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성의 처절한 현실을 밝히다
북한 인권의 또 하나의 민낯
2016년 북한이 유엔 여성 차별 철폐 위원회에, 북한 여성은 사회의 주인으로서 남성과 평등한 권리를 온전히 행사한다고 보고한 바와 달리, 북한 여성의 현실은 폭력의 일상화에 가깝다. 통일연구원은 연구 조사를 통해, 북한 여성이 가정 폭력과 성 착취에 쉽게 노출되지만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없다고 밝혔다. 인권 침해 사례 중 특히 심각한 경우는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는 과정에서 자행되는 강제 낙태와 신체적, 성적 폭력 등 비인도적 처우라고 한다. 탈북 여성이 중국과 같은 제3국에서 조직적 인신매매 피해자가 되거나 이와 유사한 폭력에 노출되지만, 여기에서도 북송의 공포와 불법적 지위로 인해 도움을 요청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23년 현재 국내 입국 탈북민은 약 3만 4000명을 넘어선다. 2000년대 이후로 급증한 탈북민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다시 급감한 2020년까지도 여성 비율이 70%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남성에 비해 여성의 탈북이 용이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북한 사회의 여성에 대한 착취와 억압이 갈수록 심해지고, 여성들의 자유과 인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반증으로 볼 수 않을까?
탈북 여성의 뼈아픈 고백 그리고 자기 발견
‘낮에는 사회주의 밤에는 자본주의’라는 이중적 생활양식
저자는 북한에서의 삶과 탈북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 여성의 생애 주기별 발달 단계를 자세히 서술하면서 일상화, 문화화된 가정 폭력과 아동 학대가 국가 폭력에 기반해 있음을 밝힌다. 또한 이것은 가부장적 가정과 사회에서 자라나 공포 정치와 대물림되는 폭력 속에서 겉으로는 순응하는 척하며 안으로는 무감각과 무력함을 스스로 강요할 수밖에 없는 북한 사람들의 생존 전략이라고 말한다. ‘낮에는 사회주의 밤에는 자본주의’라는 이중적 생활양식은, 감시 및 처벌 체계에서는 혁명 전사로 분하고 불법 행위가 만연한 암시장에서 활약하는 생활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저자는 바로 이 이중적 생활양식에서 아주 작은 변화의 씨앗을 포착하고,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이라고 하는 식량 위기 이후 구축된 장마당 경제 체제에서 일상적 저항을 주도하는 여성들에 주목한다.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비롯해 탈북 여성의 목소리가 실린 면담 자료와 다양한 사례는 억압적인 체제에서 살아가면서도 변화의 가능성을 놓치지 않는 이들의 희망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위기의 북한 사회 그리고 변화를 위한 상상력
현재 북한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만성적이었던 경제 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이로 인한 전체주의 체제에 대한 불안, 동요, 민심 이반이 충격적일 정도로 일어나고 있다. ‘낮에도 자본주의 밤에도 자본주의’라는 말이 유행한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북한의 인권 실태가 개선되거나 체제가 개혁되기를 쉽사리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저자는 역사상 피지배계급의 하부 정치에서, 소비에트 블록의 민주화와 동유럽 시민 사회의 성장에서, 전후 독일을 재건한 여성과 같은 다양한 사례를 북한과 비교 검토하며 북한 사회의 변화 가능성을 자극하는 상상력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