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얼른 오게 해 주세요.”
눈을 향한 사랑스러운 바람이 가득 담긴 그림책
코딱지 코지와 코비가 올 겨울 간절히 기다리는 것이 있습니다. 온 세상을 하얗게 만들고, 만지면 차갑고 보드라운데, 밟으면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나는 것. 바로 첫눈입니다. 서영이 콧구멍에서 나온 뒤 겨울을 처음 맞이한 코지와 코비는 할머니 코딱지로부터 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 이제나저제나 난생처음 만날 눈에 대한 기대감으로 창문 앞을 지킵니다.
“눈이 왔어! 첫눈이야!”
코지와 코비는 온통 하얀 세상에 파묻혀 보드라운 촉감을 느껴 보지만, 이내 뭔가 이상하다는 걸 발견하지요. 차갑지도 않고 뽀드득 소리도 안 나는데, 코지와 코비가 누워서 한껏 뒹군 이곳은 눈밭이 맞는 걸까요?
“눈을 찾았어! 이번엔 진짜야!”
하얗고 보드랍고 차가운 눈 속에 신나게 풍덩 뛰어든 코지와 코비는 이번에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낍니다. 눈이라고 생각한 것을 손에 놓고 뭉쳐 봐도 도무지 뭉쳐지질 않았거든요.
“진짜 눈이야! 눈이 왔어!”
마침내 코지와 코비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하얀 눈 속에서 삼촌 코딱지를 닮은 눈사람도 만들고 한참을 눈싸움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그런데 그러는 사이, 코지와 코비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야 맙니다. 둘의 몸이 점점 쪼그라드는 거였어요! 코지와 코비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코지와 코비는 그토록 원하던 진짜 눈을 만날 수 있을까요?
매년 첫눈 오던 날을 기억하시나요?
눈 오는 날에 대한 유쾌한 기억을 선물하는 그림책
할머니와 삼촌 코딱지에게서 들은 눈 이야기는 코지와 코비를 한껏 들뜨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눈은 색색 가지 낙하산을 타고 내려올까요? 케이크를 장식한 생크림처럼 마냥 보드랍고 달달할까요?
눈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큰 만큼, 눈인 줄 알고 들어간 소금 속에서 몸이 한껏 쪼그라들어 쭈글쭈글해진 코지와 코비의 모습은 더 안쓰럽게만 보입니다. 두 손 모아 소원을 비는 코지를 향해, 마침내 ‘톡’ 창문을 두드리며 첫눈이 존재감을 알리는 순간! 창문에 바짝 붙어 하늘을 응시하는 코지만큼이나 반가운 마음으로 첫눈을 바라보게 됩니다.
두 팔 벌려 첫눈을 환영하는 코지의 모습, 추위도 잊은 채 눈밭을 뒹굴며 내일 또 눈이 오길 바라는 코딱지들의 소박하고도 다정한 소망이, 매년 찾아올 겨울과 하얀 눈을 둘러싼 바람들을 정겹게 덥힙니다. 웃고 울고 시무룩해지고 놀라기도 하는 코지, 코비와 함께 첫눈을 향한 기다림과 설렘을 담뿍 느껴 보세요.
오감으로 눈을 마음껏 상상해 보아요!
허정윤 작가는 누구나 겨울이면 으레 한 번쯤 떠올려 보았을 눈이라는 대상에 대해, 재치 있는 오감 상상을 펼쳐 놓았습니다. 하얀 색감과 보드라운 촉감에서 휴지 조각이 가득 쌓인 공간을 상상하고, 차가운 온도로 우유가 들어 있는 그릇 안을 떠올리고, 입자 모양으로 소금을 생각했지요. 일상에서 ‘눈’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린다면 생각하지 못했을 상황이지만, 오히려 이런 상상을 통해 ‘눈’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코지와 코비가 그토록 기다리던 첫눈을 만난 그 순간을 작가는 어떻게 표현했을까요? 투명하게 반짝이는 은빛의 눈송이가 세상을 감싸듯 내리고, 땅에는 하얀 결정들이 소복하게 쌓여 그야말로 눈의 아름다움을 뽐냅니다. 세상을 다 가진 듯 눈덩이에 올라탄 코지와 코비의 얼굴에서, 눈사람 곁에서 다정한 한때를 보내는 할아버지, 할머니 코딱지의 모습에서, 아이처럼 신난 삼촌 코딱지의 표정에서, 눈밭을 뛰노는 깜장 고양이의 몸짓에서
눈을 향한 환대의 마음을 한가득 느낄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