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의 시선으로 보는 하와이 -
이십 대 중반 무렵 저자가 제주도 스쿠터 여행을 제안했다. 나는 자전거도 못 탄다며 손사래 쳤고, 친구의 엉뚱함에 한참을 웃었다. 설마 혼자 갈까 싶었는데 며칠 뒤 사진이 도착했다. 바다를 배경으로 귀여운 스쿠터를 타고 있는 씩씩한 저자였다. 십여 년 후인 지금은 하와이에서 물놀이하며 웃고 있는 사진을 본다. ‘가족’이라는 든든한 동반자가 함께하는 따뜻한 모습이다. 엄마로서 가족 여행은 나태를 부릴 수 있는 휴식이 아니다. 아이들에게는 보살핌이 필요하다. 잘 먹여야 하고, 시기적절하게 입혀야 하고, 알맞게 먹고 바를 수 있는 약도 준비해야 한다. 씩씩한 스쿠터 아가씨는 ‘그 정보’를 전해주는 야무진 선배 엄마가 되었다. 숙소 내 세탁기가 고장 나 아이들 옷가지를 손빨래하는 고생을 하며, ‘수리가 느린 하와이에서는 때로 개인 세탁기보다는 공용 세탁기가 더 유용할 수도 있다’와 같은 실질적인 경험담을 들려준다. 현지에서 구매할 수 있지만 캐리어에 담아 가면 비용을 아낄 수 있는 효율적인 생필품 정보도 아낌없이 풀어낸다.
오늘도 마음을 훔쳐본 듯한 알고리즘은 나를 ‘한 달 살기’, ‘아이와 여행’, ‘영어유치원’, ‘영어 캠프’ 숏츠로 이끈다. 실행력은 낮지만, 관심의 정도는 낮지 않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나도 갈 수 있을까? 그래서 비용은 얼마나 들었을까’하는 물음표가 떠오른다. 허나 학원 정보를 묻는 것조차 무례가 될 수 있다는 풍월은 나를 주저하게 만들고 정보에서 멀어지게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알고 싶은 것은 뭉뚱그려진 무언가가 아닌 손에 잡히는 실체와 단위다. 그리고 해답을 줄 수 있는 이는 역시나 먼저 아이를 키우고 여러 과정에 도전해 본 선배 엄마다.
하와이 해변의 그녀는 제주도의 그녀보다 덜 자유롭지만 여유롭다. 가족을 위해 예측하지 못한 상황을 풀어내기 위해 발휘된 끈기와 기지가 만들어낸, 엄마의 여유다. 불안함과 낯섦을 이겨내고 부딪혀 얻어낸 경험담을 공유해 주어 고맙다. 아직은 아이와 함께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탄다는 것 자체에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천국의 한 조각이 어떨지 궁금하고 가족과 함께 누려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 우선은 책으로 여행을 시작해 보기로 한다.
강혜선
서른과 마흔 사이,
41번째 중간고사는 중국에서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