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가 선택할 거야, 멋진 주인!“
발랄하고 당당한 강아지 버찌의 반짝이는 선택
『버찌의 선택』은 2024년 5·18문학상 아동문학 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이정란 작가가 처음으로 펴낸 동화책이다. 두 번이나 버림받은 유기견 ‘버찌’가 신비한 콩알을 삼킨 후 사람처럼 말을 하게 되면서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해 줄 새 반려인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그렸다. 중요한 선택을 앞둔 버찌의 앞에는 세 명의 후보가 등장한다. 처음 만난 버찌를 안쓰럽게 여기며 편히 쉴 공간을 제공한 ‘나월래’ 할머니, 타인의 마음을 깊이 헤아릴 줄 아는 어린이 ‘우동찬’, 그리고 뜻밖에 버찌를 찾아온 예전 주인까지. 버찌는 또다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새 주인 후보들을 신중하게 관찰하고 탐색한다. 인간에게 늘 선택받아 오던 동물이 반대로 반려인을 직접 선택하면서, 동물과 인간의 관습적인 관계가 전복된 점이 주목할 만하다. 점차 버찌가 자신의 운명을 주체적으로 개척하며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 가는 서사가 흡인력 있게 전개되며 읽는 이로 하여금 버찌를 열렬히 응원하게 한다. 과연 버찌는 눈빛만 봐도 통하는 ‘내 편’을 만날 수 있을까? 어려운 상황에도 쉽게 좌절하지 않고 발랄한 유머 감각을 뽐내는 사랑스러운 강아지, 버찌의 이야기에 신나게 귀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누군가의 마음은 누군가의 것이니까.“
‘나’와 타인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법
버찌 앞에 나타난 반려인 후보들은 저마다 또렷한 개성으로 작품에 생동감을 더한다. 후보 1번, 혼자 사는 나월래 할머니는 추위와 굶주림에 떨고 있는 버찌를 집으로 데려와 쉬게 해 준다. 마음씨 따뜻하고 말도 잘 통하는 할머니를 당장 가족으로 선택하고 싶지만, 버찌는 할머니와 오래오래 함께 살 수 있을지 염려되어 선택을 망설인다. 할머니 집을 나와 만난 후보 2번 우동찬은 방과 후 좋아하는 친구에게 용기 내 고백하지만 거절당한다. 우연히 그 모습을 보고 위로를 건넨 버찌에게 동찬은 “누군가의 마음은 누군가의 것”이라고 말하며 친구의 선택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동찬을 통해 타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성숙하게 관계 맺는 법을 배운 버찌는 이후 제 앞에 나타난 예전 주인의 잔인한 말과 행동에 당차게 대응하며 다시금 마음먹는다. 상처를 남긴 사람들을 조금도 그리워하지 말고 자신을 존중해 줄 가족을 찾자고 말이다. 이제 버찌는 망설임 없이 한 사람을 향해 달려간다. 타고난 입담과 긍정적인 성격으로 하루하루를 활력 있게 살아가는 멋진 할머니, 나월래를 향해서다. 물론 한 가지 과제가 남았다. 할머니의 마음은 할머니의 것이므로, 할머니에게도 자신을 가족으로 선택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할머니는 어떤 선택을 내릴까? 할머니의 선택, 그리고 할머니와 우동찬이 선사하는 깜짝 반전 속에서 독자들은 타인을 이해하는 법과 제 선택에 책임지는 자세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을 것이다.
“버찌는 도망을 안 갑니다. 나월래는 버찌를 안 버립니다.”
사랑과 존중으로 맺어진 ‘우리’가 진짜 가족!
다행히 할머니 역시 버찌와 한마음이 되어 평생 함께 살기로 약속한다. 서로를 가족으로 선택한 뒤, 절대 음감을 자랑하는 버찌가 음치인 할머니를 도와 노래자랑에서 완벽한 무대를 선보이도록 돕는 장면은 훈훈한 웃음을 불러일으키며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혈연으로 묶인 전통적 가족이 아니더라도, 각기 다른 존재들이 서로 의지하고 한 울타리 안에서 정을 나눈다면 가족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할머니와 맞은 첫 봄, 버찌는 다시 한번 운명적인 결정을 내린다. 과거의 자신처럼 상처 입은 개를 만났을 때 마침 목에서 마법의 콩알이 튀어나왔고, 콩알을 다시 삼키는 대신 그 개에게 준 것이다. 버찌는 말할 수 없게 된 것을 아쉬워하기보다는 마음껏 짖으며 짜릿한 해방감을 맛본다. 인간의 말을 하는 능력은 할머니와 진정한 교감을 나누게 된 후에는 불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버찌의 변화 또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은 소중한 존재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작품에 온기를 더한다. 새롭게 콩알을 삼킨 개의 앞날에 대한 궁금증을 남기며, 『버찌의 선택』은 이야기가 끝난 후에도 어디선가 마법이 계속되고 있을 거라는 기대감과 여운을 남긴다. 용감하고 씩씩한 버찌의 마법 같은 이야기가 추운 겨울, 독자들의 마음을 포근하게 덥혀 주기를 기대한다.
작품 줄거리
버찌 열매처럼 반짝이는 까만 코를 가진 유기견 ‘버찌’. 두 번째 주인에게도 버림받고 공원에 홀로 남겨진 추운 밤, 눈앞에 마법처럼 나타난 분홍색 콩을 삼킨 뒤 인간의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버찌는 절대 음감을 자랑하는 강아지답게 자신만의 노래를 지어 부르며 씩씩하게 새 주인을 찾아 나서고, 이윽고 하나둘 후보들이 나타나는데……. 버찌는 눈빛만 봐도 마음이 통하는 든든한 ‘내 편’을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