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기의 신작 중편소설 「핏빛 바다」는 신라 시대 해양 오염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찬 김개원은 각간 김경선과 파진찬 박유청의 무리가 도모하는 모반의 실체를 알지 못하여 고민에 빠진다. 그런 가운데 작년 초가을부터 큰물이 졌고, 흰 기운이 하늘에 뻗쳐 가시질 않았는가 하면 요성(妖星)이 동쪽에 나타나고, 알천의 냇물이 핏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이에 군신들이 술렁이기 시작하였고, 한여름에 이르자 김경선을 우두머리로 삼는 불온한 무리는 알천 냇물은 물론이거니와 머지않아 선대 왕이 수호하는 동쪽 바다까지 핏빛으로 물들 것이라는 점을 들어 왕실과 김개원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귀족들의 정사당 회의가 열리고 각간 김경선의 무리와 황실을 대변하는 이찬 김개원 간의 쟁투가 시작된다. 이 자리에서 각간의 무리는 알천 냇물의 변고를 하늘의 변고로 규정하며 황실을 몰아쳤고, 이에 이찬 김개원과 이찬을 돕는 대나마 김춘성은 알천 냇물의 변고는 하늘이 조화를 부린 변고가 아닌, 알천 주변으로 몰려들어 살게 된 백성들의 생활 하수가 늘어나 생긴 인재(人災)임을 주장한다. 결국 대나마 김춘성은 알천, 그리고 동쪽 바다의 바닷물까지 핏빛으로 물든 변고를 황토를 뿌려 해결한다.
이진의 신작 단편소설 「매 나간다」는 고려 시대 매사냥을 다루고 있다. 「매 나간다」는 고려 말기 응방도감이 설치되던 시기의 민간 매사냥 이야기이다. 순수한 생업이었던 매사냥이 국가적 통제를 받으면서 어떤 식으로 변모해 가는지, 원나라의 내정간섭이 백성들에겐 어떤 부담으로 작용했는지, 그런 부담들이 고려 후기 민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보여주고 있다. 매사냥에 관한 몽골의 영향은 관련 용어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사냥매로서의 성숙도에 따라 송골매니 보라매니 지칭하거나, 매를 길들여 사냥하는 전문 사냥꾼을 가리키는 수할치, 매의 꽁지깃에 다는 표식인 시치미 등의 단어들이 그것이다.
엄광용의 신작 단편소설 「땅의 아픔, 하늘의 슬픔」은 소나무 남벌을 주제로 한 환경파괴를 위주로 다루고 있다. 조선 말기의 고종 재위 시절, 흥선대원군이 왕권 강화를 목적으로 경복궁 중건 사업을 강압으로 밀어붙이던 때를 배경으로 하는 「땅의 아픔, 하늘의 슬픔」은 경복궁 중건과 관련한 금강송 벌채를 두고 왕권을 대표하는 대원군과 신권을 대표하는 김병기의 대립 관계를 다루고 있다. 대원군이 경복궁 중건 사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면서 전국의 소나무들이 무작스럽게 벌채되었다. 조선 팔도의 산들이 소나무 벌채로 벌거숭이 산이 될 정도였다. 벌채만 하고 조림사업은 등한시하여 벌거숭이 산은 일제강점기에도 그대로 있었고, 백성들이 기아에 허덕이면서 송기떡으로 연명하게 되자 어린 소나무의 수난은 계속되었다. 게다가 일본에서 들어온 소나무재선충으로 그나마 보존되던 금강송마저 이파리가 적갈색으로 변해 고사목이 되었다.
정수남의 신작 단편소설 「산촌별곡」은 조선시대 화전 개간으로 인한 숲의 황폐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조선 후기로 갈수록 화전개간의 성행으로 산림은 황폐해졌는데 일제가 아름드리나무를 베어 가면서 더욱 산림은 황폐해졌다. 그 개발 속도가 더욱 빠르게 번져 울창한 숲으로 우거졌던 산이 금방 벌거숭이가 되었다. 아침부터 들려오는 톱질과 도끼 소리를 더는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한 판돌과 병달, 상출은 자신들이 어떤 특단의 조치를 실행해야겠다고 작심했다. 벌목꾼을 관리하는 일본인 야마모토의 창고를 급습하여 도끼와 톱을 없애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세 사람의 행적을 끝으로 소설은 끝난다.
