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인간 삶에 관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최후의 사건이다. 아니, 그보다는 한 인간의 죽음의 이유와 의미를 설명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류가 존재한 이래로 축적해 온 모든 지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그 개인의 삶을 총체적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혹은 그렇게 해서라도 이해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죽음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일련의 재난으로 인한 집단적인 죽음 사건 또는 ‘사고’와 ‘환경’으로 인한 죽음의 경우는 특히 납득할 만한 이유와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받았다. 그러나 그 어느 하나 충분한 결론을 얻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기이한 공통성을 띤 사건이기도 하다.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건, 2022년 10월 29일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한 이태원 참사, 1994년에서 2011년에 걸쳐 느리게 진행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2020년에서 2023년 사이에 코로나19로 말미암은 대규모 사망 사태의 뒤안에서 주목받지 못하였던 백신으로 인한 사망, 최근 10년 사이 지구온난화와 과잉노동이 결합하면서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환경재난으로 인한 사고사 등이 그것이다. 또 오늘날 사회적 시스템이 공공위생 시스템 등으로 대부분의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유할 수 있는 조건 속에서도 예방하거나 방지하지 못하는, 예기치 못한 재난으로 인한 죽음들은 개인 - 사회 - 죽음의 관계에 대한 다면적인 인식의 필요성을 일깨운다.
이러한 ‘사회적 재난’으로 인한 집단적인 죽음은 “수천 명이 한꺼번에 죽은 하나의 사건”으로서도 우리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지만, 다른 한편으로 “하나의 죽음 사건”이 한날한시에 수천 번 일어난 것이라는 관점도 놓쳐서는 안 된다. 인간은 오직 홀로 죽어갈 뿐이며, 그 ‘한 죽음’이 그 개인의 ‘전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죽음’이라는 하나의 보편적인 사건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죽음‘들’만이 있다. 모든 사람은 죽음으로써 제각각 저마다의 인생을 마감한다. 인류가 존재한 이래로, 똑 같은 죽음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누구도 남의 죽음을 대신할 수 없으며, 어느 죽음도 다른 사람의 죽음과 같은 죽음은 없는 반면, 역사상 그 누구도 죽음의 경험을 전해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하나의 죽음의 전 과정을 계속해서 들여다보고 재구성하며, 죽어간 이의 이름과 마음을 헤아리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살아남은 자-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그러하고, 죽어간 이를 위해서도 그러하다. 인간은 언젠가 죽게 마련이지만, 사람들은 죽음에는 납득하고 용인할 수 있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 분노하거나 통상적인 죽음보다 더 큰 슬픔을 느낀다. 하물며, ‘재난’으로 인한, 불시의, 불의(不意)의 죽음이 남겨진 사람들에게 주는 충격은 어마하게 크게 마련이다.
전쟁이나 기아, 또는 전염병 또는 홍수 등으로 말미암은 ‘집단적인 죽음’은 유사 이래로 끊임없이 있어 왔다. 그중에서 인류가 국민국가를 형성하고 집합적인 거주생활을 하는 가운데 태풍, 홍수, 호우, 강풍 등의 ‘자연재난’과 화재, 붕괴, 폭발, 교통사고 등의 ‘사회재난’을 합한 재난으로 말미암은 집단적인 죽음은 일견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이 의도하지 않은 것이라는 점에서 불가항력적인 것으로 여겨지지만, 이 세상에 불가항력적인 죽음이란 흔치 않은 법이다. 그러므로 어떤 식으로든 그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고, 또 요구된다. 이 책은 그렇게 인간이 죽어가는 여러 유형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경희대학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통합의료인문학문고 죽음 연구 시리즈의 네 번째 책으로, 최근 우리 사회의 거대한 이슈로 부각된 재난으로 인한 ‘거대한 죽음 사건’과 그 속에서 죽어간 한 사람 한 사람의 죽음‘들’의 의미를 천착한다. 그리하여, 아직도 우리 사회가 그 해답을 듣지 못한 ‘죽음에 대한 책임’ 문제를 다시 묻는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죽음에 대한 이해를 위한 노정이기도 할 것이다.
추신: 2024년 12월 29일, 제주항공의 비행기가 폭발하면서 179명이 한순간에 희생되는 참사가 발생하였다. 부디, 명복을 빌며, 그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책이 굳건히 수립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