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만으로도〉는 우리 삶에 스며 있는 소중한 기억과 상실, 그리움의 감정을 세밀하게 묘사한 감성 그림책입니다. 김미진 작가는 색연필의 부드럽고 따뜻한 터치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담아, 그 시절에 대한 소박한 기억을 마치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담담하게 펼쳐 보입니다. 작가가 어린 시절 기억하는 ‘살구꽃 흐드러진 고향집’과 그 안에 자리했던 사랑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주인공에게 있어 삶의 시작과도 같은 존재들입니다. 이 책은 가족이라는 존재가 우리의 삶에 주는 무한한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이 그림책은 한 장 한 장이 지나갈수록 주인공의 성장 과정을 따라가며 소중했던 시간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보여줍니다. 아빠가 장작을 패고, 엄마는 반질반질 윤기 흐르는 장독대를 관리하던 풍경은 이제 아련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주인공이 느끼는 상실감은 그가 사랑하는 이들을 하나둘씩 떠나보내면서 깊어지며, 결국 홀로 남게 된 그는 점점 변해가는 고향집을 바라보며 애틋한 감정을 느낍니다. 그렇게 소중했던 장소와 시간이 덧없이 지나간 후, 주인공은 그 모든 것을 지운 듯한 삶을 살아가지만, 가끔 살구꽃과 가족의 기억은 여전히 그의 마음을 두드리며 떠오릅니다.
〈존재만으로도〉는 우리가 겪는 ‘상실’의 슬픔과 함께, 시간이 지나도 마음속에 남아 있는 소중한 기억들이 여전히 큰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일깨웁니다. 주인공이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고향을 찾았을 때, 가족과 함께하던 시절의 살구나무는 대나무숲 속에서 여전히 그곳에 존재하며, 그의 기억 속 추억과 사랑이 결코 사라지지 않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책은 어린 시절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그 기억의 힘을 통해 우리의 삶 속에 깊이 자리한 정서적 유대를 되새기게 합니다. 또한, 세월이 지나도 지울 수 없는 소중한 추억과 존재의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금 깨닫게 합니다. 〈존재만으로도〉는 독자들에게 존재 그 자체로서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상실을 넘어 삶의 의미를 되찾게 하는 따뜻한 위로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