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표지는 보라색입니다. 보라색은 빨간색과 파란색이 섞여 만들어진 색이지만, 우리는 보라색을 ‘빨간파란색’이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보라색은 빨간색과도, 파란색과도 다른 색이기 때문입니다. 시청각장애도 이와 마찬가지라는 의미에서 보라색은 시청각장애인을 설명하는 색으로 자주 사용됩니다. 시청각장애인은 시각 손상과 청각 손상을 모두 갖고 있는 사람이지만 두 기능이 모두 손상되었기에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생활 속 불편을 겪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렇듯 잘 알려지지 않은 시청각장애인의 삶에 대해 알리고 싶었다는 김희철 작가는, 오히려 책 속에서 송이의 장애를 부각하지 않습니다. 결국 작가가 전하려던 이야기는 보고 듣지 못하는 송이의 ‘장애’가 아니라 송이의 ‘변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내 동생은 보고 듣지 못해요.”가 아니라 “내 동생은 색깔이 변해요.”로 시작하게 됩니다. 글을 쓴 김희철 작가는 이렇듯 어떤 시선에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하고 밝은 송이를 자유롭게 표현했고, 그림을 그린 전명진 작가는 화려하고 고운 색들로 송이가 가진 화사함을 섬세하면서도 역동적으로 그려 냈습니다.
송이가 느끼는 세상을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송이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는 송이가 사는 세상을 보지 못합니다. 아이들을 보며 어른들은 말합니다. 너희들은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다고. 그것은 송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눈앞의 광경에만 몰입하여 곁에 있는 풍경을 놓칠 수 있습니다. 내가 듣는 소리에만 집중해서 작은 소리들을 듣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송이는 다른 세계에 있습니다. 송이는 어떤 색도 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떤 소리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송이는 전혀 새로운 색, 아무도 표현한 적 없고 아무도 본 적 없는 색이 될 수 있습니다. 송이의 세계는 무한하고 다채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