김현주의 신작 단편소설 「어둠의 연대기」는 조선의 개항으로 인해 발생한 전염병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구한말을 시대적 배경으로 한 「어둠의 연대기」의 주인물은 광화문 시전 유만득으로, 그의 가족은 모두 장티푸스로 죽게 된다. 그러나 젖먹이였던 막내딸 영희는 천안 외가에서 천덕꾸러기로 성장하다가, 외삼촌에 의해 이웃 마을 늙은 진사의 첩이 되었다. 그러던 중 진사 영감이 급사하자 다시 외삼촌의 집으로 쫓겨났다. 24세가 된 영희는 외삼촌의 손에 이끌려 서울 용산의 한 상점에서 잡일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빚을 지게 된다. 이들의 거짓말과 경제적 착취를 피하려고 달아난 영희는 결국 일본인 유곽의 창녀가 되었고, 매독에 걸려 짧은 일생을 마쳤다. 개항에서 일제강점기로 들어서면서, 조선 백성들은 속수무책 전염병에 시달렸으나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죽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유시연의 신작 중편소설 「정선 금광」은 일제 강점기의 금광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정선군 동면(현재 화암면) 화암동굴, 몰운리, 한치, 광대곡에 금광이 있었다. 광산업자는 금을 채굴하여 신작로 길을 통해 운반해 갔다. 일제는 금을 채굴하기 위해 바위산을 허물고 나무를 베어냈다. 다이너마이트로 바위산을 지속적으로 폭파하는 동안 야생 짐승이 멸종되었고, 지하수와 지표면이 오염되어 갔다. 물고기와 온갖 생물이 숨을 쉬던 강물은 뿌옇게 변해버렸고 그 강에 기대어 살던 사람들은 자연에서 먹을거리를 얻던 일을 그만두고 금광 주변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사금을 채취하거나 술을 빚어 팔거나 막노동으로 품팔이를 하며 살아갔다.
하아무의 신작 중편소설 「범 나려온다」는 조선 호랑이 절멸사를 다루고 있다. 1917년 일본인 타다사부로가 정호군(征虎軍)을 조직해 조선에서 호랑이 사냥에 나섰다. 이때 사냥한 호랑이를 시식하는 행사를 경성의 조선호텔과 도쿄의 제국 호텔에서 열었다. 이를 본 많은 일본인들이 호랑이 사냥에 나섰고, 사무라이 집안의 후예인 유우타와 쇼타 형제도 추밀원의 후원을 받아 2년 후 멸호군(滅虎軍)을 만들어 조선으로 갔다. 조선총독부와 경찰 등의 도움을 받아 호랑이가 출몰한다는 지리산으로 들어갔다. 혹한과 자신들의 미숙함 때문에 어려움을 겪던 멸호군은 조선 포수들의 도움을 받아 수범 왕대를 쫓았다. 크고 사납지만 젊고 경험이 부족한 왕대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암범 달무리 품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반면 멸호군도 큰 피해를 입었다. 사무라이의 후손으로서 조선 호랑이를 직접 사냥해 일본인의 기개를 세상에 널리 알리겠다는 멸호군의 목표는 실패로 돌아갔다.
김주성의 신작 단편소설 「곽씨분의 추억」은 1920~1930년대 화장품의 납 성분이 화장을 일상으로 하는 업종의 여인들에게 피부 괴사, 정신 이상 등의 부작용을 일으켜 사회문제가 되었던 ‘박가분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곽씨분의 추억」에 등장하는 ‘곽씨분’은 1920~1930년대 당시 조선의 화장품 계를 풍미하며 여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던 ‘박가분’을 모델로 하였다. ‘박가분’뿐 아니라 ‘서가분’, ‘장가분’ 등 당시 유통되던 여러 분(粉)들은 모두 납 조각을 식초로 처리해 얻은 ‘납꽃’이라는 하얀 가루에 조개껍질 가루, 칡가루, 쌀가루, 보릿가루를 섞어 만들었다. 이 납 성분이 화장을 일상으로 하는 업종의 여인들에게 피부 괴사, 정신 이상 등의 부작용을 일으켜 사회문제가 되었다. 이는 판매 급감으로 이어졌는데 특히 인기가 높았던 ‘박가분’의 타격이 커서 1937년 폐업하기에 이르렀다.
김민주의 신작 단편소설 「나는 히바쿠샤」는 일제 강점기 원자폭탄 한국인 피폭자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히바쿠샤’(被爆者)는 원폭으로 인한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람을 가리키며, ‘히바쿠샤 증명서’가 있어야 국가에서 지정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원폭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남았다고 해서 모두 히바쿠샤가 되지는 못했다. 방사능 피폭의 후유증은 단시간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었고, 수년, 혹은 수십 년, 혹은 수 대에 걸친 유전으로까지 진행되었지만, 그것을 증명하기는 요원했다. 설사 ‘히바쿠샤 증명서’를 발급받았다고 해서 병이 완치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수십 년 동안 유전자 변형으로 인한 고통 속에 놓여 있고, 긴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그 고통은 현재진행형으로 자녀와 손자 대로 이어지고 있다. 핵은 유전자 변형은 물론, DNA를 파괴하여, 더 이상 세포 재생을 막아 영원히 치유 불가능 상태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