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불교 십우도(十牛圖)와 게임 메타버스를 결합한 영어덜트(Young Adult) SF 소설이다.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가 쓴, 인간 본성과 세계에 대한 심도 있는 성찰을 가능케 하는 철학적 소설이기도 하다.
십우도는 상징성과 함축성이 강해 오랜 세월 불가(선가)에서 애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대에 와서는 불교를 넘어 심리학 등 인문 분야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소재이다. 이 책은 깨달음의 여정을 담은 열 단계의 그림, 즉 십우도를 현시대 흐름에 맞게 재창조하여 철학적 의미와 문학적 재미, 대중성과 예술성을 모두 살린 성장소설이자 SF/판타지 소설이다.
2.
십우도는 마음을 닦아 불성(佛性)을 찾는 과정을 표현한 그림으로, 심우도(尋牛圖)라고도 한다. 열 단계로 표현된 십우도는 점진적으로 일어나는 의식 성장 과정을 상징화하고 있는데,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목동이 소를 찾아 나서서(심우尋牛), 소가 남긴 자취를 보고(견적見跡), 소를 발견하여(견우見牛), 소를 얻은 뒤(득우得牛), 소를 길들여서(목우牧牛), 소를 타고 돌아와(기우귀가騎牛歸家), 소를 잊고(망우존인忘牛存人), 자신도 잊은 다음(인우구망人牛俱忘), 본래의 근원으로 돌아가(반본환원返本還原), 세상 속에서 깨달음을 펼친다(입전수수入廛垂手)는 이야기다. 소를 찾아 속세를 떠난 주체가 소를 길들여 돌아온 뒤 소도 없고 나도 없음을 깨닫고 세상으로 돌아오는 내용인데, 이는 의식이 깨어나는 과정인 동시에 인생의 여정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십우도의 줄거리를 시대적 흐름에 맞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재창조하고 있다. 목동이 소를 찾는 단계별 과정을 소년이 메타버스 속에서 활약하는 스토리로 바꾸고, 십우도의 중심 소재인 ‘소(牛)’를 ‘아바타’로 치환하여 주인공이 가상과 현실 세계를 넘나들며 모험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로 형상화했다. 작품 형식에 있어서는 십우도의 열 단계 구조를 기초로 하되, 각각의 단계들을 이야기의 장(章)으로 구성하고 세분화하여, 스토리텔링의 흐름 속에서 십우도의 의미가 자연스럽게 개현되도록 하고 있다.
3.
십우도는 자체로 상징성이 뛰어나기에 문학과의 결합을 통해 더욱 풍부한 의미를 생성·전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십우도에 관한 관심은 주로 수행의 측면이나 학문의 영역에서만 머물러 온 아쉬움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 책은, 십우도를 차용해 현대적 감각에 맞는 새로운 이야기로 형상화함으로써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모두가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독자는 이 책을 재미있게 읽으면서 존재와 세계, 그리고 인간 본성과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흔치 않은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