상의 다양성에 대해 생각합니다. 이 책은 우리가 가진 다름의 무게를 가벼운 신비로움으로 바꿔줍니다. 당신도 낮에 뜬 달을 보며 이 책의 여정을 함께 걸어보시길 권합니다.
나의 아버지에게
우리는 참 비슷하면서도 다르지요. 당신의 눈빛과 웃음에서 제가 느끼는 따스함은 언제나 같지만, 당신이 세상을 보는 시선과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다를 때가 많아요.
그 다름이 때로는 저를 놀라게 하고, 때로는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줍니다.
당신과 제가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또 사랑하는 관계라는 사실이 저는 참 기쁩니다. 당신은 낮에 뜬 달처럼, 제게 언제나 특별한 존재입니다.
- 딸 김규리 씨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