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것 하나를 찾아 죽도록 사랑하는 것.” 서평가 금정연 첫 소설 출간!
사소하게 시작되고, 느닷없이 끝나며, 미련하게 기억되는 너와 나의 우정에 관하여
책에 관한 전방위적 쓰기를 실천하며 “서평가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려고 작정한 모험”(장성일 영화감독)과 같은 글로 “매번 놀라운 기술을 쓴다”(김중혁 소설가)는 서평가 금정연의 첫 소설 《모두 일요일이야》가 위즈덤하우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된다.
어느 일요일, ‘나’는 ‘양말’이라는 고양이의 밥을 챙겨달라는 ‘P’의 부탁으로 ‘혹스’와 함께 길을 나선다. 그러나 그곳에 도착한 두 사람은 수중에 열쇠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문을 열기 위해 열쇠공을 부르기로 한다. ‘고양이의 밥을 주려는데 열쇠가 없으니 문을 따달라’라는 얼토당토아니한 말에 열쇠공은 비싼 출장비를 요구하고, 전 재산을 털어 들어간 집에선 ‘양말’을 잃어버리기에 이른다. 이내 다리 사이로 서늘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열려 있는 창문이 눈에 들어오고 끔찍한 상상도가 펼쳐진다. 피를 흘리며 떨어져 죽은 양말과 어릴 적 내게 처음으로 ‘우리’의 의미를 알려준 ‘현칠이’의 모습 같은 것이. 고양이를 좋아하고 말을 잘 더듬고 울기를 잘하던 ‘현칠이’와 ‘나’는 열두 살의 일요일. 차 밑에서 삐용삐용 우는 고양이를 구조해 ‘오십원’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그러나 사소하게 시작되고 빠르게 깊어지는 어린이의 우정이 으레 그렇듯, 둘의 사이 역시 어느 사건을 기점으로 느닷없이 끝나버리게 되는데…….
다시 양말을 잃어버린 그 집. ‘나’와 친구들은 “일어날 일은 일어났고 우리는 끔찍한 죄책감 속에서 세상의 종말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듯이” 밤낮으로 술을 마신다. 그리고 ‘나’는 잠결에 “……는 ……에 있어……?”라는 말소리를 듣는다. 사라진 줄만 알았던 ‘양말’의 목소리를. 자신의 뒤통수를 주먹으로 후려치며 “현칠이는 어디에 있어?”라고 따지듯 묻는 소리에 ‘나’는 또 다른 일요일, ‘현칠이’에게 편지를 쓰기로 한다.
“요 현칠, where the fuck are you, man?”
이 작품의 가장 큰 반전은 수록된 다수의 고양이 일러스트가 무색하게도 “늘 개에 대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라는 금정연 작가의 말이다. 《모두 일요일이야》는 〈정말로 야무진 데가 없는 개에 대한 변주곡〉 쓰기에 실패하고, 부코스키에 대한 에세이가 소설이 된 경우로,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우스꽝스럽다면, 소설이란 결국 그 우스꽝스러움을 얼마나 우스꽝스럽지 않게 보여주느냐의 문제”를 나타낸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금정연 서평가의 든든한 지원군인 ‘클로드AI’의 말처럼 “모든 글쓰기는 이전의 글쓰기들과 대화하며, 실패와 성공이 서로를 낳는 순환적 과정”이므로.
소설에서부터 작가의 말, 인터뷰까지에 이르며 이 책에 관한 우스꽝스러운 고백을, 쓰기에 관한 작가의 진한 애정을 마주하게 되면, 누구라도 실패가 낳은 《모두 일요일이야》의 ‘시시한’ 이야기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
위즈덤하우스는 2022년 11월부터 단편소설 연재 프로젝트 ‘위클리 픽션’을 통해 오늘 한국문학의 가장 다양한 모습, 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일주일에 한 편씩 소개하고 있다. 구병모 〈파쇄〉,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안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최진영 〈오로라〉 등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위픽 시리즈는 이렇게 연재를 마친 소설들을 순차적으로 출간하며, 이때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한데 묶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단 한 편’의 단편만으로 책을 구성하는 이례적인 시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 편 한 편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은 소재나 형식 등 그 어떤 기준과 구분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직 ‘단 한 편의 이야기’라는 완결성에 주목한다. 소설가뿐만 아니라 논픽션 작가, 시인, 청소년문학 작가 등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장르와 경계를 허물며 이야기의 가능성과 재미를 확장한다.
시즌1 50편에 이어 시즌2는 더욱 새로운 작가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시즌2에는 강화길, 임선우, 단요, 정보라, 김보영, 이미상, 김화진, 정이현, 임솔아, 황정은 작가 등이 함께한다. 또한 시즌2에는 작가 인터뷰를 수록하여 작품 안팎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1년 50가지 이야기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펼쳐 보일 예정이다.
∥위픽 시리즈 소개∥
위픽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입니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작은 조각이 당신의 세계를 넓혀줄 새로운 한 조각이 되기를, 작은 조각 하나하나가 모여 당신의 이야기가 되기를, 당신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한 조각의 문학이 되기를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