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림책이 확보하게 되는 또 하나의 미학적 영역”
제2회 창비그림책상 대상작 출간
『새처럼』은 제2회 창비그림책상 응모작 586편 가운데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함박눈이 내리는 날, 한 아이가 눈길을 걸으며 펼쳐 내는 상상을 그린다. 어린이의 자유로운 내면세계를 표현한 간결한 그림과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이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심사위원은 “작품의 기호적 요소와 이미지의 어울림”(심사평)에 주목하며 거듭해 읽을수록 드러나는 작가의 사유에 극찬을 보냈다.
『새처럼』은 20여 년 동안 동화, 그림책, 그래픽노블 등 다양한 어린이책에 진솔한 그림을 그려 온 포푸라기 작가가 펴내는 첫 번째 창작그림책이다. 작가는 수상 소감에서 이 작품은 “한 아이의 마음에 난 눈길에 대한 이야기”이며 “새 발자국을 새처럼 생각하는 순간, 아이의 마음은 커지고 자유로워”진다고 말했다.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의 사진이 전 세계에 충격을 준 지 십 년이 지났지만 우리 곁에는 여전히 전쟁과 폭력을 견디며 살아가는 수많은 아이들이 있다. 『새처럼』에는 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자유롭게 살기를 바라는 작가의 진심이 담겨 있다. 지금 독자에게 이 작품이 각별한 이유다.
“우리는 새처럼 용감하게 날아요.”
자유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향한 소망
이야기는 어느 겨울날 무표정한 얼굴로 창밖을 내다보는 아이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함박눈을 보고 밖에 나온 주인공은 하얀 눈 위에 찍힌 새 발자국을 따라 걸어간다. 놀이터를 지나 새 발자국이 얼기설기 찍힌 곳에 도착한 아이는 그곳에서 모여 놀았던 수많은 새들을 상상한다. 아이가 발자국 모양에서 새의 형상을 발견한 그 순간, 발자국이 새가 되어 푸드덕 날아간다. 아이는 새처럼 날고 싶다는 마음을 품은 채 사뿐히 눈 위에 눕고, 이내 붉은 새가 되어 하늘로 날아오른다. 하늘을 훨훨 날며 자유를 만끽하던 주인공은 갑자기 몰려온 먹구름을 만나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용기를 내어 먹구름 사이로 가볍게 피한다. 작고 여리지만 새로운 상상을 지닌 존재가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역설하는 대목이다.
『새처럼』에 등장하는 새 발자국의 형상은 평화와 반전의 상징으로 사용되는 ‘평화 기호(☮)’와 닮아 있다. 작품 전반에 나오는 알록달록한 새 발자국은 땅에 머물지 않고 하늘로 자유롭게 비상하는 새처럼 보이기도 하고, 전쟁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찬란한 발걸음으로도 읽힌다. 어른 발자국과 대비되는 어린이의 마음속 길처럼 보이기도 한다. 『새처럼』은 전쟁과 평화에 관한 상징이 풍부해 독자에게 그림책을 깊이 읽어 내는 경험을 선사한다.
주인공 아이는 전쟁으로 자유를 잃은 아이이며, 어른들의 틀 속에 갇혀 지내는 아이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이 새 발자국을 이렇게 보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는 질문을 던지려 합니다. 그게 무엇이든 당신의 생각이 옳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자유로운 상상이 만들어 낸 답은 어린이의 마음과 닮았으니까요. 포푸라기 작가 수상 소감 중에서
“우리는 어디든 날아갈 수 있어요. 작지만 멋진 날개를 가졌으니까요.”
마음에 희망찬 날개를 달아 주는 이야기
“어서 와, 얘들아!” 새가 된 아이의 외침에 길을 걷던 친구들도 주저 없이 날아오른다. 혼자가 아닌 ‘우리’가 된 아이들은 거침없다. 익숙한 마을을 지나서 놀이동산과 아주 먼 바다에 이르기까지 날갯짓을 쉬지 않는다. 이야기는 새처럼 용감하고 다정하게 상상의 경계에 다다랐던 아이들을 다시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와 쉬게 하고, 다음 날 이어지는 또 다른 상상을 경쾌하게 암시하며 마무리된다.
『새처럼』은 고정된 발자국으로부터 비상하는 새의 움직임을 생각하게 하는 ‘역동의 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주인공을 따라 독자는 바닥을 향하던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게 된다.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화면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전달하며, 최소한의 선과 색을 사용한 정제된 그림이 “이 작품만의 고유한 집중력”(심사평)을 만들어 낸다. 어린이가 눈길을 걷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가볍고 경쾌한 소리, 먹구름을 닮은 군화의 발자국이 무겁게 땅을 짓누르는 소리처럼 그림에서 느껴지는 공감각적인 표현 또한 풍부하다. 책장을 넘기면서 독자는 새처럼 날아가고 싶은 곳을 떠올리며 생각을 확장해 나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이 어린이들에게 어디든 날아갈 수 있는 새처럼 자신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용기를 주기를 기대한다.
줄거리
함박눈이 내리는 날, 한 아이가 새 발자국을 따라 걸어가요. 눈 위에 찍힌 발자국을 가만히 바라보자, 발자국이 새가 되어 하늘로 푸드덕 날아올라요! 아이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눈 위에 사뿐히 누워 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