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덕무와 『열상방언』에 대하여 ? ‘책만 보는 바보’ 이덕무가 엮은 속담집
『이덕무의 열상방언-우리가 몰랐던 속담 이야기 99』는 이덕무의 『열상방언』을 오늘의 시각으로 다시 읽어낸 책이다. 『열상방언(冽上方言)』은 조선 후기의 학자 이덕무(李德懋 1741~1793)가 당시 서울·경기 지역에서 널리 쓰이던 속담을 수집하여 엮은 속담집으로, 『청장관전서』 제62권에 실려 있다. 이덕무가 총 99편의 속담을 모아, 매 편마다 6글자로 한역한 뒤 친절하게 그 뜻을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 속담 <이불 보고 발 뻗는다>를 예로 들면, ‘量吾彼 置吾趾(양오피 치오지)’ 뒤에 ‘言事可度力而爲也 被短而申足 足必露矣(이런 말이다. 무슨 일이든 자신의 힘을 헤아려서 해야 한다. 이불은 짧은데 발을 뻗으면, 발이 반드시 이불 밖으로 나와 고달파질 것이다.)’라고 해설을 붙였다.
※ 속담(俗談)이란 무엇인가? - 속담은 짧지만 울림이 깊은 말이다
속담은 어린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속담은 인생 선배가 삶의 길목마다 세워둔 이정표다. 속담에는 삶의 지혜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속담은 암기의 대상이 아니라, 체득의 대상이다.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민 것을 호흡하고 느끼는 것이다. 속담은 그 시대의 정신과 감성이 모여든 연못이다. 말에는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 말은 삶을 닮았다.
‘속담(俗談)’은 속(俗)된 이야기다. 지극히 평범하고, 흔하고, 통속적이고, 대중적인 언어다. 어렵거나 폼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생활 속에서 늘 들어왔고 써온 말들이다. 속담에는 보통 사람들의 욕망과 소망, 다짐과 깨달음이 깃들어 있다. 속담은 간결하면서도 구체적이다. 깔끔하게 한 방에 지적한다. 에둘러 말하지 않고 정곡을 찌른다. 그러면서도 풍부한 비유와 상징이 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이야기로 들리게 만드는 마법의 힘을 가졌다. 속담은 한 줄로 쓴 책이며, 한 줄로 쓴 우화다. 같은 속담을 주고받으며 함께 감각하고 공감하는 우리는 아름다운 언어공동체다.
※ 속담으로 읽는 인문학 ? 속담은 한 줄로 쓰인 인문학이다
속담 속에는 인문학이 숨어있다. 인문학은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고민과 질문에서 시작된다. 인문학은 나와 내 주변을 둘러보고 생각해 보는 것이고, 흔들리고 머뭇거리는 내 마음속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조선 후기의 학자 이익은 우리나라 속담을 정리한 『백언해』를 완성하고 스스로 발문을 붙였다. 그는 「백언해발(百諺解跋)」에서 ‘속담은 속된 말이다. 아낙네나 어린아이의 입에서 만들어져 항간에 유행되고 있으나, 인정(人情)을 살피고 사리(事理)를 검증함으로써 뼛속 깊이 들어가 털끝처럼 미세한 부분까지 밝혀내는 점이 있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이처럼 널리 유포되어 없어지지 않고 오래도록 전해질 수 있었겠는가?’라고 말했다.
속담은 한 줄로 쓰인 인문학이다. 속담은 자신을 진단하고 사회를 비판하는 날카로운 눈이다. 속담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의 결과물이다. 속담은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답을 간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