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졌지만 패하지 않고, 이겼지만 끝나지 않은
‘역설의 선교’
사도행전에서 하나님의 선교는 반대와 방해, 한계와 장벽들 앞에 멈추어 서곤 했다. 바울 일행이 거쳐 간 모든 선교의 현장에 선과 악, 의와 불의, 빛과 어둠이 공존했기 때문이다. 때로는 하나님의 선교가 우상숭배에 빠진 세상이 아닌 하나님을 믿는다고 자부하는 유대인들의 반대에 멈추어 서야 했다. 가장 하나가 되어야 할 바울의 선교팀 안에서도 바울과 바나바의 의견 대립에 하나님의 선교는 멈춰야 했다. 그런데도 사도행전에서 하나님의 선교는 중단되지 않고 진행되었고, 결국 하나님의 뜻은 온전히 이루어졌다. 이 책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고, 생각하지 못한 방식과 수단으로 복음이 땅끝까지 전해졌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자원이 넉넉하든지 부족하든지, 강하든지 연약하든지 하나님만 의지하는 이들을 통해 놀라운 역사가 일어났다는 것을 확인해 준다. 세상의 권력자들이 굴복하고, 유대교 지도자들이 예수님을 믿고, 부자들이 자기 돈과 집을 내놓고, 점치는 자들이 복종하고, 귀부인들이 예수님을 믿는 사건이 소상히 담겨있다. 그래서 이 책에는 하나님의 선교가 잠시 졌지만 패하지 않았고, 이겼지만 끝나지 않은 역설의 선교라는 것을 분명하게 증언한다.
선교의 통일성과 다양성 사이의 긴장
‘성육신적 선교’
이 책에서는 ‘하나님의 선교’가 긴 역사 동안 온갖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다양한 문화와 언어와 종교라는 모판 위에 진행되어온 ‘사람을 통한 선교’이기도 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모든 복음은 전하는 대상을 위해 번역되어야 하고, 손으로 만지고 귀로 듣고, 눈으로 볼 수 있는 구체적인 형태로 재현되었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래야 복음을 듣는 이들이 이해하고 감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사도행전이 몸을 입은 말씀(복음)으로 예수께서 역사 속에 찾아오셨듯이, 하나님의 선교이면서 사람을 위한 선교로, 막연한 복음이 아닌 구체적인 복음이 전해지게 되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사도행전과 같이 지금 우리의 선교도 통일성과 다양성의 긴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선교가 복음을 전하는 사람들의 관점이나 교리만을 강요하지 않으면서(제국주의적 선교), 선교지 사람들의 전제나 조건을 일방적으로 인정하거나 수용하는 태도(혼합주의적 접근) 또한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