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묘와 종묘제례, 새로운 연구의 시작
이 책은 앞서 말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종묘와 종묘제례를 크게 세 가지 시각에서 새롭게 바라보고자 했다. 첫째, 형식과 절차를 넘어 종묘와 종묘제례의 구체적인 실재를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종묘를 관리하고 의례를 수행했던 종묘서 관원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본격적으로 탐구하고, 악장 등 의례의 실제 운영 과정에서 있었던 우여곡절과 그에 따른 노력이 드러날 수 있게 했다. 둘째, 그동안 소홀하게 여겨졌던 종묘의 작은 요소마다 눈길을 주는 미시사적 연구를 시도했다. 선왕의 신주를 들이고 새로운 왕이 등극하는 부묘례를 구체적으로 살피고, 제상과 준소상에 올라가는 제기들도 세세하게 들여다보며 그들 간의 유기성을 밝혔다. 또 종묘의 주인은 왕과 왕비이지만, 그와 더불어 배향공신을 선정하고 입묘한 과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조명했다. 마지막으로, 고요하고 정적인 인상에서 탈피하여 시대마다 변화를 거듭하는 종묘의 역동적인 면모를 볼 수 있게 했다. 종묘의 효율적인 운영과 관리를 위해 관련 제도들이 세심하게 정비되고 확립되어가는 과정을 고찰하고, 일제강점기에 접어들면서 종묘가 일본 천황가의 방계 친족인 이왕가의 사당으로 전락한 모습을 살펴보았다. 이 책이 종묘와 종묘제례를 수행 주체와 물적 기반 위에서 이해하고, 그 역사적·문화적 층위를 보다 정교하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