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운용 트렌드’를 급변시킨 우크라이나전쟁
2024년 12월 《한국군 무기연감》이 어느덧 출간 아홉 번째를 맞이했습니다.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일 인쇄한 《2011 한국군 무기연감》이 처음으로 나온 지 햇수로 만 13년이 지났습니다. 《한국군 무기연감》이 한국을 대표하는 무기연감을 넘어 자랑스러운 K-방산무기체계의 ‘바이블’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오로지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2025년 벽두에도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합니다. 지난 20년간의 대테러전쟁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전쟁의 여파로 무기체계의 운용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군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어, 이번 《2025 한국군 무기연감》부터는 기존의 격년 발행에서 매년 발행으로 전환해 한국군 무기체계의 변화상을 실시간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2025 한국군 무기연감》은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무기체계 패러다임의 변화를 전력 발전에 반영하려는 우리 군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지면을 대폭 쇄신했습니다. 《2025 한국군 무기연감》은 2024년 11월 30일 현재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총 419개의 무기체계를 538장의 컬러사진과 함께 실었습니다.
또 K-2 전차, K-9 자주포, 천궁-Ⅱ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K-239 천무 다연장로켓,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 FA-50 경전투기 등 현재 수출이 이뤄지고 있는 K-방산의 명품 무기들과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 공군의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 등 해ㆍ공군을 대표하는 무기체계들을 영문으로 소개해 해외 마케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2024-2025 한국군 무기연감》에 수록한 무기체계가 436개였고, 지난해와 달리 도태된 무기체계와 장비는 미미하고, 신규로 편성된 무기체계들이 많습니다. 도태된 무기라면 국토부 연구개발 과제로 개발한 KC-100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공군 사관생도용 비행실습용으로 개량해 쓰고 있던 KT-100 훈련기 정도입니다.
육군편은 206개에 달하는 무기체계를 정리했습니다. 육군 편은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체계를 소총부터 미사일까지 일목요연하게 간추렸습니다. 육군의 신규 무기체계를 보면,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현무-5가 강력한 보복력을 챙기고 있습니다. 2023년 공개된 현무-4는 탄두 중량이 2t이지만, 올해 국군의 날 선보인 현무-5는 탄두 중량이 8t에 달합니다. 현무-5는 북한 지휘부가 은신한 지하 벙커를 파괴하는 미사일로, 한국형 3축 체계 중 하나인 대량응징보복수단입니다.
그다음으로 ‘드론 킬러’로 알려진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Ⅰ(천광)’이 등장했습니다. ‘천광’은 하늘 천(天) 자와 레이저를 상징하는 빛 광(光) 자를 합성한 이름으로, 전기만 공급되면 운용할 수 있고, 1발당 소요 비용도 2000원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북한의 조악한 무인기에 대응하기 위해 고비용의 20㎜ 벌컨, 30㎜ 차륜형 대공포,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을 투입할 필요가 없는 획기적 무기체계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육군이 천둥과 같이 적을 타격한다는 의미에서 ‘우레’라도 명명한 전술지대지 유도무기(KTSSM)도 본격적으로 양산배치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보복력과 방어력을 육군이 강화하고 있는 겁니다. 그다음에 LAH 경공격헬기가 도입을 시작했습니다. LAH는 전력배치와 더불어 용을 뜻하는 ‘미르’, 100을 뜻하는 ‘온’을 합쳐 ‘미르온’이라는 명칭을 부여받았습니다.
헬기 전력과 더불어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훈을 통해 전장의 대세인 드론 전력의 실전배치 차원에서 폴란드의 자폭 드론을 실전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우리 군은 폴란드산 자폭 드론 ‘워메이트’를 도입해 2024년 말 육군 작전부대와 드론작전사령부에 배치에 들어갔습니다. 워메이트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상대로 운용하며 성능을 인정받은 공격용 드론입니다. 계약 물량은 200여 대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해군 편은 100개의 무기체계를 정리했습니다. 해군은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상기반 한국형 3축 체계’ 구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북한이 ‘전술핵 공격 잠수함’이라 주장하는 잠수함을 진수하는 등 수중 위협이 증대되고 있어, ‘수중 킬체인’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해군의 신규로 도입되는 무기체계를 보면, 우선 ‘광개토-Ⅲ 사업’(Batch-Ⅱ)의 첫 번째 이지스구축함인 정조대왕함(DDG·8200t급)이 2024년 12월 취역했습니다. 정조대왕함의 배치로 우리의 이지스 구축함은 4척 체제가 됐습니다. 2025~2026년 Batch-Ⅱ의 나머지 두 척의 건조가 완료됩니다. 본격적인 이지스 구축함 체계를 갖춘 해군은 보조전력이라 할 수 있는 차기 호위함 3차선(FFG-Ⅲ) 충남함까지 2024년 12월 말 확보했습니다. 2026년부터는 나머지 5척의 차기 호위함이 해군에 인도될 예정입니다. 차기 호위함은 ‘미니 이지스함’으로, 현재 해군에서 운용 중인 구형 호위함(FF)과 초계함(PCC)을 대체하게 됩니다.
