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교육부는 교권 강화 대책으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생활지도 고시)를 내놓았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장학사는 그 내용을 이렇게 요약했다. “1.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 불가능! 2. 학생 분리 가능! 3. 보호자 인계 가정학습 가능! 4. 물품 분리·보관 가능! 소지 물품 조사 가능! 5. 생활지도 불응 시 조치 가능!” 당시 여러 교육단체·인권단체들은 생활지도 고시가 대안이 될 수 없음을 지적하며, 내용 중 용모·복장 단속, 휴대전화 등 소지품 압수 허용, 분리 조치 등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던 바 있다.
이 책은 생활지도 고시 시행 직후, 학생인권을 비롯해 소수자들과 연대하는 교사들의 모임인 ‘연대하는 교사잡것들’에서 그 내용을 검토하고 토론한 세미나를 바탕으로 기획되었다. 연대하는 교사잡것들에서 활동하는 교사들과 장애 학생의 부모로서 활동해 온 활동가가 함께 썼다.
책 속에서는 생활지도 고시의 내용과 생활지도의 개념을 검토하면서, 학교 현장에서의 경험과 사례를 바탕으로 그 문제점을 짚는다. 먼저 앞부분에서는 생활지도 고시가 만들어진 배경과 학생인권 및 교권 담론의 역사와 현실을 살피고, 생활지도가 학생에 대한 명령과 징계의 의미로 사용되어 왔다고 지적한다. 이어지는 글은 생활지도 고시에서 중요한 비중을 가진 ‘휴대전화’와 ‘분리’의 문제를 다룬다. 학생의 휴대전화를 통제하고 금지하는 데 열을 올리는 생활지도 고시에 의문을 제기하고, 학생을 교실 밖으로 분리시키는 방식이 낳은 부작용과 문제점을 말한다. 또한, 사례들을 통해 생활지도가 어떻게 다양한 학생들에게 차별적이고 불합리할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후반부에서는 생활지도 고시나 법령에 따라 ‘정당한 생활지도’를 하고자 할 때 실제로는 여러 어려움과 딜레마에 부딪히게 됨을 보여 주며, 학교의 환경과 조건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함을 역설한다. 끝으로 학교에 필요한 것은 ‘생활지도 강화’가 아니라 민주적인 규칙과 학생인권을 지키는 제도, 존중과 대화라고 제언한 글로 마무리된다.
저자들은 생활지도 고시라는 특정 제도를 분석하고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생활지도란 어떤 의미로 쓰여 왔는지, 교사의 학생 처벌(징계)과 통제 위주로 이루어져 온 ‘지도’는 과연 정당한지 질문을 던진다. 학생들의 다양성을 고려하고 지원하지 않는 수업이나 차별적인 기준과 부당한 방식의 지도가 행해지는 학교 현실의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생활지도 고시에 따른 조치들이 장애 학생을 교실 밖으로 몰아내고 ‘교권 침해 가해자’로 위치시키는 등 어떤 학생들을 지우고 배제하게 되는지를 증언한다. 그리고 교사 개인의 학생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방식이 교사를 더욱 고립시키고 학교의 문제점을 지속시킬 가능성을 우려한다.
교육 조건의 개선도 학교의 변화도 없이, 교사에게 자의적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은 교육적이지도, 인권적이지도 않고, 학생에게도 교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방식으로는 학생의 ‘생활’은 ‘지도’될 수 없다. 이 책은 생활지도 고시의 문제점을 곱씹어보게 할 뿐만 아니라, 다른 교육은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해 고민거리와 상상력을 안겨 줄 것이다.