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그러면서 가슴 뭉클하다. 수십 년에 걸친 한 가족사가 이렇게 술술 잘 읽히면서 깊은 울림까지 안겨주는 건 드문 일이다. 한편의 대하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다. 한 시대를 헤쳐 온 두 사람의 아픔과 상처를 때론 가볍게 때론 애틋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풀어낸 저자의 감성적이면서 담담한 필치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은 기존의 소설문법과는 많이 다르다. 강력한 사건으로 시작되는 여타 소설과는달리 잔잔하게 시작한다는 점, 픽션이 아닌 사실을 그림으로서 에세이와 소설 중간의 독특한 형태라는 점이다.
이 작품은 마치 강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전개된다. 처음엔 냇물이 흐르듯 잔잔하게 어린 시절의 추억담이 펼쳐지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물결이 세지고 소용돌이치다가 중반 이후에 이르면 묻혔던 비밀이 드러나며 거센 격랑이 일어난다. 북으로부터의 편지, 조총련의 월북권유, 아버지를 찾으러 간 평양 등 숨 가쁘게 펼쳐지고 그러다 마지막 부분에선 쌓였던 온갖 감정이 봇물이 터지듯 쏟아져 나와 우리를 뒤흔든다. 그러니까 글의 끝부분에 작가의 진심 어린 감정이 농축돼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민드라마『전원일기』를 통해 한국 사회의 정서를 섬세하게 포착해 냈던 김한영 PD의 자전적 소설『딸막이와 딸막이 아들』은, 어머니 ‘딸막’의 기구한 인생을 되새기며 이념에 의해 파괴된 한 가족의 험난한 일생을 생생하게 펼쳐보인다.
어머니 딸막의 삶 속에는 단순히 고된 삶을 견뎌내는 강한 어머니의 모습뿐 아니라, 삶에 향한 무한한 애정이 담겨 있다. 돌아올 수 없는 남편을 기다리면서도 ‘살아만 있으면 된다’며 안도하는 딸막의 모습에서, 남편을 미워하거나 원망하기보다는 그저 그가 살아있기만을 기도하는 순수한 애정을 보인다. 이는 어쩌면 그녀가 아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사랑의 방식이자, 세상의 고난 속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그녀만의 힘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이 책은 단순한 자전적 이야기 이상의 의미를 넘어 이념으로 인해 갈라진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시대적 아픔과 가족애의 본질을 조명한다.
『딸막이와 딸막이 아들』은, 비운의 여인으로 신세한탄이나 하고 눈물로 범벅된 구질구질한 이야기가 아니다. 밝고 희망에 찬 삶의 찬가이다. 어머니에게 바치는 애틋한 헌사(獻詞)이면서도, 작가 자신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작품이다. 그리하여 그의 어머니가 보여준 불굴의 생활력과 아들을 향한 무조건적 사랑은 독자들에게도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한국 현대사의 아픈 기억을 한 가족의 삶을 통해 그려내며, 가족 간의 사랑이야말로 이념과 고난을 넘어선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깊이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