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석 평전』은 다섯 시기로 나눠 차범석의 연극 인생을 조명한다.
1부에서는 식민지 시대였던 1924년 목포에서 태어나 성장하여 해방을 맞기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저자는 고향 목포의 예향성과 개방성이 차범석에게 끼친 영향을 살피고, 목포의 천석지기 집안이었던 차범석의 가계에 대한 조사 연구를 통해 ‘차범석 문학의 뿌리’로서의 목포의 의미를 짚어 본다. 1937년 초가을, 열세 살 소년 차범석은 목포 평화관에서 최승희의 무용 공연을 보게 되는데, 이는 그의 인생을 뒤흔들게 된 사건이었다. 차범석은 이를 통해 “무대라는 세계, 막이 객석과 무대를 갈라 놓은 공간, 보여 주는 자와 봐 주는 자 사이의 공존의 의미”를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었다고 회고했다.
2부에서는 연희대학교에 입학하여 문학을 접하면서 연희극예술연구회와 대학극회를 조직하여 연극 활동을 하던 시절, 한국전쟁이 발발하여 목포로 피란 내려와 목포중학교 교사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연극을 하던 시절,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하게 된 시기까지를 다룬다. 1949년에 열린 제1회 전국남녀대학 연극경연대회에 연희극예술연구회는 희랍극 〈오이디푸스왕〉(차범석 번역 및 연출)으로 출전, 이 작품으로 단체상 및 연기상 등을 받는 성과를 올리고, 이 대회 참가는 이후 ‘대학극회’ 조직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6ㆍ25 전쟁으로 연극에 대한 그의 열정은 꺾였는데, 차범석은 목포중학교 교사가 되어 학생들과 함께 연극을 하고 신춘문예 등단을 통해 연극 활동의 발판을 마련해 나간다.
3부에서는 등단 후 다시 서울로 올라와 덕성여고 교사로 활동하면서 김경옥·최창봉·오사량 등과 ‘제작극회’를 창단하여 극작가ㆍ연출가ㆍ평론가 등으로 활동하던 시절을 다룬다. 그는 제작극회를 통해 동인제 극단의 소극장 운동을 주도하면서 기존 연극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는데, 그가 창작한 〈공상도시〉ㆍ〈불모지〉, 그가 연출을 맡은 〈제물〉ㆍ〈유리동물원〉ㆍ〈돌개바람〉 등이 이 시기에 공연되었다. 제작극회 제10회 공연으로 그의 희곡 〈껍질이 째지는 아픔 없이는〉이 소극장을 벗어나 국립극장에서 공연되었는데, 이 공연으로 차범석은 연극적 재능을 대중적으로 인정받게 되었고, 이는 〈산불〉이라는 불후의 명작으로 이어졌다. 〈산불〉은 6·25의 민족적 비극, 이데올로기 갈등을 통해 반전(反戰) 의식을 일깨운 그의 대표작으로, 지금까지도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으로 여러 차례 공연되고 있다.
4부에서는 〈껍질이 째지는 아픔 없이는〉 공연 후 제작극회와 결별하고, 1963년 ‘극단 산하’를 창단하여 왕성한 활동을 하게 된 이른바 ‘차범석 연극의 황금시대’를 다룬다. 연극의 대중화와 직업화를 추구한 ‘극단 산하’는 전문적인 연극을 하기 시작했는데, ‘산하’ 시절의 차범석은 1960년대 초부터 1980년대 초까지 약 20년 동안 〈청기와집〉, 〈열대어〉, 〈장미의 성〉, 〈환상여행〉, 〈활화산〉, 〈대지의 딸〉, 〈대리인〉, 〈오판〉, 〈손탁호텔〉, 〈학이여, 사랑일레라〉 등을 창작, 공연하며 그의 전성기를 보냈다.
5부에서 저자는 연극 공연과 함께 병행했던 방송 드라마와 무용극 대본 집필 시기, 그리고 ‘극단 산하’ 해산 이후 청주대, 서울예전에서 후학을 양성하던 시기의 차범석을 조명한다. 더불어 저자는 차범석의 성품을 보여 주는 일화들을 소개하고, 말년의 역작 〈옥단어!〉 창작에 대해서도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