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에서 솟아나는 비유
문근영 시인의 신작 『개구리까지 톡톡』은 어린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시인의 노력이 돋보이는 동시집이다. 천진난만하고 순진무구한 아이들의 마음을 그대로 체화한 시인의 작법은 자연스러운 어조로 비유를 끌어 올린다. 어른들이 듣지 못하는 사물의 목소리를 듣는 시인의 세상에서는 물병도 땀을 흘리고(「물병」) 지붕의 너와는 하늘을 헤엄치고 싶은 물고기의 비늘이 된다(「돌 너와집」).
이처럼 아이들의 눈으로 들여다본 세계에서는 무엇이든 다 살아 움직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비유가 솟아난다. 어른의 시각에서 억지로 찾아내는 비유가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표현들은 무엇보다 자연스럽다. 도덕적 의무나 작위적 선을 교육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 낸 비유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이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세계에 생동감을 부여하는 문근영 시인의 자연스러운 비유는 그래서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세상을 덮는 따듯한 힘
사물을 자신과 동등하게 바라본다는 것은, 곧 그들을 향해 공감의 시선을 보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보내는 연민은 순수하다. “내 몸/ 닳아 가면서” 틀린 글씨를 지워 주는 지우개는, “틀린 글씨” “잘못된 그림” “오답들”에게 자신의 희생에 감사하라고 으스대는 게 아니라 “너희들이 없었다면/ 내가 어떻게/ 태어났겠”냐며 감사하다고 말한다(「지우개」). 어린이 화자는 스테이플러 침이 빠지는 걸 보고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될까 봐 걱정한다(「스테이플러」).
동심에서 솟아나는 연민과 사랑에는 차별이 없다. 대상을 가리지 않고 감사하고 연민할 줄 아는 아이들의 태도는 세상을 조금 더 포근하고 따스하게 만든다. 그 마음은 살아 있는 생명을 향해서도 움직인다. 우박이 내려 농작물이 망가진 아빠의 마음을 헤아려 보기도 하고(「우박」), 그물에 걸린 멸치를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멸치」). 세상의 모든 생명이 동등하게 존귀하다는 마음가짐은 곧 쓰레기 투기나 기후 위기와 같은 넓은 차원의 문제를 다루며, 더 나아가 경각심을 일깨운다(「태풍의 눈」).
자신과 가까운 대상에서부터 시작해 전 지구적 차원으로 확대되는 시인의 따듯한 마음은, 우리 사회를 책임질 아이들이 한 단계 성장하는 힘을 준다. 봄비가 땅을 적시며 개구리를 깨우는 것처럼, 다양한 위기에 직면한 현대 사회를 꿋꿋하게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지혜가 우리에게 스며든다. 이 동시집을 읽은 아이들은 순수한 마음이 어떻게 사회에 보탬이 되고, 주변을 사랑하는 태도로 넓어질 수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