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사랑한 한 여성
그리고 작가들을 사랑한 도서관
“도서관이 주인공인 소설을 써보지 않을래?”
소설가가 꿈인 나는 프리랜서로 일하며 도서관에 취재하러 간다. 마침 도서관은 우에노공원 안에 있어서 돌아오는 길, 분수가 바라다보이는 벤치에 앉게 되는데, 짧은 머리에 이상야릇한 옷차림의 여성이 옆에 앉는다. 얼떨결에 작가라고 소개한 내게 난데없이 도서관이 주인공인 소설을 써달라고 한다. 도서관을 사랑하는 수수께끼로 가득 찬 여성 기와코.
“돈이 없다, 돈을 못 받는다, 책장을 사지 못한다, 장서를 둘 수 없다. 도서관의 역사는 말이지, 가난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히구치 이치요, 하야시 후미코, 미야모토 유리코를 사랑하고, 미야자와 겐지의 슬픈 우정을 지켜보고, 인도인 마술사를 만나 마술 이야기 소설을 완성하는 다니자키 준이치로에게 용기를 주고, 간토대지진을 견디며, 전쟁에 분노하는, 그러면서도 항상 자유를 꿈꾸는 도서관. 격동의 시기 일본 최초의 근대 도서관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해. 기와코는 잊어버린 게 아니지 않을까, 기억하고 싶은 추억이 오빠들과 함께 보낸 시간뿐이지 않았을까.”
일본 최초 근대 도서관이 주인공인 소설 재료를 수집하면서 나는 눈물 많은 대학교수와 꾸미기 좋아하는 도쿄예술대생, 노숙자 남자 친구와 함께 추억을 더듬으며 기와코의 인생 그리고 꿈의 그림책 『도서관의 고아』가 품은 수수께끼를 풀어나간다.
“책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책과 사랑에 빠지고 작가와 사랑에 빠진 도서관에게 마음이 있다면? 일본이 서구 열강과 대등해지려면 적절한 크기의 장서를 보유해야 한다는 이유로 도서관 충실에 힘쓴 후쿠자와 유키치 일화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히구치 이치요, 모리 오가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니자키 준이치로, 미야자와 겐지, 고바야시 다키지, 하야시 후미코, 미야모토 유리코 등 도서관은 자신을 자주 찾은 문인들을 조용히 지켜보며 따뜻하게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