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은 우리의 가족’이라는 말은 너무 자주 들어 뻔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아직도 반려동물을 물건처럼 취급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동물 유기 관련 민원 신고는 2022년 538건이었다가 2023년 819건으로 증가했습니다. 추석 연휴 동안 구조된 동물은 2023년 약 1,000마리로, 560마리였던 2022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연휴를 틈타 반려동물을 유기한 사람이 많았던 것이지요. 이 통계는 생명의 소중함이 뻔하디뻔한 주제가 아니라 앞으로 더욱 강조해야 할 가치라는 것을 알려 줍니다.
나는 현이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몽구 때문에 그럴 수 없었어.
몽구가 내 앞을 막아섰거든. 그만해도 된다는 의미 같았어.
나는 더 이상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어.
대신 몽구를 꼭 안아 줬어. 몽구가 너무 슬플 것 같았거든.
- 본문에서
이 책의 주인공 몽구도 길가에 버려진 강아지입니다. 마루는 그런 몽구의 마음을 들여다볼 줄 아는 아이입니다. 가족을 찾기 위해 자신을 찾아온 몽구를 보고 “지금까지 나한테 사건을 의뢰한 그 누구보다 훨씬 더 간절해 보였다”고 표현하고, 경비 아저씨에게 몽구가 얼마나 방치되어 왔는지 들을 때는 옆에서 함께 듣고 있는 몽구가 상처받지 않을까 걱정되어 표정부터 살핍니다. 이런 마루의 태도야말로 반려동물과 가족이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마음가짐 아닐까요?
아니야. 현이 형, 엄마, 아빠는 나를 위해서 최선을 다했어.
많은 강아지 중 나를 가족으로 맞아 줬고,
나한테 필요한 물건은 가장 비싼 제품으로 사 줬으니까.
- 본문에서
이 책은 생명의 소중함은 물론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도 알려 줍니다. 몽구는 개 전용 러닝머신, 자동 욕조, 마사지기 등 비싼 물품이 집으로 배송될 때마다 가족들이 나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마루 곁에는 늘 아이들이 있었지만 다들 사건이 일어났을 때만 찾아오는 까닭에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는 없었습니다.
반면 마루는 몽구에게 비싼 물품을 사 줄 수는 없지만 매일 산책을 가고, 언제나 함께하겠다고 약속합니다. 몽구는 속마음을 털어놓는 마루의 손을 핥아 주었지요. 이처럼 마루와 몽구를 통해 함께한다는 것은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일이고, 서로가 서로를 돕는 일임을 알려 줍니다. 또, 마음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언제나 함께하겠다는 약속이라는 것도 알려 줍니다.
“나는 너랑 언제나 함께할 거야. 너는 어때?”
나는 꼬리를 흔들며 마루한테 말했지.
“나도 너랑 언제나 함께하고 싶어!”
- 본문에서
이 책은 마루 시점과 몽구 시점이 번갈아 쓰였습니다. 몽구 시점으로 쓰인 문장을 통해 방치되고 유기된 동물이 느끼는 슬픔을 생생하게 감각할 수 있지요. 인간의 시점에서 동물을 유기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하는 것보다 동물의 시점에서 버려지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직접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기에 더욱 효과적입니다. 책의 말미에는 개를 키울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정리해 담았습니다. 생명을 가족으로 맞이하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점들이지요.
이 책을 쓴 정유리 작가는 반려동물과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하는 반려동물은 보고만 있어도 행복하고,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반려동물과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인구는 약 1,500만 명으로, 인간과 동물 간의 유대감이 나날이 높아지는 시대입니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고 반려동물과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