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주
이비와 참새의 사진이야기가 기적처럼 올해에도 꽃을 피운다. 여전히 내게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좌충우돌 성장 중인 자식들, 변화무쌍한 남편 사업, 노쇠해 가시는 부모님 걱정까지 가족 걱정하는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쏟았다. 역시나 되돌아보면 정작 그들을 위해 내가 한 일이라곤 별것도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들에게 내가 근심거리가 되기도 했다. 걱정해서 해결된 일도 없었고 걱정했던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다. 단순한 인생사 복잡한 내 머릿속을 제외한 다른 문제는 없었다는 것이 기가 막힌 사실이다.
내가 아이들에게 잘하는 말이 있다. 걱정되면 준비하세요. 남 걱정하지 말고 너나 잘하세요! 바로 이거다 나만 잘하면 되는 거였다. 한두 번 격은 내 인생의 감상평도 아닌데 어리석게도 다람쥐 쳇바퀴 돌듯 실수를 반복한다. 넘을 수 없는 장애는 없다고 한다. 가장 넘기 힘든 장애물은 항상 자기 자신뿐이라는 이야기! 그 흔한 말이 생전 첨 듣는 말처럼 뼈를 때린다.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나는 이번에도 여러 가지 형편상이라는 이유로 올해는 힘들지 않을까? 엄살을 부렸다. 이러다 박수는커녕 욕이나 먹지 않을까 하는 건방진 생각도 역시나 했다. 주변에 뭐라는 사람 하나 없는데 괜히 눈치 보며 찌질하게도 굴었다.
욕심부리며 살아놓고 안간힘쓰며 열심히 살아온 인생처럼 포장하려니 여간 힘에 부치는 게 아니었나 보다. "그래 사정도 여의치 않고 어쩔 수 없잖아" 또 그렇게 핑곗거리를 주렁주렁 달아 주저앉으려 했다. 하지만 얼마나 형편없는 변명인가! 이제껏 할 것 다 해놓고, 결국 앞으로도 지 할 거 다 하고 살 거면서,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나를 본다.
그냥 인간사 누구나 겪은 일을 나도 겪으며 산다.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높은 산들도 초인처럼 넘어 다녔던 적이 있었다. 한 번 넘었는데 두 번은 못 넘을까! 시작도 어렵지만 할수록 어려운 게 당연한 거다. 이렇게 나르시시즘에 빠져 거창한 서사를 쓰면서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작가의 글을 쓰려고 했는데 작가의 반성문을 쓴다.
지금의 내게 이비와 참새의 사진 이야기는 어떤 의미인가? 애인이다. 소중하고, 고맙고, 아직도 설레이는 사랑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여섯 번째 데이트, 부재는 얼음꽃 당신! 사랑은 두렵지만 전부를 걸겠다.
이비와 참새의 사진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었던 건, 사진 인문학을 지도해주셨던 현정범 작가님과 포보스의 개성 넘치는 작가님들의 덕분이었다. 나를 지지해 주는 가족과 지인분들 그리고 소중한 독자분들께 다시 한번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2024년 10월10일 나를 소름 끼치도록 행복하게 만들어 주신, 노벨문학상 수상 대한민국의 한강 작가님께 깊은 존경과 뜨거운 사랑을 전하고 싶다.
*최우인
2024년도 출간할 6번째 "이비와 참새의 사진이야기"를 편집하면서 문득 참 시간이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에 1권을 만들었던 거 같은데, 벌써 6권째를 편집하고 있고, 올 초에 5권을 교보문고에 등록했었는데, 벌써 2024년 11월이라니, 언제 이리 후딱 지나가 버렸는지 모르겠다.
작년 말부터 스페인 사업을 준비하면서 반은 스페인에서 살고, 반은 서울에서 살았다. 확실히 새로운 세상으로 가면 많은 사진을 찍게 된다. 한국에서처럼 카메라를 들고 찍는 사진이 아니라 핸드폰으로 더 많은 사진을 담는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핸드폰으로 찍었던 사진은 휴대전화기에만 저장되었지, 편집까지 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올해 찍은 사진은 거의 핸드폰으로만 찍었기에 골라 담아서 편집해보기로 했다. 핸드폰을 컴퓨터에 연결하고 사진은 옮기고 하는 작업이 불편했지만, 편집하고 나서 드는 생각은 카메라보다 핸드폰이 훨씬 자연스럽고 그 순간을 더 잘 담아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물의 경우는 다르지만, 사람이 포함된 사진의 경우 카메라를 들이대면 표정이 굳어버리고 행동이 무척 부자연스러웠었는데, 핸드폰은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순간순간 더 빨리 찍을 수 있기에, 내가 원했던 그 순간을 더 잘 담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찍는 장소나 시간 그리고 목적이 다들 다를 것이다. 나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 굳이 어딜 가지는 않는다. 어딘가게 가게 되면 그리고 그때 카메라가 있으면 평상시와 똑같은 방법으로 사진을 찍는다. 집 앞에 나가서 셔터를 누를 때나 부산 부모님 댁에 가서나 그리고 스페인에 출장을 가서도 항상 사진은 같은 시선과 같은 프레임으로 카메라에 순간을 담는다. 그래서 1권부터 6권까지 특별히 변함없는 ‘이비와 참새의 사진이야기’를 출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의 부제는 ‘얼음꽃 당신’이다. 부제와 같은 제목인 두 번째 사진 시리즈는 대부분 스페인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한국에서 찍던 시선과 비슷한 시선으로 찍었는데, 결과물은 완전히 느낌이 다르다. 아마도 우리가 자주 접하지 못하던 새로운 것들에 대한 호기심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사진을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많은 곳을 다녔었고, 앞으로도 더 많은 곳을 가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해외로 더 많이 나가서 사진 작업을 하고 싶다.
올해는 다른 해보다 좀 늦게 ‘이비와 참새의 사진 이야기’ 사진 작업을 시작했다. 해외 출장이 잦아 선뜻 시작할 엄두를 못 내기도 했고, 무더웠던 여름이 너무 길었던 것도 한몫했다. 그리고 올해는 다른 해보다 더 셔터를 누를 시간이 적었고 사진에 집중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학 동기 사진반에서는 올해 단체로 일본에 사진을 찍으러 다녀왔고 또 2번째 단체 사진전을 했다. 나는 해외에 있는 날이 많이 함께하지 못했지만, 사진전을 둘러보면서 각자의 시선과 생각을 사진으로 멋지게 표현해낸, 사진을 사랑하는 동기들이 있어 사진 생활이 더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 또 한 친구는 지인들과 함께 사진전과 사진집까지 출판했다. 직접 사진전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친구의 사진집을 받아 들고, 보고 또 보면서 오랜 시간 사진을 취미로 하면서 지금까지의 사진들을 잘 정리하고 선별한 다음 정성스러운 글까지 곁들여 멋진 사진집을 출판한 친구에게 축하의 박수와 수고했고 잘했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2024년도 6권째 책도 이렇게 탈고하면서 앞으로도 쭉 행복한 사진 생활을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