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고 공정한 나라를 찾아 떠난 한 가족 이야기
《털실 세 뭉치로》는 화자가 자신이 여덟 살 어린아이였던 때를 회상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자유가 보장되지 않고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거의 없는 나라에 살던 아이는 엄마 아빠가 전쟁, 감옥, 공포 등과 같이 자신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을 말하며 대화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엄마 아빠가 ‘추방’이라고 말하며 얼굴빛이 급격히 어두워졌고 이튿날 새벽이 되자, 가족들을 데리고 새로운 나라로 떠난다.
이 책은 1960년대 후반 파시스트 독재를 피해 포르투갈을 떠난 어느 가족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어두운 시대적 배경에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당시의 상황에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이유는 화자가 차분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를 향한 간절한 염원을 담은 한 가족의 이야기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듯 몰입감 있게 펼쳐진다.
세상을 바꾼 털실 세 뭉치
자유를 향한 용기 있는 행동이 가져온 커다란 변화
자유를 좇는 용기 있는 행동이 사회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오는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 준다.
_ 미국 스키핑 스톤 어워드 수상평
정치 난민 이야기를 통해 주체적인 행동의 중요성을 보여 주는 작품. _ 커커스 리뷰
새 나라에 도착한 가족은 한껏 기대감에 부푼다. 하지만 이 도시 역시 회색빛이고, 입을 수 있는 옷은 무늬 없는 세 가지 색(초록색, 주황색, 회색) 스웨터뿐이다. 모든 것이 획일화되어 있는 현실에 엄마 아빠는 점점 희망을 잃어 간다. 그날 밤, 엄마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세 스웨터의 끝을 자르고, 실을 죽 잡아당겨 털실 세 뭉치를 만든다. 그러고는 대바늘로 다양한 무늬가 들어간 옷을 새로 뜨기 시작한다.
뜨개질은 암울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주체적인 행동을 나타낸다. 엄마의 뜨개질이 자유를 찾기 위한 직접적인 투쟁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작고 용기 있는 행동이 사회에 얼마나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는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명확하게 보여 준다. 단순히 털실로 옷을 뜨는 것을 넘어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주체적으로 떠(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자유의 소중함을 알고, 민주 시민이 지녀야 할 태도를 생각하게 하는 책
주인공 가족이 자유를 누리지 못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1970~80년대 우리나라의 암울했던 시기가 떠오른다. 많은 사람이 억압당하고 살아온 가슴 아픈 역사가 불과 몇십 년 전 우리나라에도 있었다는 것을,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는 많은 사람의 투쟁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자유와 평화가 없는 삶, 개성을 빼앗긴 삶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며
‘자유의 소중함’을 마음 깊이 느낄 수 있는 책.
_ 김현지(초등학교 교사)
《털실 세 뭉치로》는 민주주의와 자유의 소중함을 알려 주는 것뿐 아니라 민주 시민으로서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도 고민하게 하며, 아이 어른 독자 모두에게 여러 생각거리를 던진다. 나아가 아이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늘 고민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학교 현장에서 민주주의의 역사와 자유를 주제로 한 수업을 할 때도 꼭 필요한 책으로, 아이들과 함께 읽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어 보기를 권한다.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 작가 야라 코누
묵직한 주제를 한층 더 깊이 있게 전달하는 예술적인 그림들
볼로냐 아동도서전 오페라프리마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 독자들의 주목을 받은 야라 코누는 이번 작품에서 그림을 통해 한층 더 깊은 이야기를 전달한다. 책을 열면 다양한 호수의 뜨개 바늘이 시선을 끄는데, 이 바늘들이 이야기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세 가지 색 털실(초록색, 주황색, 회색)을 제외하고는 무채색의 차분한 컬러만을 사용하여 당시의 무겁고 어두웠던 상황을 작품 전반에 드러낸다. 의도적으로 곳곳에 배치한 뜨개 기호는 디자인 요소가 되는 동시에 독자의 호기심도 자극한다. 앞과 뒤의 면지는 똑같은 패턴으로 가득 차 있다. 앞면지는 회색 하나로, 뒷면지는 세 가지 색으로 채색했는데, 이는 무늬 없는 한 가지 색 스웨터가 다채로운 무늬가 들어간 알록달록한 스웨터로, 획일화되어 있던 사회가 자유로운 사회로 변화하고 있음을 비유적으로 나타낸다.
그림이 담고 있는 의미를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을 깊이 읽는 방법 가운데 하나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사람들이 광장에 나와 모두 새 옷을 뜨고, 이곳에도 봄이 찾아온다. 앞에서는 한 번도 날지 않았던 비둘기들이 마침내 광장을 가로지르는데, 이는 비로소 찾아온 자유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이다.
줄거리
자유를 찾아 다른 나라로 떠난 한 가족. 하지만 이 나라 역시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 거리는 온통 회색빛이고, 입을 수 있는 옷 색깔도 회색, 초록색, 주황색 단 세 가지로 정해져 있다. 가족들은 획일화되어 있는 이 나라에 크게 실망한다. 이때 한 어머니가 스웨터 끝을 잘라 털실 뭉치를 만들고, 대바늘로 다양한 무늬를 넣은 새 옷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를 본 사람들은 처음에는 놀라지만, 곧 모두가 스웨터를 풀어 털실 뭉치를 만들고 새 옷을 뜨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