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했던 아이들, 역사의 소용돌이에 빠지다!
실종된 삼촌을 구하기 위해 나선 아이들
열세 살 현석이는 집에서는 든든한 큰아들이자, 동네 아이들에게는 의리 넘치는 친구예요.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가 있으면 도와주고 어린 동생들도 의젓하게 돌봐주지요. 현석이는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을 돕는 멋진 대장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군인들이 와서 동네 젊은이들을 마구 끌어갑니다. 여기저기 군용 트럭마다 손이 묶인 청년들이 한가득히 실린 채 강제 이송되지요. 현석이가 좋아하는 경철 삼촌도 퇴근길에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어요.
삼촌이 왜 실종되었는지 현석이는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삼촌을 반드시 구해내야 한다는 것! 현석이는 아이들과 함께 경철 삼촌을 찾으러 갑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경철 삼촌은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청각장애인 김경철 씨를 모티브로 하고 있어요. 그 당시 소리를 듣지 못해 억울하게 희생을 당했지요. 이 책에서는 아이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그려집니다.
5·18민주화운동은 현재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어요. 민주화운동으로서 그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어요. 그 당시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아직까지 많지요. 이 책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알려주고 있어요.
대학생이에요? 군인이에요?
현석이의 여동생에게는 중요한 임무가 있습니다. 집에 남아서 문지기 당번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대학생이 찾아오면 대문을 열어 숨겨 주지만, 군인이면 절대로 대문을 열어 주면 안 되는 임무예요. 그런데 누군가 다급히 대문을 두드립니다. 여동생은 잔뜩 긴장한 채 물어봅니다.
“대학생이에요? 군인이에요?”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났을 때 광주에서는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서로를 지켜 주기 위해 애썼지요. 쫓기던 대학생을 위험을 무릅쓰고 집에 숨겨 주었고, 먹을 것이 있으면 나누어 주었어요. 이 책은 그때 그 현장을 있는 그대로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지요. 또한 가족과 이웃을 돕기 위해 어린이들까지도 용기 있게 나섰던 절박했던 순간을 감동적으로 전해 줍니다.
누나는 이제 달리지 못할까요?
국밥 집 식구들은 일명 ‘주먹밥 특공대’예요. 열한 살짜리 막내는 부모님과 누나와 함께 주먹밥을 만들어 거리의 시민에게 나눠 주지요. 그런데 이상한 건 아빠가 계엄군에게까지 주먹밥을 나눠 주는 거예요. 막내가 아빠에게 묻습니다.
“아빠, 왜 적군에게도 주먹밥을 나눠 줘요?” 그러자 아빠는 “살려서 이기는 게 우리 작전이여, 광주에 있는 한 누구라도 먹여 살릴 것이야!”라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아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헬기는 무차별적으로 시민들에게 총을 발사하기 시작하고, 병원에는 환자들이 밀려듭니다.
막내와 누나는 병원의 환자들에게 주먹밥을 나눠 주려 정신없이 달려갑니다. 누나는 육상부라서 버스만큼이나 빨리 달리지요. 하지만 누나가 병원 문 앞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총소리가 들리고 누나는 피를 흘리며 쓰러집니다. 이제 누나는 육상을 할 수 없게 되는 걸까요? 막내는 속이 타들어 갑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났을 때 많은 사람들이 군부의 폭력에 희생되었지요. 심지어 그중에는 어린이와 청소년도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그동안 잊고 있었어요. 실제로 계엄군은 동네에서 놀던 어린이에게도 총을 쏘았다고 알려져 있어요.
이 책은 순수하고 사랑스럽기만 아이가 총탄에 희생되는 처절한 장면을 너무나 가슴 시리게 묘사하고 있어요. 갑작스러운 아이의 죽음 앞에 가족과 이웃은 감당할 수 없는 고통에 빠집니다.
이 책이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이유는 순수한 세 어린이들의 눈으로 5·18민주화운동을 증언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세 아이들은 민주주의나 인권, 정의가 뭔지는 몰랐지만 가족과 이웃, 친구를 지키기 위해 본인의 목숨까지 걸고 무시무시한 폭력의 현장에 맨몸으로 맞서지요.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40년이 지난 지금, 시간이 흘러도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람들이 있어요. 민주주의의 가치를 위해 희생된 사람들, 가족과 이웃을 지키려다가 세상을 떠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잃었지만 진실을 밝힐 것을 다짐하며 살아온 사람들을 이 책은 잊지 말라고 우리에게 전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