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노포즈(Menopause)’는 우리나라 말로 폐경 또는 완경이라 부른다. 폐경은 여성의 생식 기능이 끝난다는 말이고, 완경은 폐경을 완곡하게 이르는 말로, 월경이 완성되어 원숙한 여성에 이른다는 말이다. 메노포즈는 단절, 닫힘이 아닌 해방, 도전, 열림, 성숙을 뜻한다. 가임 여성, 엄마, 아내, 며느리, 가장의 역할을 매듭짓고 새롭게 삶의 여정을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이 단어는 곧 이 이야기를 관통하는 열쇠이자, 현미의 삶 그 자체를 빗대기도 한다.
누군가가 ‘인간의 비극이란 몸은 늙어 가는데 정신은 늙지 않음에 기인한다’고 한다. 마흔은 서른보다 몇 잠, 몇 공기 더 먹었을 뿐이고, 쉰이 돼 보니 또 그랬고, 예순이 되어도 마찬가지다. 누가 오십을 지천명이라 했는지 그 나이 되어 보면 결코 가슴에 와닿지 않는 날조된 단어임을 알게 된다. 길섶에 피어난 풀꽃 한 송이조차 그 의미를 모른 채 오늘도 이토록 흔들리며 살아가건만, 광대무변한 하늘의 뜻을 알 수 있다는 것은 완벽한 허위, 날조된 단어다.
그나마 알 수 있는 건 바다가 계절을, 세월을 가늠하지 않고 푸르다는 것, 사람 마음 또한 나이를 따지지 않고 푸르다는 것. 나이 들수록 노화는 가파를지언정, 삶에 대한 애착은 더욱 강렬해진다는 것. 해 뜨는 장면은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해 지는 낙조는 눈부시지 않아 더욱 아름답다는 것, 그뿐이다. 해마다 먹게 되는 떡국 한 그릇 한 그릇 비워 내며 느낀 추억, 아픔, 사랑, 고통, 분노, 자괴, 그리움, 희망, 행복…. 그 소중하고 복잡한 감정들을 한 화면에 담아 낸 이야기가 바로 이 『그해 봄 시작된 메노포즈』이다.
‘오십 대’, 젊은 세대에겐 오지 않을 까마득한 미래 같지만, 살아가다 보면 불현듯 다가올 미래다. 40대엔 잠시 후 눈앞에 펼쳐질 현실이 된다. 오십이 되면 얼결에 마주하게 되는 오늘이 되고, 육십대엔 쏜살같이 지나간 삶을 반추하는 어제가 된다. 부디, 20~30대에겐 부모 세대를 이해하며 미래의 나를 여행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40대는 다가올 현실을 슬기롭게 준비하는 시간, 50~60대엔 하루하루 더 값지게 살아감에 도움이 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걸음을 잠시 멈추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삶을 깊이 관조하는 시간’ 이 되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