또 해군은 최강의 잠수함 킬러로 불리는 해상초계기 P-8 ‘포세이돈’ 6대를 2024년 7월 국내로 들여왔습니다. 앞으로 ‘해상기반 3축 체계’의 핵심 역할을 할 예정인데, 북한의 SLBM을 장착한 잠수함을 집중적으로 감시하면서 한반도 영해에 대한 장악력을 한층 높여갈 것으로 보입니다.
2024년 9월 해군은 미국 록히드마틴의 해상작전용 헬리콥터 ‘MH-60R(시호크)’ 1호기를 인도받은 데 이어, 2025년 1월 MH-60R 12대 체제를 완비하게 됩니다. 해군의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과 함께 강력한 대잠 작전 능력을 보유할 것으로 보입니다. 2021년 9월 도산안창호함은 국내 최초로 SLBM ‘현무 4-4’를 성공적으로 발사했습니다. 해군은 장보고3 잠수함 배치1 3척 체제를 완비하고, ‘잠수함의 SLBM 보복능력’까지 완비하게 됐습니다.
해병대 편에는 K1A2 흑표 전차, 해병대 상륙공격헬기, 강력한 타격력을 가진 다연장로켓 천무, 한국판 재블린으로 불리는 ‘전차 킬러’ 현궁 대전차 미사일 등 새로 보강된 무기체계 30개를 소개했습니다. 현재 KAAV-Ⅱ 차기상륙돌격장갑차, 상륙공격헬기 등의 수륙양용/공중전력을 개발, 확보하고 서북 도서용 UAV(무인기), AI(인공지능) 기반의 과학화 경계 체계 등 도서 방위용 전력 확보를 진행 중입니다.
공군 편에는 총 83개의 무기체계를 실었습니다. 공군은 F-35A 20대를 추가 도입하는 F-X 2차 사업을 통해 ‘킬체인’ 능력을 강화하고, 또 다른 최첨단 전투기 전력인 F-15K 슬램이글 전투기 59대를 전자주사식 레이더 등을 장착하는 개량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공군은 2028년 이후 한반도 유사시 제공권 장악 직후 남아 있는 나머지 주요 목표물의 정밀타격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습니다.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에서 이스라엘공군은 F-16, F-15, F-35 세 기종으로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폭격해 전쟁의 의지를 초기에 꺾었고, 좁은 지역에서 ‘아이언돔’이라는 효율적 방공망으로 이란과 하마스의 미사일과 포탄을 막아냈습니다. 우리 공군은 이스라엘과 같은 3종 전투기 세트와 ‘GBU-12’와 같은 공대지 레이저 정밀 유도폭탄과 같은 무기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했습니다.
공군은 대탄도탄의 방어능력을 본격적으로 강화하고 있습니다. 육상 요격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L-SAM)의 체계 개발 완료 소식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사실상 ‘완성’을 알리는 낭보였습니다. L-SAM은 2023년 5월 전투용 적합판정을 받았고, 2024년 체계 개발을 완료하고 2025년 양산에 들어갑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한국형 사드(THAAD)’로 불리는 L-SAM은 고도 40~70㎞에서 날아오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이나 항공기를 요격할 수 있습니다. 2020년대 후반쯤 L-SAM이 실전에 투입되면 현재 패트리엇(15~40㎞), 천궁Ⅱ(15~30㎞)와 주한미군의 사드(40~150㎞)와 결합해 KAMD는 사실상 ‘완성단계’에 들어섭니다.
2025년에는 전투기 전력과 수송기 전력은 큰 변화가 없습니다. 다만 방위사업청이 2005년에 배치된 주력전투기 F-15K 59대의 개량 사업 착수에 돌입했습니다. 능동전자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추가하고 능동ㆍ수동형 경고 및 생존성 체계(EPAWSS) 등을 갖춰 4.5세대 전투기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E-7 조기경보통제기 4대 도입계약도 2025년 상반기에 계약이 이뤄질 전망이어서, 현재 총 4기의 E-7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함께 8대 체제로 운용할 수 있게 됐다.
《2025 한국군 무기연감》은 부록으로 ‘2024~2028 국방중기 계획’을 비롯해 2006년 4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의결한 ‘방위사업추진위원회 결의 사항일람’을 수록해 우리나라 무기 개발의 역사를 한눈에 파악하도록 했습니다. 《한국군 무기연감》 통권 9권 출간을 도와주신 국방부와 산하기관 관계자분들, 그리고 한국방위산업진흥회와 국내·외 방산업체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모쪼록 이 연감이 독자 여러분들에게 변모하는 우리 군의 전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지침서가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2024년 12월 15일
오동룡 월간조선 군사전문기자
안승범 디펜스타임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