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상사에서 가장 유명한 스님의 한 사람인 분황 원효(617~686)는 불교의 전 기반 위에서도 특히 대승불교의 주요 교학인 유식학과 기신학과 화엄학과 선법학을 아우르면서 일심의 철학을 구축하였다. 원효는 『대승기신론』의 일심, 이문, 삼대의 이론체계와 사신, 오행, 육자법문의 실천체계를 중심으로 전 불교를 재구성하였다. 그 결과 그는 ‘한국의 붓다’라는 이름으로 불리어 왔고 그의 철학사상은 오늘날 세계성을 획득해 가고 있다.
원효의 법호인 ‘분황(芬皇)’은 ‘연꽃 중의 황제’를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분황의 법명인 ‘원효(元曉)’ 또한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첫새벽’을 가리킨다. 그는 ‘연꽃 중의 연꽃’을 통해 한국철학의 새벽을 일구었고 ‘새벽 중의 새벽’을 통해 한국사상의 연꽃을 일구었다. 그리하여 원효는 붓다의 중도연기를 일심, 일(본)각 내지 중도일심의 지형으로 펼쳐나갔다.
이 책은 동아시아 불교사상사 전체를 조망함에 있어 원효를 구심에 두고 동아시아사상가와 한국사상가를 원심에 두어 대비함으로써 동아시아불교와 한국불교의 지위와 위상을 성찰해 보고자 한 것이다.
2.
전체 4부 1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주요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제1부는 ‘분황 원효와 불교사상’이란 주제로, 제1장 「동아시아 불교의 보편성과 특수성」에서는, 아뢰야식으로서 일심, 기신의 적멸/여래장으로서 일심, 화엄의 진심으로서 일심, 선법의 본법으로서 일심 이해를 통해 원효의 철학적 전환 과정과 사상적 성숙 과정을 고찰한다. 제2장 「한국불교의 전통과 원효 불학의 고유성」에서는, 원효는 ‘다양한 주장’에 대한 해명(이해)의 과정을 거쳐 다시 ‘경문의 회석(會釋)’에 대한 융화 회통의 과정으로 나아갔음을 밝힌다.
제2부는 ‘분황 원효와 동아시아 불교사상’이란 주제로, 제3장 「분황 원효와 진제 삼장의 섭론학 이해」에서는, 원효가 『금강삼매경론』에서 본각의 결정성이자 법신불의 입장에서 제시한 아마라식을 수용하고 있는 것은 구역 유식인 섭론학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제4장 「분황 원효와 자은 현장의 인명학 이해」에서는, 원효는 『판비량론』에서 대승 불설에 대한 승군과 현장의 교증(敎證)을 비판하고 자신이 고안한 이증(理證)의 논증식을 제시하였음을 살펴본다. 제5장 「분황 원효와 문아 원측의 유식학 이해」에서는, 원측과 원효는 불설(佛說)의 핵심인 중도(中道)의 다른 표현인 일승(一乘)과 일심(一心)의 관점 아래 회석(會釋)하고 화회하였다고 본다. 제6장의 「분황 원효와 현수 법장의 기신학 이해」에서는, 원효는 적멸로서 일심과 여래장으로서 일심을 아우른 ‘본법으로서 일심’을 시설함으로써 완성된 인간상인 붓다상을 제시하였다고 본다.
제3부는 ‘분황 원효와 고려ㆍ조선 불교사상’이란 주제로, 제7장 「분황 원효와 인각 일연의 화엄학과 선학 이해」에서는, 원효와 일연의 화엄학과 선학 이해를 통해 두 사람의 살림살이와 사고방식을 구명하였다. 제8장 「분황 원효와 경허 성우의 구도 정신」에서는, 원효와 경허의 구도 정신은 부처와 중생, 홍법(弘法)과 화생(化生), 청산과 세속, 열반과 생사가 둘이 없는 무이(無二)의 중도(中道) 세계로 표출되었으며 그것은 요익중생과 이류중행으로 드러났다. 제9장 「분황 원효와 만해 봉완의 깨침과 나눔」에서는, 이들은 ‘세간적 삶’을 벗어나 ‘출세간의 삶’에 들어서 깨침과 깨달음을 얻은 이후 다시 ‘출출세간의 삶’, 즉 ‘입세간의 삶’을 통해 일심법과 유심법, 화회론과 혁신론, 무애행과 심우행을 중심으로 철학적 삶과 종교적 삶의 소통을 모색하였으며, 그들의 일심이문(진여/생멸)과 유심이문(일공/만유)의 철학적 구조를 종교적 실천으로 연결시켰다고 보았다. 제10장의 「춘원 이광수의 분황 원효 인식」에서는, 「신라의 발견」의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엮은이와 그의 의견에 동참한 이들의 자기 정체성의 부정과 자기 역사의 타자화로 일관된 논구들은 모두 일제가 만들어낸 담론의 재승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보았다.
제4부는 ‘분황 원효와 대한 불교사상’이란 주제로, 제11장 「분황 원효의 중도일심과 퇴옹 성철의 중도무심」에서는, 원효의 ‘중도일심’과 성철의 ‘중도무심’ 개념의 연속과 불연속에 대해 살펴보았다. 제12장 「분황 원효의 일심과 묘공 대행의 한마음」에서는, 원효의 일심학이 일심지원과 일심, 일(각)미와 일심, 본각과 진여 등의 구도로 이루어지듯이 대행선의 가풍도 한마음 주인공과 한마음으로 이루어지는 일원상으로 구체화된다고 보았다. 제13장 「분황 원효의 염불관과 무주 청화의 염불선」에서는, 원효가 『아미타경소』와 『무량수경종요』 등에서 제시한 타력(他力)에 의한 왕생인(往生因)과 청화의 일상(一相)삼매와 일행(一行)삼매의 실천을 통한 ‘순선안심(純禪安心)’을 비교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제14장 「분황 원효 연구 논저 목록」에서는 지난 100여 년 동안의 원효 저술의 편서 및 역서, 원효 관련 단행본, 논문, 박사논문, 석사논문 순으로 정리하였다. 이들 논저 목록을 일별해 보면 분황 원효에 대한 연구사 자체가 곧 새로운 불교철학사를 써 가는 과정임을 체감할 수 있다.
3.
이처럼 이 책은 분황 원효의 사상적 지형을 기반으로 하여 동아시아 불교사상가 및 한국사상가를 통시적으로 조명함으로써 원효에 의해 새롭게 드러나는 동아시아불교와 한국불교의 지위와 위상을 재정립하고자 시도한 것이다. 이를 통해 원효가 구축한 불교사상이 얼마나 광대하고도 깊은 것이었는가를 새삼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