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람답게, 귀신은 귀신답게?
귀신 명문 ‘매화귀신학교’에서
참되게 바르게 새롭게!
어린이의 마음에 더 가까이, 책읽는곰이 어린이 동화 시리즈 ‘큰곰자리’를 새롭게 단장합니다. 새해 첫선을 보이는 큰곰자리 ‘저학년’ 첫 번째 동화는 《매화귀신학교 - 저승사자 어둑이》입니다. 귀신들도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려면 교육을 받고 달라져야 한다며 매화귀신이 세운 ‘매화귀신학교’, 그곳에 다니는 어둑이와 어린 귀신들의 좌충우돌 학교생활이 담긴 이야기이지요.
《매화귀신학교 - 저승사자 어둑이》는 〈빛나는 우리 음식 그림책〉 시리즈를 비롯해 다양한 국내 그림책의 문장들을 짓는 독보적인 글 작가 천미진이 처음으로 쓴 동화입니다. 언제나 어린이들이 ‘스스로 찾아 읽을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천미진 작가는 이 책을 쓰는 내내 매일 신나고 가슴이 뛰었대요. 작가 자신이 일고여덟 살쯤 어떤 이야기를 가장 좋아했는지 되짚어 보니 친구들과 소곤소곤 주고받던 ‘귀신 이야기’가 떠올랐고, 그때부터 길을 걸을 때나 밤에 자려고 누울 때나 이 이야기가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지더랍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가 바로 ‘귀신들이 다니는 학교’ 이야기였던 것이지요. 학교를 세우게 된 배경도 흥미롭고 그럴싸하거니와 귀신 아이들 하나하나가 가진 사연과 생활습관, 1권에서 본격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각각이 가진 고유한 필살기까지, 이야기가 어디까지 어떻게 뻗어 나갈지 이다음이 더 기대되는 책입니다.
이 엉뚱하고도 흥미로운 이야기는 ‘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2023) 〈꽁꽁꽁〉 시리즈의 윤정주 작가를 만나 그 매력을 활짝 꽃피웠습니다. 저승사자, 구미호, 처녀귀신, 도깨비…… 하나같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익숙한 귀신들이지만, 윤정주 작가의 손에서 다시 태어난 귀신들은 각자의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놀라울 만큼 새롭고 개성이 넘칩니다. 이 귀신이 이렇게 매력적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요. 게다가 한 장면 한 장면 그림책 못지않게 밀도 높고 생동감 넘치는 그림들은 오려서 액자에 걸어 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게 하지요.
누구보다 어린이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두 작가가 이야기에 흠뻑 빠져 신나고 즐겁게 만든 책이니만큼 책장마다 자연스럽게 묻어 나는 흥겨운 마음이 어린이 독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라 믿습니다.
사람도 귀신도 어린이는 어린이,
사람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귀신들의 학교생활
《매화귀신학교 - 저승사자 어둑이》의 주인공은 제목 그대로 ‘저승사자 어둑이’입니다. 본디 저승사자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제때 저승으로 데려가야 하므로 누구보다 시간 약속을 철저히 지켜야 하지요. 시간 약속을 어기면 무시무시한 지옥에서 벌을 받기도 하고요.
그런데 저승사자 부부가 60년 만에 얻은 귀한 아들 어둑이는 꾸무럭거리느라 날마다 지각입니다. 행동도 느릿느릿 굼뜬 데다가 여기저기 한눈을 파느라 학교를 제때 가는 일이 없지요. 반 친구들은 꾸물이라고 놀리고, 착하기로 소문이 난 구미호 선생님도 어둑이가 자꾸 지각하니 부모님에게 연락하겠다고 합니다.
이쯤에서 뜨끔할 친구도 있을 테고, 우리 아이랑 똑같네 하며 공감하는 부모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승사자라고 하면 시커먼 두루마기에 시커먼 갓을 쓰고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온 얼굴로 사람 머리맡에 서서 무섭게 내려다보는 모습부터 떠오르잖아요? 그런데 날마다 지각하고 ‘꾸물이’ 소리를 듣는 저승사자라니, 귀신 아이도 사람 아이도 아이들은 다 똑같은 모양입니다.
무시무시하고 ‘짱 세’ 보이는 귀신에게도 ‘처음’은 있고, 귀신 어린이도 학교에서 이것저것 배워야 귀신답게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나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거나 한두 해 학교를 다니며 처음으로 인생의 쓴맛(?)을 경험한 어린이들, 아직은 학교생활이 어렵고 낯선 어린이들에게 이 책이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꾸물이 어둑이가 ‘덜’ 꾸물이가 되기까지 매화귀신학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지 않나요? 우리만 아는 비밀인데, 《매화귀신학교》 다음 편은 ‘처녀귀신 슬금이’ 이야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