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한국영화 르네상스기의 ‘비밀’
김기덕, 유현목, 김수용 같은 1960년대 한국영화 르네상스기 감독들은 일본영화의 문자 텍스트를 가지고 어떻게 당대 한국영화의 기술적ㆍ묘사적 관용도 안에서 자기만의 혹은 한국영화만의 스타일로 영화를 창작했는가? 그 물음과 해답을 찾는 여정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표절작을 색출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국가 주도의 정책과 국민들의 희생이 화학작용을 일으킨 한국의 근대화와 맞물려 한국영화 역시 최선의 방식으로 1960년대의 르네상스를 일궜고, 본질적으로는 일본영화 시나리오의 표절과 비공식적 번안 사이에서 제작의 ‘효율화’를 추구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표절작 혹은 번안작이라고 얘기하지만 어떻게 표절했는지는 아무도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는 영화, 〈맨발의 청춘〉이 이 여정의 출발점이 된 것은 당연하다.
1960년대에 작동한 표절과 번안의 양식
1960년대를 한국영화의 산업적ㆍ미학적 중흥기로 부를 수 있다면, 그 르네상스의 성분에는 표절과 번안이라는 필터로 걸러진 독특한 요소들이 포함되었다. 이 책에서 산업적 맥락과 텍스트를 가로지르며 분석하고 추출해 내는 장르성과 창작성 같은 부분이다. 이는 필자가 제시한 ‘영화적 표절과 번안의 양식Mode of Cinematic Plagiarism and Adaptation’이라는 관점으로, 당시 정부와 산업이 암묵적으로 동의했던 표현에 의하면 ‘화면변형’으로 설명된다. 1960년대 한국영화는 시나리오 차원의 ‘번안적 표절’과, 장면 촬영부터 영화음악에 이르는 연출 차원에서의 ‘번안적 창작’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이에 따라 대사와 지문, 스토리와 플롯, 등장인물의 구도는 거의 유사하게 가져오지만, 시청각적 연출을 거친 영화의 장면은 달라지고, 결과적으로 영화의 정서나 주제의식, 더 나아가 장르의 결까지 달라진다. 이것이 1960년대 한국영화에서 작동된 표절과 번안의 양식이다.
‘한국의 오리지널리티’, 한국영화의 재창작
이 책은 영화사의 거시적 기술에는 드러나지 않는 비공식적 역사를 발굴하여 한국영화사 연구의 지평을 확장하는 책이다. 내셔널 영화사의 기술 범위에 잘 포착되지 않는 영역, 즉 일국주의적 영화사 서술이라는 성긴 그물망에서 빠져나가고 마는 부분이 이 책의 주제이다. 해당 영화들은 일본영화 시나리오의 원본성을 탈피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영화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는 표절과 번안 사이의 영화들은 소극적으로는 한국적 상황으로 덧칠되어 그려졌고, 적극적으로는 영화제작의 여러 영역에서 한국영화만의 것으로 창작되었다. 배우의 연기부터 미술, 음악까지 감독의 시청각적 연출은 한국영화로 재창작re-creation하는 과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