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실은 힘껏 외쳤다.
“나는 사냥꾼 두실이다아아아아아아!”
성에 차지 않았다. 앞으로는 모든 걸 새롭게, 스스로 정할 것이다.
“나는 그냥 두실이다아아아, 나는 그냥 나다아아아아!”
생계를 위해 수렵과 채집활동이 무엇보다 가치 있고 중요했던 신석기 시대.
그 사회가 원하는 규범을 벗어나 자신만의 꿈을 지키려 했던
소년 두실과 친구들의 감동적이고도 역동적인 이야기!
그동안 역사, SF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한 활동과 성과를 거두고 있는 지슬영 작가의 신작, 『사냥꾼 두실』이 마루비 어린이문학 22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사냥꾼 두실』은 신석기 시대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그때에도 있었을 사회적 규범과 편견 속에서 끝내 자신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데 성공하는 주인공 두실과 그 친구들의 성장과정을 다룬 역사동화이다.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힘이야말로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던져 주는 이 작품은 신석기 시대의 사냥 활동과 시대적 배경 등 역사 동화의 또 다른 재미를 어린이 독자들에게 가득 선사해 줄 것이다.
“나는 사냥보다 만들기가 좋다고요!”
주인공 두실은 곧 열두 살이 되어 첫 사냥을 앞두고 있다. 두실이 사는 버들숲 마을에선 남자 아이라면 누구나 첫 사냥을 통과해야 된다. 그래야만 사냥꾼 무리에 들어가 마을 사람들이 함께 먹을 고기를 구할 수 있다. 즉 사냥꾼이 된다는 건 마을을 책임진다는 뜻이자 어른으로 인정받는 일이다. 하루라도 빨리 사냥꾼이 되기를 원하는 친구 흰달과 달리, 두실은 사냥만 떠올리면 오금이 저리고 무섭기만 하다. 대신 화살촉을 만들고 조개 목걸이를 만드는 일들이라면 언제나 기쁘고 즐겁다. 두실의 아버지는 그런 두실이 답답하기만 하고 두실 역시 사냥을 못하는 자신이 쓸모없게만 느껴진다.
“흰달이를 좀 봐라. 어린 나이에 아버지 없이도 저 홀로 훌륭한 사냥꾼이 되었잖니. 얼마나 멋진 사내니. 사내는 사냥꾼이 되어야 하는 법이다. 그게 너를 지키고 가족을 지키고 마을을 지키는 길이야. 만들기 같은 건 이제 집어치워라.” -23쪽
“나도 사냥꾼이 될 거야.”
어느 날 두실의 집에 큰불이 나고 두실의 아버지는 집에서 돌아가신 채로 발견된다. 두실은 죽은 아버지를 대신하여 집안의 생계를 책임져야만 하지만 여전히 첫 사냥은 엄두도 못 낸다. 그런 두실을 안타깝게 생각한 친구 흰달이 마을사람들이 공동으로 나서는 사냥에 함께 가자고 손을 내밀고 이에 두실 역시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용기를 내기로 결심하고 사냥꾼들의 뒤를 따라 나서 보지만 너무 긴장한 나머지 멧돼지 사냥에서 다른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는 실수를 하고 만다.
두실은 우연히 강가에서 이웃마을 여자아이 가람비를 알게 된다. 가람비는 두실과 달리 여자라는 이유로 사냥꾼이 될 수 없다는 사회적 편견에 맞서 ‘원래의 나대로’ 살고 싶다는 신념을 가진 당찬 아이다. 두실은 그런 가람비에게서 처음으로 깊은 동질감을 느끼며 자신에게 충실한 오늘 하루의 가치를 깨닫는다.
“넌 내일을 사는구나?”
“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니까 내일을 사는 거지.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랬어. 옛날 일만 생각하면서 살면 그 사람한텐 어제뿐이고, 걱정만 하며 사는 사람한텐 내일뿐이래. 오늘이 없는 거지. 그렇게 살면 눈 감기 전에 후회한대.”
두실은 잠시 멍해졌다. 가람비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면서 도 왠지 모르게 혼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본문 71쪽
“사냥꾼이래. 나보고 사냥꾼 두실이래!”
다짐과 달리 좀처럼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던 두실 앞에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바로 두실이 만든 사냥용 활과 고기와 맞바꾸자는 제안이 들어온 것이다. 손으로 만드는 것이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는 두실은 마침내 자신의 손으로 가족을 책임지고 당당하게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희망 앞에 기뻐한다.
“이런 화살을 또 만들 수 있겠니?”
두실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갈대 마을에 사는 벼락치다. 다음번 보름달이 뜰 때 널 찾아가마. 활과 화살을 좀 만들어 주겠니? 그 대신 내가 고기를 좀 가져가마.”
“정말요?”
두실은 고기를 받아 든 어머니가 환하게 웃는 얼굴이 떠올랐다. 제 일처럼 기뻐할 흰달의 얼굴도 떠올랐다. 가슴이 쿵쿵 뛰었다. -본문 82쪽
“나는 그냥 두실이다아아아, 나는 그냥 나다아아아아!”
고기와 화살을 맞바꾸기로 한 벼락치 아저씨는 끝내 나타나지 않고 대신 마을이 도둑떼들에게 침략을 당해 쑥대밭이 된 채 마을까지 이들에게 빼앗길 상황이 된다. 두실과 흰달, 그리고 가람비는 이웃마을에서 온 벼락치 아저씨와 힘을 모아 마을을 살려내는 데 성공함으로써 두실은 마을사람들로부터 진정한 사냥꾼으로서 인정을 받게 되고 이를 계기로 두실은 짐승을 잡는 사냥꾼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자신이 지닌 능력과 용기로 이웃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우리의 삶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규범과 방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이 꿈꾸며 지키고자 하는 가치 속에 있음을 두실의 용기 있는 행동을 통해 보여 준다.
가람비와 흰달이 두실에게 눈짓을 보냈다. 두실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저 위에서 아버지가 모든 걸 지켜보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실은 힘껏 외쳤다.
“나는 사냥꾼 두실이다아아아아아아!”
성에 차지 않았다. 앞으로는 모든 걸 새롭게, 스스로 정할 것이다.
“나는 그냥 두실이다아아아, 나는 그냥 나다아아아아!”
눈을 마주친 세 아이가 푸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본문 129쪽
약 1만 년 전 어린이 두실이가 지금 세상을 본다면 뭐라고 할까. 그리고 지금의 어린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을까. “스스로의 모든 것을 새롭게 정하리라 다짐했던 두실”은 아마도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꿈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라고 언제나 응원하고 있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