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록작품
(별의 왈츠, 늑대가 운다, 매미, 여자가 짓는 집, 뼈의 춤, 갈릴레이 갈릴레오, 벼랑 위 붉은 꽃, 바람벽에 흰 당나귀)
-별의 왈츠
금지는 가정폭력을 피해 어려서부터 할머니와 함께 산다. 그녀는 스무 살에 만난 연우를 진실하게 사랑하지만, 사실은 데이트 폭력을 참고 견디며 지낸다. 가정폭력을 보고 자랐기에 희생하고 참는 것이 사랑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연우와는 이유도 모르고 헤어진 후, 그녀는 이별의 상실감에 외롭고 공허하게 살아간다. 어느 날 연우가 불쑥 찾아오고, 둘은 뒤늦은 이별 여행을 떠난다. 대자연의 위로 속에서 그녀는 지난날의 상처를 스스로 위로하고, 연우는 뒤늦은 사과의 뜻으로 가시꽃 다발을 선물한다. 성당에서 내려오는 길, 49개의 동제 카리용이 연주되며, 둘의 머리 위로 폭포처럼 음악이 쏟아진다. 좁은 골목길에서 둘은 사랑도 화해도 건넌 사이가 되어 아름다운 왈츠를 춘다.
-늑대가 운다
해가 질 무렵이면 네가 사는 동네엔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너는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네가 푸른 늑대의 후손이라고 했던 아버지를 떠올린다. 소녀일 때 몽골에서 한국으로 이주해 온 너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이런저런 피해를 겪었다. 치매 노인을 보살피던 너를 주인 남자가 겁탈하고 결혼하자며 꼬드긴다. 너는 결혼으로 간신히 한국인이 되었지만, 서툰 언어만큼이나 진짜 한국 사람이 될 길은 멀기만 하다. 너는 네 안의 가장 고결한 것을 꺼내 밥을 짓지만, 남편은 제 자식들에게 재산을 빼돌리고 네겐 통장 하나 주지 않으며 수시로 폭언을 일삼는다. 좌절한 너는 가출하려 하지만 그마저도 정에 이끌려 쉽지 않다. 개와 늑대의 시간, 다시 늑대들이 울기 시작하고, 너는 할아버지가 부르던 신비로운 ‘흐미’의 가락을 토해낸다.
-매미
술집 작부로 살았던 한 노파의 삶과 죽음을, 노파를 살펴주며 매일 음식을 갖다주던 늙은 여자의 목소리로 읊는 사설조 만가, 전라도 사투리로 판소리 형식을 일부 차용한 1인극이다. 노인에 대한 편견, 약자에 대한 편견 등을 아우르는 큰 사랑을 보여주며, 늙은 여자와 사회복지사와의 대화를 화자 시점, 화자의 대화로만 표현하여, 상황과 상대의 대사를 유추할 수 있도록 공간을 부여했다.
-뼈의 춤
생텍쥐페리의 의문스러운 죽음을 따라가는 추리적 기법의 소설로, 소설을 읽는 독자들이 소설 속에 길을 만들고 길을 찾거나 잃는다는 환상적인 이야기다. 더불어 인간의 고통 속에 숨은 사회적 정서적 폭력의 실체를 살피면서, 작가로 사는 일과 소설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며, 중의적 의미를 함께 천착하려 했다.
-벼랑 위 붉은 꽃
목수 공 씨는 구운 달걀에서 튀어나온 논병아리로 인해 혼란스럽다. 젊은 시절 그는 기억 속의 어머니를 찾으며 방황했지만, 부모를 잃은 그를 키워준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목수가 되었다. 그는 평생 어머니를 그리워하면서 성모상을 만들고 싶어하여, 작품마다 성모의 손이나 발, 미소 등을 새겨넣는다. 그는 한 알이 모자란 묵주로 기도하며 겸손하게 사는데, 병이 깊어진 후 논병아리가 자주 나타난다. 그는 평생의 숙제였던 붉은 꽃의 의미를 알게 되고, 죽어서 묵주 한 알로 남는다. 어떤 의미에서 작가는 평생 나무를 다듬고 깎아 무언가를 만드는 목수와 닮았다.
-여자가 짓는 집
대기업에 입사했던 한 청년이 지하철에서 폭행당한 후, 말과 인생을 잃어버리고, 갓 결혼한 두 젊은이의 인생도 바뀐다. 성악가를 꿈꾸던 여자는 가장이 되어 입주청소부로 고달프게 살아가고, 말을 잃은 남자는 게임 세상에서만 산다. 가난한 여자는 사회적 약자로서 차별과 편견에 고통당하지만, 그녀도 성소수자에게는 편견의 잣대를 들이댄다. 여자는 전철에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 언어폭력을 당해 도움을 청하지만, 내가 아닌 남은 외면하는 사람들로 인해 좌절하고 만다. 가족을 감당하며 살아온 여자가 기를 쓰며 짓는 집은 위태롭고, 늘 잣대를 들이대는 내면의 목소리로 인해 마음마저 복잡하다. 전철을 타고 가면서 벌어지는 사건과 경험을 여자의 시점에서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